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테네시 주지사 잇달아 방한…투자 러브콜에도 기업들 ‘신중’

2025-10-22

이번 주 미국 조지아주·테네시주·몬태나주 등 주지사들이 잇달아 방한해 기업들과 만난다. 한국 기업이 대미 투자의 ‘큰손’이 된 만큼 통상적으로 주 정부가 투자 유치 러브콜을 보내는 자리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지난달초 있었던 조지아주 구금 사태 영향이다. 기업들은 미 관세 정책과 보조금 축소 우려, 강경 이민 정책 등 다양한 리스크를 고려해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하는 입장이다.

22일 재계 등에 따르면 브라이언 켐프 미국 조지아 주지사는 오는 23~25일 방한해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SK온·CJ푸드빌 등 조지아주에 생산기지를 둔 기업들을 만난다.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 이석희 SK온 사장 등 경영진과 면담할 전망이다.

조지아주로선 지난달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공장에서 한국인 317명이 체포·구금된 이후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는 게 숙제다. 재발 방지 방안이 없다면 기업들의 대미 투자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켐프 주지사는 한국 기업들과 협력을 더 공고히 하겠다는 ‘달래기’ 메시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빌 리 테네시 주지사도 이날부터 24일까지 6년 만에 한국을 찾아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관세·비자 등 기업들의 우려 사항을 듣고, 투자 지원 방안 등을 얘기할 것으로 보인다. 테네시주에도 LG전자·LG화학·LG에너지솔루션·SK온·효성중공업·한국앤컴퍼니 등 많은 한국 기업이 공장을 운영하고 있거나 짓는 중이다. 한국 기업(합작공장 포함)이 테네시주에 투자하기로 약속한 금액은 136억 달러(약 19조5000억원)가 넘는다.

한국 기업들은 바이든 행정부 때 시행한 반도체법(칩스법)·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보조금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에 천문학적 금액을 투자해 공장을 지었으나, 트럼프 정부 들어 불확실성이 커졌다. 재계 관계자는 “일단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 단기 상용(B-1) 비자의 활동 범위를 공지해 미국 출장을 재개했지만, 비자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으면 투자를 하기가 어렵다”라며 “조지아·테네시 등 영향력 있는 공화당 주지사들에게 최대한 한국 기업의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역시 지난 20일 방한한 그렉 지안포르테 미국 몬태나 주지사를 만나 조지아주 사태가 재발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을 위한 관심과 지지를 요청했다.

불확실성이 크지만, 기업 입장에서 미국은 포기 못 하는 시장이다. 시장 규모 자체가 큰 데다 국내 주력 산업 대부분이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미국 시장 공략은 필수여서다. 지난 8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한 기업들은 트럼프 2기 때 1500억 달러(약 215조원)의 대미 투자를 집행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안정적인 투자 환경과 인센티브를 최대로 끌어내는 게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구금 사태 이후 기업들이 대미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지만, 투자 철회보다는 오히려 미국 측에 요구사항을 관철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애초에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자하기로 한 건 그만큼 미국 시장이 매력적이라는 판단이 깔렸기 때문에 전화위복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했지만, 대신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여전히 미국은 매력적”이라며 “현지 공장을 운영하려면 각종 허가와 인력 육성 등을 위해 지역 사회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주 정부와 파트너십을 다지는 건 필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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