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발길이 아닌 마음이 머무는 관광을 위하여

2025-10-22

장원국 제주테크노파크 청정바이오사업본부 전문위원/논설위원

올 추석 연휴는 유례없이 길었다. 긴 연휴인 만큼 나름대로 고민을 하고 계획을 세워 뭔가 의미있는 시간을 준비했지만, 지나고 보니 기대만큼 알차게 보내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매년 반복되는 명절이지만, 그 의미와 풍경은 해마다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예로부터 추석은 풍요와 감사, 그리고 정을 나누는 명절이었다. 곡식이 무르익고 들녘이 황금빛으로 물드는 계절, 가족은 한자리에 모여 조상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송편을 빚으며 안부를 나누었다. 그러나 이제 명절의 풍경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있다. 핵가족화와 1인 가구의 증가, 빠른 일상 속 거리감은 명절의 의미를 단순한 ‘쉼과 휴식의 연휴’로 바꾸어 놓았다. 고향 대신 여행지를 선택하고, 차례와 성묘도 간소화되었다. 영상을 통한 ‘비대면 명절’이 새로운 풍속으로 자리 잡은 것도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코로나 이후에는 모이지 않는 문화가 오히려 자연스러운 일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제주의 추석 풍경도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과거에는 섬 전역이 귀성객들로 북적였다. 공항과 항만에는 ‘혼저 옵서예’라는 환영 인사가 넘쳤고, 한라산 자락의 밭과 오름에는 조상 묘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그러나 요즘의 제주는 귀성객보다 관광객이 더 많다. 명절을 ‘고향의 시간’이 아닌 ‘여행의 시간’으로 보내는 이들이 늘어난 것이다. 도로는 렌터카로 가득 차고, 베이커리 카페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불경기라 하지만, 이런 활기가 고마운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고민도 깊어진다. 제주는 과연 이러한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고 있을까. 제주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관광지다. 사람은 끊임없이 찾아오지만, 정작 ‘어떻게 더 오래 머물고, 어떻게 더 만족스럽게 머물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여전히 부족하다. 다른 지역의 관광지는 방문객의 소비를 늘리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세심한 서비스 향상에 힘쓴다. 반면 제주는 천혜의 자연 자원에 안주해 있는 것은 아닌가 싶어 씁쓸하다. 관광객의 소비는 정체되어 있고, 체류 시간도 길지 않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서비스 마인드와 환대 문화의 부족, 단조로운 관광 코스, 그리고 지역민과 관광객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콘텐츠의 한계 때문이다.

제주의 추석 연휴는 긴 휴식의 시기만은 아니었다. 제주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되돌아보게 하는 거울이기도 하다. 명절은 본래 사람과 사람을 잇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제주 관광의 미래 역시 ‘사람 중심’에서 출발해야 한다. 자연경관에 더해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서비스, 지역민이 주체로 참여하는 축제, 지역경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순환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번 추석이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제주의 명절 풍경이 달라진 만큼, 제주 관광도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통과 변화, 고향과 여행, 쉼과 소비가 공존하는 이 섬에서 우리는 ‘관광의 질’과 ‘사람의 마음’을 함께 돌보는 균형을 찾아야 한다. 한가위의 풍요로움이 단지 붐비는 거리와 매출에 머무르지 않고, 제주의 바람처럼 따뜻하게 퍼져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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