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평판도 평가
서울 고교 3학년에 재학 중인 이재인(가명)양은 ‘진로·진학 고려 시 선호 대학’을 묻는 질문에 대해 건국대(서울), 동국대(서울), 홍익대 등을 언급하며 “일단 ‘인(in)서울’인지가 중요하고, 서울 내에서도 어디에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올해 처음 고교 1~3학년 800명을 대상으로 선호 대학 설문조사를 했다. 고등교육 예비 수요자들의 의견을 평판도 평가에 더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서다.
조사 결과는 통상적으로 알려진 ‘대학 서열화 순위’와 달랐다. 서울대·성균관대·연세대(서울)에 이어 건국대(서울)·동국대(서울)가 4·5위를 차지했다. 6~10위까지는 고려대(서울)·경희대·중앙대·서강대·한양대(서울) 순이었다.
건국대(서울)와 동국대(서울)의 약진은 캠퍼스 입지를 중요하게 보는 고교생들의 대학 선택 기준과도 연결돼 있다. ‘대학 선택 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를 물었더니 ‘캠퍼스 위치 및 지역 상권’(17.5%)을 꼽은 고교생이 ‘장학금·교육비 혜택’(17.8%)과 함께 많았다. 경제적인 혜택만큼이나 대학의 위치도 중요하다는 뜻이다.
수도권 대학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는 상황에서, 서울 주요 상권 및 중심지에 위치한 건국대(서울)와 동국대(서울)는 더 경쟁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대학 규모가 크고, 진학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한몫했다. 고교 1학년 정예다양은 “건국대(서울)와 동국대(서울)도 등급 컷이 높긴 하지만, 다양한 전공을 보유하고 있고 선발 규모가 크기 때문에 노력하면 진학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대학”이라고 했다.
선호 대학, 고교생은 다양성 추구…학부모는 '전통적 명문대'
학부모는 선호하는 대학 순위에서 고교생과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두 집단 모두 서울대를 1위로 선택했으나, 학부모의 경우 2위 연세대(서울), 3위 성균관대, 4위 고려대(서울)를 꼽았다. 특히 고교생이 4·5위로 선택한 건국대(서울)와 동국대(서울)는 학부모 순위에서 각각 8·9위로 밀려났다. 학부모는 고교생보다 SKY를 비롯한 기존 명문대에 대한 선호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공 선택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드러났다. 고교생은 전공 선호가 다양한 반면, 학부모는 ‘의대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고교생이 희망하는 전공으로는 간호학과(5.6%), 경영학과(5.6%), 컴퓨터공학과(4.9%), 생명공학과(3.6%)가 상위권에 올랐다. 한편 학부모가 자녀에게 추천하고 싶은 전공으로는 의예과가 11.8%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으며, AI학과(7.5%), 전기전자공학과(5.1%), 컴퓨터공학과(4.6%) 등 이공계열 학과가 뒤를 이었다.
교사들 “가천대, 발전 가능성 1위”…'신입사원 선발 선호' 4년 연속 1위 고려대
비서울권 대학 중에선 가천대의 평판 상승이 눈에 띄었다. 고교 교사들이 꼽은 ‘발전할 것 같은 대학’ 1위(223명)를 차지한 데다 고교생 선호도에서도 17위로 상위권이었다.
허선영 경기 산본고 고3 부장교사는 “수시에서 학생을 많이 뽑고 선발하는 학과도 매해 늘어나서 투자 규모 및 발전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는 느낌을 받는 대학”이라며 “서울은 아니지만 대중교통을 통하면 강남이랑 매우 가깝다 보니, 지역 학생은 물론 서울에 있는 학생들도 진학을 선호한다”고 했다.
기업 인사담당자가 뽑은 ‘신입사원 선발 선호’ 1위 대학은 4년째 고려대가 차지했다. ‘블라인드 채용’이 유행이지만, 여전히 ‘조직 충성심·리더십이 강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는 분석이다.
설문에 참여한 한 중견기업 인사팀 대리는 “젊은 사원들의 개인주의 성향이 강해질수록 개인의 성향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워지다 보니, 대학에 대한 기존 인식이나 고정관념이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는 경우가 오히려 많아진다”며 “하지만 결국 기업이 필요로 하는 교육을 잘 하는 학과나 프로그램을 갖춘 대학은 긍정적인 이미지로 바뀌게 된다”고 했다.
대학평가팀=이후연·이가람·이아미 기자, 김가영·박현민·이대연 연구원 lee.hoo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