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 한유섬(36)은 지난 시즌 부진했다. 24홈런을 때렸지만 타율이 0.235에 그쳤다. 100을 리그 평균으로 하는 wRC+(조정 득점 창출력)는 89.3에 불과했다. 공격 생산성이 리그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적응에 애를 먹었다. 한유섬은 키 1m91 장신인데 타격 자세는 낮다. 키를 기준으로 하는 ABS 존과 실제 체감하는 존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존 상단에 꽂히는 스트라이크 대처에 힘들어했다. 이숭용 SSG 감독도 “한유섬은 키가 크지만 타격 자세가 낮아 ABS 도입으로 인해 손해를 보는 타자”라고 했다. 원래도 높은 공이 약점인데 ABS 이후 투수들의 하이 패스트볼 구사가 늘어난 것도 악영향을 끼쳤다.
이번 시즌 ABS 존이 하향 조정된 건 그래서 한유섬에게 호재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존이 내려간 것 자체가 타격 자세가 낮은 한유섬에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투수들의 높은 공 구사는 줄어들고 한유섬이 좋아하는 낮은 코스 공이 더 많이 들어올 것이라는 기대도 더해졌다.
그러나 시즌 초반 한유섬은 ABS 존 조정 효과를 보지 못했다. 개막전 4타수 1안타, 이튿날 4타수 무안타를 기록했다. 이숭용 감독은 개막 2연전 이후 한유섬을 2경기 연속 선발에서 제외했다. 타격 밸런스가 흐트러졌다고 판단했다

컨디션이 썩 좋지 않았고, 달라진 ABS 존도 여전히 어려웠다. 낮은 쪽 존은 넓어졌는데, 높은 쪽은 그대로라고 느꼈다. 지난달 29일 키움전까지 한유섬은 7경기 22타수 4안타 타율 0.182에 그쳤다. 홈런은 고사하고 볼넷 하나 없이 삼진만 9개를 당했다.
강병식 타격코치는 한유섬에게 ABS 생각을 아예 털어버리자고 조언했다. 의식할수록 타격만 오히려 더 위축되기 때문이다. 높은 쪽 공을 고민하기보다 강점인 낮은 쪽 공략에 집중하자고도 했다.
한유섬은 코스별 강약이 뚜렷한 타자다. 지난해 몸쪽 낮은 공 상대로는 OPS 1.653을 기록했다. 반면 몸쪽 높은 공은 0.476에 그쳤다. 몸쪽 낮은 공에 강하고 높은 곳에 약한 경향은 커리어 내내 일관되게 이어져 왔다. 역으로 생각하면, 하향 조정된 ABS 존에 적응만 제대로 한다면 올 시즌 반등 또한 기대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한유섬은 지난달 30일 키움전 시즌 8경기 만에 첫 홈런을 때렸다. 그동안 없었던 볼넷도 2개를 얻었다. 1회 첫 타석 연달아 몸쪽 높은 공이 들어왔지만 자신 있게 골라내고 걸어 나갔다. 6회 한가운데 직구를 받아쳐 첫 홈런을 신고했고, 8회 밀어내기 볼넷으로 타점을 추가했다.
SSG는 이날 키움을 꺾고 5승 3패를 기록했다. 최정과 미치 화이트가 부상으로 빠졌지만, 마운드의 힘으로 버텨내며 5할 이상 승률을 이어가는 중이다. 선발과 불펜 가릴 것 없이 투수들이 저마다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 한유섬까지 회복한다면 SSG는 보다 탄탄한 전력을 기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