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위기론의 시대...고전과 리얼리티, 낭만주의 주목하는 이유[BOOK],

2025-04-11

고전과 키치의 거부

유종호 지음

서정시학

포스트휴먼과 문학

김주연 지음

문학과지성사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조차 한국에서 유난한 것 같은 문학위기론을 잠재우는 데는 실패한 것 같다. 노벨상 받은 지 얼마나 됐다고 지난해 초와 견줘 올 초 매출이 반 토막 났다는 문학 출판사가 있다지 않은가. 위기론은 현실이 돼 결국 문학은 소멸하게 되는 걸까.

이런 공론(空論)은 여기 소개하는 두 책 앞에서 무색할 수밖에 없다. 평생을 바쳐 문학의 즐거움과 효용을 설파하고 해명해온 노장 평론가들의 비평집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여전히 싱싱한 이들의 문장과 정연한 논리의 '문학 옹호론'이 새삼스럽기 때문이다.

먼저 유종호 선생의 책. 제목에서 엿보이는 대로 고전을 상찬하고 키치를 깎아내렸다. 키치는 무엇인가. 소비사회에서 각광 받는 감상적인 통속물이 아니다. 밀란 쿤데라가 대표작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화가 사비나의 입을 빌려 비판했던 키치다.

'아름다운 거짓' 혹은 '거짓 태도'로 치부되는 키치의 반대편에 삶과 역사의 진실에 충실한 태도, 리얼리티를 추구하는 작품이 있다. 이야기와 작품에는 시작과 중간, 끝이 있을 수밖에 없다. 반면 삶과 역사는 멈추지 않고 움직인다. 그래서 실제의 연애 사건은 어중간하게 끝나기 십상이다. 쿤데라의 또 다른 대표작 『농담』은, 루드빅과 루치에의 사랑이 흐지부지해져 버리기 때문에 리얼리티에 충실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런 소설을 읽는 일이 독자에게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는 반성의 계기가 되는 건 아닐까.

어쨌든 '진실한' 소설과 고전의 거리는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다. 유 선생은, 시민에게는 총명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는데 그렇게 되는 방편이 고전 읽기라는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방침을 소개한다. 고리타분하다고 느낄 수는 있어도 마냥 내치기는 어려운 주장이다.

김주연 선생의 관심사는 문학 외적인 것이다. 책 제목이 시사한 것처럼 인류의 생존이 위협받는 '포스트휴먼' 현실과 씨름했다. 기후변화로 지구는 들끓고, 사람보다 더 똑똑하게 만들어진 또 다른 사람(AI)이 사람을 대체한다. 인간은 이제까지의 아둔한 생활양식을 고수하느냐, 아니면 종전 방식을 전면 철폐하고 재생의 길을 걷느냐 사이의 선택 상황에 이미 내몰려 있는 건지도 모른다. 절체절명의 뉴노멀이다. 포스트휴먼의 현기증을 탐닉하면서도 포스트휴먼과 싸워야 하는 자가당착이 인류세의 딱한 처지다.

김 선생은 문학의 구원 가능성을 오래 탐문해온 평론가답게 문학에서 실마리를 찾는다. 물리와 경험 세계를 넘어서 비현실적 환상까지 껴안는 문학사조인 낭만주의에 주목했다. 낭만주의에서 현실을 갱신하는 역동성, 현재의 좌표를 돌아보는 자의식을 추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존이 걸려 있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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