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헌규 중국전문기자= '검은 신화: 오공'에 나오는 산베이 이야기(陝北說書)가 온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가운데 10월 17~21일 제8회 중국 무형문화유산박람회(이하 약칭 '박람회')가 산둥성 지난에서 열렸다.
중국은 2년에 한번 무형문화유산박람회를 개최해왔으며, 특히 올해는 중국이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호협약'에 가입한 지 꼭 20년이 되는 해여서 어느 해보다 성대하게 치러졌다. 올해 박람회는 '보호 계승, 수정 혁신'을 타이틀로 하고 '무형문화유산, 궁극의 아름다움'을 주제로 내세웠다.
현대생활속에 살아 숨쉬는 무형문화유산
최근 히트게임 '검은 신화: 오공' 에서 감상한 영길보살서곡은 마치 시공간을 초월한 형세로 박람회 현장을 압도했다. 대나무 대오리로 뼈대를 엮고 면지로 몸을 감싸 채색 비늘이 반짝이는 왕만톈(汪满田)의 물고기 등불은 후이저우에서 산둥성 지난까지 헤엄쳐 갔다.
아름다운 선율을 연주하는 주청의 고금, 독창적인 웨이팡의 복숭아씨 조각, 우시의 정교한 미세 자수 등 전통 문화 예술의 정수가 전국 각지의 박물관에서 모여들어 역사의 향기와 수려한 아름다움을 뽐냈다.
이번 박람회는 '인민의 무형문화유산, 문화의 보물', '현대생활에 스며들어 아름다운 미래를 창조하다' 등의 컨셉트를 부각시켜 무형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기리고 현대 주민들의 삶에 융합시켰다.
'하화지계·금수치루(河和之契·錦綉齊魯)' 코너의 노금(魯錦)생활관에서는 전통 직염 자수 기법에 담긴 미학과 현대의 심미적 예술성을 결합해 컵 커버, 꽃게 의자, 캐주얼 테이블과 의자, 유화 병풍 등을 만들어냈다.
박람회 현장에는 중의학 건강 관리 코너에도 수많은 참관객들이 모여들었다. 진맥, 마사지, 식이요법 등의 부스 앞에 많은 관람객이 길게 줄을 섰다. 그 중 가장 인기가 있었던 것은 산둥성 무형문화유산 프로젝트 편작(扁鵲)맥학 진단법이었다.
편작 맥학 진단법의 대표적인 계승자인 치샹화(齊向華)는 "편작맥학 진단법은 전통적인 맥법과 현대 과학기술을 결합하여 맥박의 압력, 속도, 질 등의 차원을 세분화한 것" 이라며 "이러한 미세한 특징을 정확하게 진단함으로써 의사는 환자의 몸 상태를 보다 포괄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무형문화유산 박람회는 시각적 향연 뿐만 아니라 참관객들에게 미각의 즐거움을 선사했다. 토가 다오류수이 건두부(土家倒流水豆腐干)는 독특한 생산기법과 맛으로 많은 관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양마도의 해산물 만두는 맛있는 식감으로 많은 '팬'들을 사로잡았다.
디지털 스마트 기술과 손잡은 무형문화유산
'AR 안경을 쓰면 하루에 천 편의 연극을 볼 수 있고, 사흘에 만 권의 책을 들을 수(읽을 수) 있다.'
허난성 마가서회(馬街書會)는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무형문화유산으로 박람회 참관객들을 열광시켰다.
피영극(종이 그림자 연극)의 입체적인 공간에 몸을 담그면 관중은 자신도 모르게 피영극의 인물로 변신한다. 안면인식으로 체험자가 쓰촨극 변검(變臉)의 절묘한 기술을 느낄 수 있다.
올해의 박람회 현장에서는 디지털 첨단 과학기술이 옛 무형문화유산과 결합해 사람들의 견문을 넓일 수 있게 했다. 국례인 사면방존 디지털 체험 프로그램은 안구 위치추적 기술을 통해 관람객들이 육안 3D 방식으로 경태람(景泰藍, 동기 표면에 무늬를 내고 남색을 발라서 불에 구워 낸 공예품) 제작의 전 과정을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관람객들은 AR 공간 인터랙티브 펜으로 경태람의 가장 특징적인 줄세공 공정을 재현하는 것을 체험하면서 탄성을 터뜨렸다.
쑤저우 어요(고대 궁중에서 쓰는 도자기를 굽던 가마) 금벽돌 박물관이 마련한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은 VR 안경을 쓰고 쑤저우 어요 금벽돌이 깔린 고궁 태화전(太和殿), 중화전(中和殿), 보화전(保和殿)을 거닐었다. VR 기술의 도움으로 6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베이징 고궁의 금벽돌을 보다 직관적이고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있었다.
'둔황: 시간의 수호자' VR체험 프로젝트는 당나라 중후기의 둔황을 모델링하여 새롭게 복원해냈다. 관람객들은 천년 전 돈황 220, 285굴의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을 감상하고 놀라움을 표시했다.
VR, 3D 모델링, UE, AE 등의 디지털 신기술이 가세해 역사 속에 묻히거나 박물관에서 잠자던 무형문화유산의 기억과 혼을 소환해 사람들로 하여금 색다른 무형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했다.
틱톡 등 무형문화유산의 전파를 돕는 디지털 플랫폼도 박람회에 참가했다. 이들은 체감형 인터랙티브 게임, 피코 가상현실 VR 체험, 틱톡 콘텐츠 등을 선보였고, 아울러 '차오자반(曹家班) 태평소', '차오산잉가무(潮汕英歌舞)' 등 틱톡 플랫폼의 대표적인 무형문화유산 프로젝트들을 전시해 디지털 신기술간 융합의 아름다움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젊은 힘이 넘치는 핫한 무형문화유산
이번 박람회에는 211건에 달하는 무형문화유산 대표적인 프로젝트와 100여 명의 대표적 무형문화유산 계승자가 초청됐다. 기예가 훌륭하고 독창성과 경륜이 뛰어난 예술인외에 활발한 사고와 무한한 창의력을 가진 젊은 예술인도 참가했다.
"할머니와 제가 수놓은 바늘 향주머니는 예전에는 바늘을 보관하는 데 쓰였지만 지금은 미니어처 키홀더, 핸드폰 걸이로 변신해 인터넷에서 '대박'을 터뜨렸습니다."
올해 25세인 쑨거야오(孫歌尧)는 85세인 할머니 왕수잉(王秀英)과 함께 손에 은 바늘을 들고 쉬저우 향주머니 제작 기술을 소개했다. 쑨거야오는 쉬저우 향주머니 제작 기술의 제5대 계승자로서, 할머니로부터 기예를 계승받고 전통 공예와 현대적 요구를 결합해 무형문화유산의 스타일에 혁신을 실현했다.
쑨거야오는 "여러가지 현대 오락 게임 속의 캐릭터들이 착용한 향주머니를 디자인해 주었다"며 "이를 통해 무형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게임의 세계로 끌어들여 많은 젊은이들이 생활속에서 전통공예와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했다."라고 말했다.
푸젠성 취안저우 잠화 두건 장식에 대한 열기도 인터넷 공간을 뛰어넘어 박람회 현장으로 번졌다. 붉은 옷에 꽃과 금장식을 머리에 두른 전통 쉰푸 여성들의 무형문화유산 계승자인 황리융(黄丽泳)의 주변에는 구경꾼과 체험객들로 붐볐다.
신세대 계승자인 그녀는 "잠화 머리 장식으로 대표되는 쉰푸 여자들의 풍습은 국가무형문화유산으로 800년 넘게 전승되고 있다."며 "현재 잠화 머리장식의 열풍이 전국 각지에 불고 있고, 사람들이 이 아름다움을 체험하면서 쉰푸 문화의 정수와 전통 여성의 아름다움을 이해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최헌규 중국전문기자(전 베이징 특파원) chk@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