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금융신문=김필주 기자)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의 최근 3년간 실적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기타 부문을 제외한 핵심사업 부문인 자동차 부문의 경우 2021년 매출 94조 1430억원, 2022년 113조 7180억원, 2023년 130조 1500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역대치를 경신하는 중이다. 영업이익도 2021년 4조 1820억원, 2022년 7조 9070억원, 2023년 12조 9690억원을 각각 거두며 매년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2분기 매출‧영업이익도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6.6%, 0.7% 오른 45조 206억원, 4조 2791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올해 연간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재계‧업계는 현대차가 이처럼 해마다 호실적을 달성하는 배경에는 막대한 R&D(연구개발) 비용 투입과 이에 따른 신기술 상용화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세금융신문은 현대차의 R&D 투자 규모와 신기술 개발 사례 등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편집자 주]
◇ 현대차, 작년 R&D에 3.7조원 투입…국내 기업 중 2위
현대차는 신기술 개발을 위해 R&D에 매년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고 있다. 실제 올해 6월말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3년 R&D투자 1000대 상위 100대 기업 목록’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차의 전체 R&D 투자액은 3조 7406억원으로 삼성전자(23조 8528억원)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가 지난해 R&D에 투입한 비용은 전체 매출 대비 4.8%에 속하는 규모이기도 하다. 현대차는 1년 전인 2022년에도 R&D에 총 3조 1523억원을 투입한 바 있다.
현대차의 경상연구개발비도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현대차가 공시한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회사의 경상연구개발비는 2021년 1조 5350억원, 2022년 1조 7600억원, 2023년 2조 1630억원, 올해 1‧2분기에는 각각 5700억원, 4790억원으로 나타났다.
경상연구개발비는 아직 연구개발에 따른 결과가 나오지 않아 자산화(무형자산)되지 않고 비용처리한 항목이다.
현대차의 R&D 투자비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4월 현대차는 기아, 현대모비스와 함께 오는 2030년까지 총 24조원을 국내 전기차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이같은 장기 투자를 통해 ▲승용 전기차 전용 다양한 플랫폼 순차적 개발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및 충전 인프라 품질검증센터 설립 ▲내년까지 초고속 충전기 3000기 구축 ▲2030년까지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 구성 ▲탄소배출 최소화한 친환경 공장 조성 ▲머신러닝‧AI 기술 활용 설비 자동화 ▲협력사와의 상생 프로그램 가동 등에 나설 방침이다.
◇ 효율적인 R&D 역량 집중 위해 조직개편 단행
현대차는 작년 12월말 미래 모빌리티 R&D 역량 결집을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먼저 그간 현대차와 기아의 기술개발을 총괄한 김용화 CTO(Chief Technology Officer, 최고기술경영자) 사장을 고문으로 위촉한데 이어 차세대 SW(소프트웨어)‧HW(하드웨어) 아키텍처 통합 최적화와 원가 혁신 시도 등을 주도하는 혁신 연구개발 전담 조직(AVP본부)을 신설키로 했다.
또 글로벌 SW센터인 포티투닷(42dot), 현대차‧기아 내 조직인 CTO, GSO(Global Strategy Office, 글로벌 전략본부), SDV본부 등에 기존 조직들도 효율성을 고려한 개편을 단행하기로 했다.
그간 현대차‧기아의 경우 SW 개발 등의 업무는 SDV본부, 포티투닷 등에서 맡아왔고 연구개발 업무는 CTO 산하 조직에서 맡아왔다.
하지만 조직 개편 과정에서 SDV본부를 없애고 AVP본부를 신설해 SW‧HW 개발 분야를 담당토록 했다. 여기에 기존 CTO 산하 조직은 연구개발본부로 조직명을 변경해 양산차 개발 역량을 담당하도록 했다.
◇ 막대한 R&D 투자, ‘AAS‧나노 쿨링 필름’ 등 최신 기술 개발 성공에 기여
현대차의 지속적인 R&D 투자는 각종 신기술 개발 및 상용화로 이어졌다. 올해 1월 현대차‧기아는 고속주행시 발생하는 공기저항을 최소화하는 ‘액티브 에어 스커트(Active Air Skirt, 이하 ‘AAS’)’ 기술을 공개했다.
현대차에 따르면 AAS는 차량 속도에 따라 가변 작동돼 고속주행시 범퍼 하부를 통해 유입된 공기 흐름을 조절해 차량 휠 주변에 발생하는 와류(渦流, 소용돌이)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기술이다.
실제 현대차가 자사 차량인 제네시스 GV60에 AAS를 탑재해 시험한 결과 Cd(공기저항계수)값을 0.008 낮춰 2.8%의 항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약 6km의 추가 항속거리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수치다.
현대차는 자사가 개발한 최첨단 모빌리티 냉난방 기술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지난 8월 22일 현대차는 ‘히트 테크 데이(Heat Tech Day)’ 행사를 열고 차량 탑승객이 쾌적함을 느낄 수 있는 내부 온도를 조절 기술 세가지를 공개했다.
당시 회사가 공개한 세가지 기술은 ▲차량 유리에 부착시 실내 온도를 최대 10℃ 이상 낮추는 ‘나노 쿨링 필름’ ▲탑승객 주위 발열체를 통해 체감 온도를 빠르게 끌어올리는 ‘복사열 난방 시스템’ ▲세계 최초로 48V(볼트) 시스템을 적용해 유리 내부의 금속 코팅에서 빠르게 열을 내뿜어 서리‧습기를 제거하는 ‘금속 코팅 발열 유리’다.
이중 ‘나노 쿨링 필름’는 현대차의 전기차량인 아이오닉6에 적용했는데 ‘나노 쿨링 필름’을 부착하지 않은 동일 기종 차량과의 비교시 두 차량간 온도차는 최대 12.5℃까지 발생했다.
현대차는 ‘나노 쿨링 필름’ 등 차량 내부 온도 조절 기술 세 가지를 우선 향후 출시하는 신형 차량에 적용한 뒤 점차 적용 차량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이다.
지속적인 R&D 투자는 현대차가 세계 최초 프레스 금형 설계 자동화 시스템 개발 업적을 달성하는데도 크게 기여했다.
지난 10월 16일 현대차는 차량용 프레스 금형 설계를 자동화하는 ‘프레스 금형 자동설계 시스템(이하 ’자동설계 시스템‘)’을 세계 최초 개발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에 의하면 기존에는 금형 설계자가 수백개의 요구사항을 분석하며 각 외판 부품의 금형을 개별 단위로 설계했다. 또한 설계자별 해석이 각각 다를 시 설계 수정 및 확인 작업을 반복해 매번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
하지만 이번 자동설계 시스템 개발로 인해 앞으로 금형 설계자는 자동설계 시스템이 안내하는 프로세스에 따라 단계별 필요 수치만 입력하면 최적의 프레스 금형의 설계 도면을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다.
아울러 자동설계 시스템을 활용하면 프레스 금형 설계를 위해 소요되는 시간이 기존 대비 약 75% 이상 단축되는 동시에 설계 오류 발생을 원천 차단해 일관된 고품질의 부품을 생산할 수 있다.
더불어 자동설계 시스템에서는 ▲부품 ▲제조사 ▲생산방식 ▲생산공장 등에 따른 옵션 설정까지 제공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생산 환경에도 적기에 대응할 수 있다.
현대차는 이미 지난 2020년부터 프레스 금형 자동설계 시스템을 일부 적용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모든 프레스 공정의 금형 설계에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을 완료했으며 앞으로 출시할 신차는 자동설계 시스템을 모두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 전기차 배터리 화재 발생 불안감 해소 위한 신기술 개발도 집중
현대차는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전기차 화재 예방 기술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지난 3월 현대차‧기아는 서울 서초구 소재 엘타워에서 소방청(소방연구원)‧가천대학교‧중앙대학교‧서울과학기술대학교‧한양대학교‧한국자동차공학회 등과 함께 ‘전기차 화재대응 소방기술 공동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공동개발 협약의 목표는 전기차 화재의 빠른 감지 및 대응 능력 향상이다. 이를 위해 현대차를 포함한 협약 당사자들은 ▲원천 기술 개발 ▲현장 적용 기술 개발 ▲제도화 방안 연구 등 전방위적인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중 현대차는 전반적인 과제 관리와 함께 각 연구과제가 실효성 있는 결과를 도출해낼 수 있도록 장비, 차량, 부품 등을 적극 지원하고 동시에 각종 실험에 공동 참여할 방침이다.
산학연 공동 전기차 배터리 화재 방지 기술 개발 추진에 이어 현대차는 같은해 8월 15일 전기차 탑승객을 보호하기 위한 ‘배터리 관리 시스템(Battery Management System, 이하 ‘BMS’)’도 공개했다.
BMS는 배터리가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배터리 이상 징후 탐지, 위험도 판정, 차량 안전제어 수행, 배터리 관련 정보 운전자에게 통지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구체적으로 BMS는 ▲전압편차 ▲절연저항 ▲전류‧전압 변화 ▲온도 ▲과전압 및 저전압 등 다양한 항목을 모니터링한다. 최근 출시 중인 전기차량은 이에 더해 수 일 또는 수 주 이전 잠재적인 불량을 검출할 수 있는 ▲순간 단락 ▲미세 단락을 감지하는 기능까지 추가됐다.
현대차는 이 가운데 최근 개발된 순간‧미세 단락 감지 기술이 배터리 화재 사전 감지에 큰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신규 판매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또 이미 판매된 전기차에도 올 연말까지 업데이트 툴 개발을 완료해 순차적으로 확대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 측은 “배터리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BMS는 필요한 안전 제어를 수행해 위험 정도에 따라 고객에게 즉시 통보가 이뤄진다”며 “BMS가 진단한 이상 징후 데이터는 즉시 원격지원센터로 전송되고 이어 고객에게 입고 점검 및 긴급출동을 안내하는 문자메시지가 자동 발송된다”고 설명했다.
◇ 현대차, 2033년까지 54.5조원 R&D에 투자
현대차의 R&D 투자비는 앞으로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해 4월 현대차는 기아, 현대모비스와 함께 오는 2030년까지 총 24조원을 국내 전기차 분야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차는 이같은 장기 투자를 통해 ▲승용 전기차 전용 다양한 플랫폼 순차적 개발 ▲초고속 충전 인프라 구축 및 충전 인프라 품질검증센터 설립 ▲내년까지 초고속 충전기 3000기 구축 ▲2030년까지 총 31종의 전기차 라인업 구성 ▲탄소배출 최소화한 친환경 공장 조성 ▲머신러닝‧AI 기술 활용 설비 자동화 ▲협력사와의 상생 프로그램 가동 등에 나서겠다고 공언했다.
이러한 현대차의 R&D 투자계획은 올해 8월말 한 차례 수정됐고 투자규모는 대폭 확대됐다.
지난 8월 28일 현대차는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투자자‧신용평가사‧증권가 애널리스트 등을 상대로 한 ‘2024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중장기 투자전략인 ‘현대웨이’를 공개했다.
‘현대웨이’를 통해 현대차는 올해부터 2033년까지 향후 10년간 총 120조 50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인데 구체적인 투자 규모는 ▲R&D 투자 54조 5000억원 ▲설비투자(CAPEX) 51조 6000억원 ▲전략투자 14조 4000억원 등의 수준이다.
‘현대웨이’ 핵심전략 중 하나인 ‘현대 다이내믹 캐파빌리티(Hyundai Dynamic Capabilities)’ 실행에는 전체 투자액의 77% 수준인 92조 7000억원이 투입된다. 이중 R&D투자는 37조 4000억원, 설비투자에는 50조 8000억원이 각각 투입될 예정이다.
‘현대 다이내믹 캐파빌리티’는 전동화 전환기에 징검다리 역할을 할 차세대 하이브리드 및 EREV(내연기관 엔진 통해 생성된 전기로 동력을 얻는 차량) 모델 개발, 배터리 경쟁력 확보 등을 추진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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