오스템임플란트 두고 MBK-창업주 내홍…“단기 수익 vs 장기 비전”[시그널]

2025-08-20

MBK파트너스와 UCK파트너스가 오스템임플란트를 인수한 뒤 창업주인 최규옥 회장과 경영 전략을 두고 내홍을 겪고 있다. 수익성과 효율성을 중시하는 사모펀드와 장기 비전을 내세우는 창업주의 시각 차이에 내부 긴장감이 고조되는 분위기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와 UCK는 오스템임플란트 경영진과 2주에 한 번씩 경영위원회를 열고 있다. 회사의 경영 상황을 진단하고 수익 개선을 위한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 자리에서 최규옥 회장과 김광일 MBK 부회장 의견 충돌이 반복되면서 양측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전략과 수익성 ‘딜레마’

갈등의 본질은 양측 경영 철학의 차이에 있다. 최 회장이 장기 성장을 강조하는 반면, MBK는 투자금 회수 등을 이유로 수익성과 비용 효율을 앞세우면서 양측의 시각차가 노출된 것이다. 앞서 여러 차례 열린 경영위원회에서 최 회장은 신사업과 연구개발(R&D) 투자 확대와 함께 주력 시장인 중국에서의 현지 인력 충원이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주장해왔다. 전체 매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인력 확충 없이는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어렵다는 게 최 회장의 생각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전 세계 100여 개국에 수출하며 판매량 기준 세계 1위 기업으로 자리 잡았지만 매출 규모로는 여전히 글로벌 3위에 머물러 있다. 장기 비전 달성을 위해서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시장 공략이 절대적이라고 본 것이다. 오스템임플란트는 2036년 매출 10조 원 달성을 통한 글로벌 임플란트 매출 1위를 회사의 장기 목표로 삼고 있다.

반면 MBK는 효율성과 수익성을 우선시하며 보수적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금융 규모 상 연간 1000억 원이 넘는 이자를 상환해야 하는 상황에서 공격적인 투자가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오스템은 MBK·UCK 인수 이후 수익성이 둔화하며 2024년 영업이익이 1618억 원으로 전년보다 33% 줄었다. 그럼에도 회사는 올 초 1001억 원 규모의 현금 배당을 실시했고 배당금 대부분인 892억 원이 MBK와 UCK가 세운 SPC로 귀속됐다. 업계에서는 차입 부담을 고려할 때 투자금 회수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외부 환경도 갈등을 키웠다. 중국 정부가 임플란트 가격을 낮추는 중앙집중식 구매 제도(VBP)를 도입하면서 국내 임플란트 기업들의 실적이 흔들렸다. 오스템임플란트 뿐만 아니라 덴티움, 메가젠임플란트 등 국내 경쟁사들도 함께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글로벌 1위 기업 스위스 스트라우만은 같은 해 중국 매출이 52% 증가하며 국내 기업들과는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중국 내 부진이 이어질 경우 오스템임플란트의 글로벌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최 회장은 현지 영업망 강화와 채용 확대를 주장했지만 MBK는 비용 절감을 내세우며 반대한 것이다.

이사회 재편과 향후 변수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수년 내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사모펀드의 특성과 장기 목표에 집중하는 창업주의 철학이 충돌한 전형적 사례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스템임플란트는 2023년 MBK·UCK 컨소시엄이 공개매수를 통해 약 2조 5000억 원에 인수했다. 두 운용사가 특수목적법인(SPC) 덴티스트리인베스트먼트 통해 지분 83.6%를 확보한 최대주주로 있다. 인수 이후 MBK에서는 김 부회장과 이진하 부사장이, UCK에서는 김수민 대표와 곽승웅 파트너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돼 이사회에 합류했고 이를 통해 경영권과 이사회 주도권을 장악했다. 지난해 8월에는 두 운용사가 새로 선임한 김해성 대표가 이사회 진입과 함께 의장 자리에 올랐다.

MBK는 코웨이 인수 당시 전문경영인으로 내세웠던 이재호 부사장을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앉히는 등 핵심 보직을 교체하며 지배력을 더욱 강화했다. 올 초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한 최 회장은 여전히 지분 9.6%를 들고 있는 창업주로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이사회 내부에서 영향력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게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회사 경영진의 권력 구도와 글로벌 시장 대응 전략은 오스템임플란트의 향후 성장을 좌우할 핵심 변수다. MBK는 재무 안정화와 단기 수익성에 방점을 찍는 반면, 최 회장은 장기 비전과 현지 시장 확장을 중시하고 있다. 두 입장은 서로 다른 무게중심을 두고 있지만 모두 회사의 미래를 위한 합리적 관점으로, 충분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재무적 투자자와 창업주가 회사를 공동 운영하는 방식이 될 경우 이견 발생은 불가피하다”며 “그럼에도 서로 균형점을 찾아야 기업의 체질 개선과 글로벌 성장 모두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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