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결말이다보니 다양한 해석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KBS 드라마 ‘수상한 그녀’에서 오두리 역을 맡은 정지소가 드라마 결말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수상한 그녀’는 오두리가 원래의 삶 대신 엘리먼트 데뷔 후 메시지를 남기고 소멸하고, 1년 후 카페에서 재등장하는 것으로 끝이 난다. 이를 두고 오두리다, 아니다로 시청자들의 의견이 분분한 상황.
“마지막 장면에서 제 모습으로 나왔어요.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고, 오두리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다양하게 해석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어 정지소는 본인이 극 중 오두리였어도 동일한 선택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숙(서영희)에게 치매에 걸린 몸으로 피해를 주거나 짐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 이해가 됐고 어린 두리가 아닌 말숙의 모습으로 사라지면 데뷔를 앞둔 친구들에게도 막중한 피해가 될 거라 생각했어요. 또 손녀 하나(채원빈)에게도 너무나 미안한 선택이 될 것 같았어요.”
스포츠경향은 24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전날 종영한 KBS 드라마 ‘수상한 그녀’에서 오두리 역으로 열연을 펼친 정지소를 만나 촬영 비하인드, 드라마에 대한 배우의 애정, 작품을 같이 하고 싶은 배우 등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 70대 능청스런 연기? “일부러 가발쓰고 밥도...”
‘수상한 그녀’는 할머니 오말순이 하루아침에 스무 살 오두리로 변한 뒤 다시 한번 빛나는 전성기를 즐기는 로맨스 음악 성장 드라마다. 동명의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정지소는 해사한 앳된 얼굴 속 능청스럽고 과감한 반전 매력을 장착한 오두리 역을 연기했다. 극 중 두리는 풋풋한 20대와 능청맞은 70대 노인을 오가는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로 혜성 같이 나타나 종로 일대를 발칵 뒤집는다.
우악스러움과 70대의 연륜 사이에서 적절한 선을 타야했던 정지소. 평소 ‘오두리’와 정반대의 성격을 지닌 그는 되레 최대한 과장되게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오바해서 연기해야 그나마 그 정도의 연기가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게 더 매력적인 것 같기도 하고요. 70대는 가정을 책임지다가 책임을 지지 못하는 나이대가 되고, 20대는 누군가의 보호를 받다가 사회에 나가는 입장이죠. 그 과정에서 생겨나는 여러 가지 변화들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정지소는 두리의 촌스러운 의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극 중 초반에 여배우의 화려한 메이크업 대신 ‘할머니스러운’ 소탈한 가발을 쓰며 도로 한복판을 활보하는 등 거침없는 모습을 보여줬다.
“(뽀글이) 가발을 쓰고 샵에서 나왔어요. 차들이 다니는 도로로요. 사람들이 계속 쳐다보는데 못 나가겠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극복하려고 (일부러) 가발을 쓴 채로 밥 먹으러 가기도 했고 갈비집에서 갈비도 먹었습니다.”
■ “자유롭게 연기해서 행복해”
2012년 MBC 드라마 ‘메이퀸’으로 데뷔한 정지소는 이후 ‘기황후’, ‘기생충’, ‘더 글로리’에 이르기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어느새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정지소는 이런 다양한 작품 중에서도 ‘수상한 그녀’를 가장 애정하는 작품으로 꼽았다.
“이번 드라마에 애정을 많이 쏟아부었습니다. (작품이 끝났을 때도)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을 하는 것처럼 펑펑 울었어요. 원래는 작품을 할 때 누군가의 디렉팅과 조언에 의존해서 연기를 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 해보는 등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어요. 주변 분들도 제 말을 잘 들어주셨고요.”
극 중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정지소표’ 애드리브도 ‘수상한 그녀’를 관람하는 포인트가 된다. 할머니 연기를 할 때 앞뒤로 체조를 한다거나 국자를 흔들흔들 하는 몸짓까지 정지소가 몸소 아이디어를 내 작품에 반영된 디테일들이다.
“이런 아이디어들은 보통 유튜브 숏츠나 SNS 릴스 등을 많이 참고를 했어요. 제가 평소에 재미있는 짤을 많이 봅니다. 연구도 많이 했죠. 감독님이 너무 좋아해주셨어요. 행복했습니다.”
가장 애정했던 만큼 마음 한켠에는 아쉬움도 남았다.
“제 의견이 많이 반영한 작품이지만, (저 스스로) 좀 더 유연했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좀만 더 잠을 줄이고 대본을 더 완벽하게 외워서 갖고 놀았으면 어땠을까, 좀 더 왈가닥하게 연기를 해볼걸, 좀 더 소리를 질렀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 롤모델은 틸다 스윈튼, 임지연과 같이 작품 하고파
주변 연기자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먼저 같이 합을 맞춘 배우 김해숙에 대해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김해숙 선배님이 극 중 제 동생으로 나옵니다. 그래서 제가 막대해야 하는 상황인데, 쉽지가 않죠. 눈도 제대로 쳐다보고 좀 더 함부러 대해야 하는데 그렇게 연기할 수 있게끔 선배님이 이끌어주셨습니다. 촬영장에서 디테일한 장면 하나하나 신경쓰시는 선배님 모습을 보고 먼 훗날 선배님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롤모델은 틸다 스윈튼이다. ‘설국열차’,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닥터 스트레인지’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폭넓은 스펙트럼의 연기로 인정받는 그의 모습이 멋있다는 것.
“틸다 스윈튼 배우는 제가 생각하기에 가장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입니다. 얼굴이 도화지 같아요. 작품마다 그 도화지에 색을 진하게 입힙니다. 그것도 엄청 매력적이게요. 매 작품마다 바로 몰입하는 모습에 끌렸어요. 저도 틸다 스윈튼처럼 도화지 같은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함께 작업을 하고 싶은 배우로는 JTBC 토일극 ‘옥씨부인전’의 주연 배우 임지연이다. 임지연은 ‘옥씨부인전’에서 노비 부모 사이에서 태어나 귀족 부인 옥태영으로 신분을 바꾸며 제2의 삶을 꿈꾸는 구덕이로 분해 화제 몰이 중이다.
“임지연 선배님과 꼭 한번 작업을 같이 해보고 싶습니다. 요즘 ‘옥씨부인전’을 보는데 엄청 매력 있으시고 눈 한번 같이 마주치며 연기 한마디라도 해보고 싶어요. 선배님의 연기 스타일을 느껴보고 싶습니다.”
한편 KBS 드라마 ‘수상한 그녀’는 지난 23일을 끝으로 종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