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지난 4일을 기해 전격적으로 텅스텐, 텔루륨, 비스무스, 몰리브데넘, 인듐 등 핵심광물 5종 관련 품목에 대한 수출통제 실시를 발표했다. 또한 별도의 유예기간을 두지 않고 발표 즉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10%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한 보복 조치로 해석되는데, 보복 피해를 우리나라가 가장 크게 볼 수도 있다고 우려된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민간 재고와 공공 비축, 국내 생산을 통해 대응 역량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향후 수급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주요 희소금속에 대한 중국 수입 의존도가 높은 상황인데, 현재 비축량 등을 감안하면 단기 대응은 가능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타격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이번 중국의 수출통제는 텅스텐, 몰리브데넘, 인듐, 비슴무트, 텔루륨 등 5개 품목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에 주로 사용되는 합금 및 화합물인 25개 제품 및 관련 기술이 대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중국의 글로벌 생산 점유율은 텅스텐 81%, 몰리브데넘 42%, 인듐 66%, 비스무트 80%, 텔루륨 67%이다. 우리나라의 중국 수입(중량 기준) 의존도는 텅스텐 85.4%, 몰리브데넘 85.0%, 인듐 92.8%, 비스무트 95.8%, 텔루륨 62.2%로 조사됐다.
다만 실제 수출이 통제되는 5개 품목의 국내 수급 상황은 각각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텅스텐은 민간 재고와 공공 비축(50일 이상)을 합쳐 약 6개월분의 물량을 확보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텅스텐 스크랩을 재활용해 일부 생산하고 있다.
또한 강원 영월 상동광산에서 올해 정광 상업생산이 예정돼 있어 공급 차질은 최소화 될 것으로 보인다. 인듐, 비스무트, 텔루륨도 국내 생산을 통해 대응이 가능해 영향이 제한적이다. 인듐은 2023년 기준 우리나라가 중국에 이어 글로벌 생산량 2위 국가이며, 연(납) 제련의 부산물인 비스무트는 다수의 국내 기업이 생산 중이라 수급 차질시 국내에서 대체 조달할 수 있다. 텔루륨도 국내 생산 중이며, 캐나다 등에서 대체 수입도 가능하다고 한다.
다만 몰리브데넘은 다소 상황이 다르다. 몰리브데넘은 공공비축 물량을 포함해 3개월 이상의 재고를 보유하고 있어 단기 대응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공급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생산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광물에 비해 낮기 때문에 대체 공급원 확보가 가능할 것 같지만 다른 지역, 국가들도 동일한 상황에 놓여 있어 사태가 장기화 되면 이마저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몰리브데넘을 철계 합금에 첨가하면 강도나 내열성, 내식성이 늘어나기 때문에 몰리브데넘계 합금이 널리 쓰이고 있다. 특히 스테인리스강에 몰리브데넘을 첨가하면 특성이 크게 향상되기 때문에, 몰리브데넘의 수요 중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합금강에도 사용되어 고급 공구강 합금원료로도 사용된다. 몰리브데넘 공급이 부족해지면 국내에서 스테인리스와 특수합금강 생산 차질을 야기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가격 변동성이 확대되기 때문에 수요처에도 최종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중국이 지난해 안티모니 수출 금지 소문이 돌면서 불과 4개월 사이에 산화안티모니 가격이 74.4%나 급증한 바 있다.
공급망 안정화는 글로벌 최대 이슈다. 주요국들은 원자재 확보, 자국 산업기반 강화, 기술우위 확보를 위해 대대적인 지원과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등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사안이 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핵심 품목의 특정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수입선을 다변화하거나 국내에 제조 역량을 확충하거나 수입 대체 기술을 개발하는 업체를 선도사업자로 지정해 적극 지원하는 등 민간 기업의 공급망 안정화 노력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혀 왔다. 급작스레 주요 광물의 공급망 차질 우려가 부각된 지금, 정부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줘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