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방부 BGI·켐차이나 등 ‘중국군사기업’ 선정
생물보안법 불발 이후에도 이어지는 중국 견제 기조
엔젠바이오·마크로젠 등 국내 유전체 기업 글로벌 진출 본격화
미국이 중국 일부 바이오 기업을 ‘블랙리스트’로 꼽으며 다시금 견제에 나섰다. BGI 그룹과 켐차이나 등 굵직한 기업이 리스트에 오른 가운데 국내 유전체, 바이오 기업들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10일 한국바이오협회와 외신에 따르면 미국 국방부는 중국 134개 기업을 ‘중국군사기업’으로 지정했다. 해당 명단에 있는 기업은 2026년 6월부터 미국 국방부와 거래를 할 수 없다. 즉각적으로 금지에 들어가진 않지만, 미국 재무부가 해당 기업을 제재하도록 압력을 가할 수도 있다.
중국군사기업으로 지정된 기업 중 제약 바이오 관련 기업은 총 6곳이다. 유전체 분석 기업 4곳과 바이오 관련 기업 2곳이 포함됐다. 유전체 분석 기업에는 ▲BGI 그룹 ▲BGI 지노믹스 ▲포렌식 지노믹스 인터내셔널 ▲MGI 테크가 바이오 기업에는 ▲오리진셀 테크놀로지 ▲켐차이나가 이름을 올렸다.
켐차이나는 2017년 스위스 종자 회사 ‘신젠타’를 인수해 글로벌 종자 시장의 선두로 올라선 바이오 관련 기업이다. BGI 지노믹스, 포렌식 지노믹스 인터내셔널, MGI 테크 모두 BGI 그룹의 자회사다. BGI 그룹과 MGI 테크는 미국 정부가 지난해 적극 추진했던 ‘생물보안법’의 규제 대상 기업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와 기업은 미국 국방부의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조치는 국제 경제와 무역 질서를 심각하게 파괴하고 글로벌 산업 공급망의 안정성을 위협한다”며 “중국은 관련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중국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확고히 수호하고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중국 견제는 계속될 전망이다. 미국이 중국의 IT, 전자 부문을 넘어 제약 바이오 기업까지 제재를 가하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밝힌 만큼, 국내 기업이 수혜를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 재조명되고 있다. 직접적으로 국내 유전체 기업들이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정밀 진단 플랫폼 기업 엔젠바이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글로벌 최대 바이오 헬스케어 투자 행사인 ‘2025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JPMHC)’에 참가해 새로운 협력과 성과 창출을 노린다.
엔젠바이오의 미국 자회사인 엔젠바이오 AI는 JPMHC서 인공지능(AI) 기반 분석 플랫폼과 NGS 수탁 검사 서비스 등 혁신 기술을 소개하며 투자 유치를 추진할 계획이다. CLIA 및 CAP 인증을 보유한 엔젠바이오 AI는 UCSD 및 프로바이던스와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전문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엔젠바이오 AI는 북미 시장에서 NGS 기반 암 검사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국내 유전체 분석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차지하는 ‘마크로젠’은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꾀하고 있다. 마크로젠이 출시한 젠톡은 개인의 유전 정보로 탈모, 피부 노화, 불면증 등 120가지가 넘는 소비자 직접 의뢰(DCT)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크로젠 관계자는 “누구나 유전자 정보를 쉽게 알 수 있다는 편의성을 기반으로 젠톡은 일본에서 높은 호응을 얻었다”며 글로벌 진출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간 기술 경쟁이 최근 바이오 테크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며 “정부 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 참여와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성장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 유전체 기업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