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보고] 지난해 19조원 적자…日 농업계 여파 우려

2025-03-23

일본농협(JA) 그룹 계열의 농림중앙금고(이하 농림중금·사진)가 지난해 국제 금리상승에 따른 대규모 채권 평가손실로 거액의 적자를 기록했다. 농림중금은 대대적인 경영 개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농림중금은 일본 내 개인 예금 잔액의 10%에 해당하는 108조엔의 예금을 보유한 대형 금융기관으로 운용 자금만 56조엔에 달한다.

하지만 농림중금이 2024 회계연도에 1조9000억엔의 적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해 현지 금융계가 술렁이고 있다. 농림중금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리먼 사태) 이후 16년 만이다.

이에 대한 책임으로 오쿠 가즈토 농림중금 이사장은 3월말로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후임으로는 키타바야시 타로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승격될 예정이다.

그동안 농림중금은 안정적인 고수익 창출을 목표로 신용등급이 높은 장기 외국 채권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왔다. 특히 유가증권 관련 수익 비율은 전체 경상수익의 약 80%에 달해, 손익에 미치는 영향이 컸다. 이러한 운용 전략에 따라 농림중금은 리먼 사태 이후에도 미국과 유럽 국채를 지속적으로 보유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확보했다.

그러나 2022년 이후 미국과 유럽 주요국 중앙은행이 연이어 금리를 인상하면서 농림중금의 조달 금리(단기 금리)가 운용 금리(장기 금리)를 초과하는 ‘역마진’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미국과 유럽시장의 금리상승이 지속되는 상황에서도 단기 금리가 장기 금리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판단으로 채권 보유를 고집한 결과 채권 평가손실(유가증권 평가손실)이 확대돼 거액의 적자 국면을 맞았다.

농림중금은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1조4000억엔 규모의 자본 확충을 추진한다. 또한 외국 채권 매각을 포함한 투자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해 2026년 3월까지 300억∼700억엔 수준의 흑자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와 함께 경영 개혁의 일환으로 재무 전략과 투자 집행을 분리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재무 전략과 투자 결정이 통합 운영됐으나, 앞으로는 ‘재무전략위원회’를 신설해 CFO 주도의 체계적인 투자 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다. 아울러 금융기관 및 자산운용사 출신 외부 전문가를 채용해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예정이다.

내부 중심의 의사결정 구조에서 벗어나 외부 전문가를 비상근 이사로 영입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농림중금법 개정이 필요해, 개정 전까지는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문위원회를 운영할 계획이다.

한편 농림중금의 대규모 손실이 일본 농업부문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농림중금의 운용 수익이 전국 농협(JA)의 주요 재정지원 원천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농협의 경제사업(농산물 유통·자재 구매)은 전국적으로 80% 이상의 조합이 적자를 내고 있다. 농림중금은 금융사업으로 매년 약 3000억엔을 농협에 환원하며 이를 보전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적자로 인해 올해 출자 배당금 지급액이 600억엔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림중금 측은 예금 금리는 인하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쿄(일본) = 김용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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