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자사주 1년 내 소각해야”… 경영권 방어 보강이 우선

2025-11-25

더불어민주당의 반기업 입법 폭주가 좀처럼 멈출 기미가 없다. 민주당은 어제 ‘더 더 센 상법’이라 불리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연내에 처리하겠다고 공언했다. 개정안은 기업이 자사주를 1년 이내 소각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기존 자사주에 6개월 유예기간을 줬다지만 자사주로 경영권을 방어하는 길이 차단된다. 정부와 여당은 이미 올해 상법을 두 차례나 개정,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고 집중투표제까지 의무화했다. 이런 판에 자사주 소각까지 더하겠다니 기업을 해외 투기자본의 먹잇감으로 내던지겠다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통상 자사주 소각은 주식 수 감소로 소액주주의 실질 지분율을 상승시키는 만큼 주가상승에 보탬이 된다. 여당은 “자사주가 특정 주주의 이익을 위해 이용되는 사례가 많았다”(한정애 정책위의장)고 주장한다. 그렇다고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다. 상장사들은 주가 방어나 유동성 확보, 경영권 방어 등의 이유로 자사주를 사들여 왔다. 현재 전체 상장사의 70% 이상이 자사주를 보유하고 있고 그 가치가 70조원을 웃돈다. 자사주는 인수합병(M&A) 등 미래성장 재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결국 소각 의무화는 기업 경영권을 흔들고 장기 성장동력도 훼손할 소지가 다분하다. 해외에서 자사주 소각을 법제화한 사례도 드물다.

최근 대한상의가 자사주를 10% 이상 보유한 104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62.5%가 소각 의무화에 반대했다. 이들은 사업재편 등 경영 전략에 자사주를 활용할 수 없고, 경영권 방어 능력이 약화한다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자사주 보유·매각은 기업이 적대적 M&A에 대항하는 유일한 방패로 활용됐다. 2003년 소버린의 SK 공격, 2015년 엘리엇의 삼성 공격에서 자사주가 경영권을 지키는 핵심 역할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경영권 위협 가능’ 상장사(최대주주·우호지분 30% 미만)가 현재 571곳인데 자사주 소각 이후엔 770곳으로 급증한다.

자사주를 주가 부양의 불쏘시개로 함부로 쓰다가는 ‘황금알 낳는 거위’의 배를 가르는 우를 범하기 십상이다. 자사주 소각을 강제하기에 앞서 경영권 방어장치부터 보강하는 게 순리다. 정부와 여당은 대주주에게 더 많은 의결권을 주는 차등의결권과 기존 주주에게 싼값에 주식을 살 권리를 주는 포이즌 필 등 경영권 방어수단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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