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마음
문득, 인생이 허무하게 느껴진 적 없나요?
매일 치열하게 살아 왔지만, 마음 한 켠이 공허한 적 없나요?
충분히 먹고 마시고 잘 살고 있으면서도, 초조함을 느끼진 않았나요?
이런 질문에 통찰 있는 대답을 주는 철학자가 있습니다. “신은 죽었다”고 말한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입니다. 어딘가 위험하고, 도전적이지만, 동시에 매혹적인 사상가. 평생에 걸쳐 니체의 철학을 연구하고 알리는 데 앞장선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이진우(69) 명예교수는 “니체에겐 나쁜 남자 같은 매력이 있다”고 말합니다. 니체는 “기존의 사고방식을 망치로 모두 깨부숴야 너만의 철학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하는 파격적인 사람이니까요.

니체는 신이 죽은 시대를 말합니다. 목적과 방향을 잃은 삶의 민낯을 보여주죠. 하지만 누구보다 삶의 의미를 치열하게 고민한 열정적인 철학가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삶이 여전히 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조언하며,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며 살라고 말하죠.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질문에 대답해 줄 가장 알맞은 사람일지도 모릅니다.
니체에게 고민 상담이 필요한 분들을 위해 준비했습니다. 허무한 삶이 고민인 사람에게 니체는 뭐라고 말해줄까요? 만약 니체가 살아 있다면 지금 우리에게 해줄 단 하나의 질문은 무엇일까요? 니체의 사상을 정리한 책『니체의 인생 강의』(휴머니스트), 『인생에 한번은 차라투스트라』(휴머니스트) 등을 쓴 니체 권위자 이 교수에게 그 답을 들었습니다.
✅ ‘나쁜 남자’ 니체가 사랑받는 이유

니체가 13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뭘까요?
니체는 1908년에 발표한 철학적 자서전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에서 “죽은 뒤에야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고 얘기해요. 당대엔 이해받지 못하지만 죽고 난 다음에야 비로소 가슴을 울리는 사상가, 그게 본인이라는 거죠.
니체가 꿰뚫어 본 시대 정신은 ‘허무주의’예요. 허무주의는 니체가 살았던 시대에도 분명 문제였지만, 누구도 이를 감지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그의 말에 귀 기울인 사람이 없었죠. 13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어떤가요. 21세기 문화적 현상에서 허무주의는 당연한 것이 됐죠. 일상이 된 거예요. 그러니 니체가 한 말들이 피부에 와 닿기 시작한 거죠. 우리가 느끼는 실체 없는 불안함, 허무함의 원인을 니체의 글에서 찾고, 거기서 위로를 얻는 겁니다. 그의 예언처럼 죽은 뒤 더 사랑받는 철학자가 됐죠.
근데 ‘허무주의’는 뭔가요?
1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기독교 중심인 유럽 사회에선 신처럼 초월적이고 변하지 않는 진리가 있다고 믿었습니다. 교회에 나가서 기도하고, 신을 믿는 삶이 절대적 가치라고 여기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런데 니체는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고 말했어요. “허무주의는, 너희가 믿는 것이 사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으니까요. 그리고 도발적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신은 죽었다”라고. 이 말에 기독교계가 발칵 뒤집어졌죠.
중요하게 여기던 가치들이 사라진다는 뜻인가요?
서양 문명의 근본이자 핵심적인 가치, 절대적인 진리라고 여겼던 게 신이잖아요. 최고로 여긴 가치가 사라지는 것, 모든 가치가 전도되는 게 바로 허무주의죠. 어느 날 갑자기 신이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삶의 목적과 방향을 잃고 흔들릴 수 있을 거예요. 그래서 니체는 “삶에 목표가 없다면 그것이 허무주의다. 왜 사는지 대답할 수 없다면 허무주의에 빠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문제를 촌철살인의 방식으로 아주 정확하게 짚어낸 거죠.
니체는 삐딱함의 대명사이기도 하잖아요.
삐딱함을 넘어서 니체는 살아있을 때 이미 ‘위험한 철학자’ ‘지적인 병균’이란 소리까지 듣습니다. 그때 니체는 뭐라고 했을까요? “그래, 나는 위험한 사상을 퍼뜨리고자 하는 병균일 수도 있다”고 받아쳐요. 또 이런 말도 합니다. “나는 망치를 들고 철학을 한다.” 아니, 망치 들고 철학 하는 사람 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