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토부 2m라던 무안공항 둔덕, 국과수가 재보니 2.26m [제주항공참사 1년]

2025-12-28

경찰이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피해를 키운 것으로 지목된 무안국제공항 내 로컬라이저(Localizer·방위각 시설) 둔덕 관련해 항공 법규 및 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참사 직후 로컬라이저가 합법하게 설치됐다고 밝힌 바 있다.

28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남경찰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수사본부는 최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무안공항 내 로컬라이저의 높이와 재질 등을 분석한 결과 자료 등을 확보해 조사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국과수가 3D 스캔을 이용해 측정한 콘크리트 둔덕의 높이는 흙더미 1.56m, 콘크리트 상판 0.7m 등 총 2.26m로 파악됐다. 경찰은 기존 로컬라이저 시설물과 2023년에 추가 설치된 콘크리트 상판(높이 0.7m) 등이 참사 피해를 키운 것으로 보고 공사 당시 인허가 경위 등을 파악하고 있다.

경찰은 콘크리트 소재인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둔덕이 항공과 관련된 각종 국내·외 법규나 기준 등을 어긴 시설물로 보고 있다. 공항시설법과 국토부 세부지침 및 예규, ICAO(국제민간항공기구) 기준 등에는 ‘(공항 로컬라이저는) 쉽게 파손되는 장착대에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로컬라이저 둔덕이 관련 법규를 지키지 않고 설치된 경위와 국토부의 현장 확인작업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또 로컬라이저 관련 업체 11명을 비롯해 국토부 전·현직 관계자 20명, 한국공항공사 9명, 제주항공 4명 등 44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국과수는 이달 초 나온 3D 스캔 분석 결과를 통해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쉽게 파손되는 시설물이 아니었다’는 견해를 밝혔다”며 “로컬라이저 초기 및 추가 시공 과정에서 시설·관리·허가 등 관계자들에 대해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를 적용해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무안공항에서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쯤 제주항공의 여객기가 활주로에 동체착륙을 시도하다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둔덕과 충돌한 뒤 폭발해 179명이 숨졌다.

경찰은 참사 직후부터 4차례의 압수수색을 통해 무안공항 등 폐쇄회로(CC)TV와 로컬라이저 공사 관련 계약서, 도면, 전자파일 등 총 3084점을 확보했다. 압수물 분석을 위해 전담 수사팀(9명)을 수사본부(26명)로 확대해 1만5000여쪽에 달하는 수사기록 등을 조사하고 있다. 또 국토부와 공항공사, 제주항공 관계자 등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검토 중이다.

국민권익위원회도 무안공항 로컬라이저가 관련 법규를 위반한 시설물이라고 판단했다. ‘로컬라이저는 항공기와 충돌 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부러지기 쉬운 재질(Frangible object)로 설치돼야 한다’라는 항공안전기준을 위반했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참사 후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종단지점 251m에 적법하게 설치됐다”고 밝힌 바 있다.

유족들은 이에 대해 “권익위가 불과 4개월 조사로 확인할 수 있었던 내용을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는 밝혀내지 못했다”며 “정부는 무안공항의 로컬라이저 시설을 설치·관리 등 방치한 것에 대해 즉각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유족들은 또 사고 원인과 진상규명을 해야 할 항철위가 1년 동안 아무런 결과를 내놓지 못한 것을 놓고도 반발을 하고 있다. 항철위는 지난 7월 “사고기의 엔진 자체 결함은 없었다”는 내용을 발표하려다 유족들이 반발해 무산됐다. 당시 유족들은 “항철위가 사고 책임을 조종사에게 전가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항철위는 지난 4~5일에도 조사 결과 중간발표를 예고했으나 유족들의 반대로 또다시 무산됐다. 유족들은 “항철위는 항공·철도 정책의 주무 부처인 국토부 소속이어서 조사 신뢰성이 떨어진다. 셀프조사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국회는 지난 10일 항철위를 국토부에서 독립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 법안을 상임위를 열어 통과시켰다.

경찰은 항철위 측의 사고 원인 조사가 끝나는 대로 입건자들에 대한 사법 처리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최근 항철위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내년 7월쯤에는 사고 원인 관련 조사가 끝나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항철위의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관련자들에 대한 검찰 송치 등에 속도를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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