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나니 공기가 달라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창문을 열면 남은 여름의 기운이 느껴졌는데, 이제는 바람 끝에 서늘함이 묻어난다. 거리의 사람들은 두꺼운 옷을 꺼내 입기 시작했고, 출근길엔 연휴의 흔적이 완전히 사라진 듯하다. 하지만 마음 한켠은 여전히 어딘가에 머물러 있다. 몸은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마음은 아직 쉬는 중이다.
연휴가 끝난 뒤 찾아오는 묘한 공허감, 그리고 다시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압박감. 잠시 멈추어 쉬었을 뿐인데, 세상은 나만 빼고 여전히 빠르게 돌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쉬는 일조차 조급하게 했나 보다. 푹 쉬었으니 이제는 다시 달려야 한다고, 뒤처지면 안 된다고 스스로를 다그친다. 하지만 조금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쉰다는 것은 단순히 멈추는 일이 아니라, 다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숨 고르기 아닐까.
돌이켜보면, ‘쉼’이라는 일을 제대로 해본 적이 없다. 어릴 적부터 쉬는 시간에도 다음 일을 준비하던 습관이 몸에 밴 채로 어른이 되었다. 일을 하지 않으면 불안했고, 계획이 없으면 조급해졌다. 하지만 결국 그런 삶은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바쁘게 달리던 말도 잠시 쉬어야 다시 속도를 낼 수 있듯이, 사람도 그럴 필요가 있다. 이 단순한 사실을 너무나 잘 알지만, 그래도 편히 쉴 줄을 모른다.
물론 쉬는 동안에도 세상은 여전히 움직인다. 그래서 우리는 ‘쉬는 동안에도 쉬지 못하는’ 모순에 빠진다. 하지만 진짜 쉼은 그런 것과는 다르다. 잘 쉴 때 우리는 잠시 일을 멈추고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나를 둘러싼 관계와 일의 방향을 다시 바라볼 수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그 속에서 마음은 조용히 정돈된다. 오히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선명하게 본다.
연휴 마지막 날 밤, 나는 내일을 준비했다. 연휴 동안의 휴식을 에너지 삼아, 몸과 마음이 준비 상태에 들어간다. 지난 몇 달간의 분주함, 사람들과의 관계, 스스로의 태도를 돌이켜보고, 온전히 느껴본다. 몸이 아닌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는 시간. 쉼을 통해 나는 다시 일할 준비를 한다.
이제 우리의 일상은 다시 속도를 낼 것이다. 새로운 일정이 생기고, 해야 할 일들이 줄지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음만큼은 급하게 달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쉬는 동안 배운 여유를 조금이라도 간직하면서, 서두르지 않고, 내 속도대로 걸어가길 바란다. 일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쉼은 우리가 선택해야만 찾아온다. 그러니 그 선택을 조금 더 자주, 의식적으로 해보자.
연휴가 끝났다는 건, 다시 무언가를 시작할 시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 시작이 꼭 거창할 필요는 없다. 부담 갖지 말고, 하루의 리듬을 천천히 회복하는 일부터면 충분하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일은 조금 낯설지만, 쉼이 알려준 느림의 감각을 기억한다면, 다시 맞이할 분주함 속에서도 잘 해낼 수 있다.
휴식을 끝내고 일상을 향해 다시 걸어갈 때, 새로운 마음가짐과 힘찬 발걸음으로 나아가면 좋겠다. 쉼을 통해 회복한 마음이 방향을 잃지 않게, 일의 한가운데에서도 스스로를 돌보는 일을 잊지 않기를. 그렇게 우리는 일과 쉼 사이의 경계를 오가며, 조금씩 더 균형 잡힌 사람이 되어간다. 이번 가을, 다시 달려야 할 시간이 왔다면 그 시작이 두려움과 부담감이 아닌 기분 좋은 미소로 시작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