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스터 최연소, 미스터 폴더블, 갤럭시 신화, 이재용의 남자'
이번에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 사장을 따라다니는 수식어들이다. 그는 어제부로 고(故)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의 빈자리를 메우고 삼성전자의 양대 사업축 중 하나인 DX부문을 이끌게 됐다.
당장 노 사장에 놓여있는 과제들은 산더미다. 우선 경영 공백을 채우고 조직 안정화를 꾀해야 한다. 이와 동시에 사업부문들의 경쟁력 제고를 통해 흔들린 리더십을 회복하고 제품 품질을 끌어올려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DX부문 구원투수로 등판한 노 사장이 경영 능력과 리더십을 입증해 '직무대행'을 떼어내는 것도 그만의 과제다.
노트부터 폴더블까지 스마트폰 전문가
2일 업계에 따르면 노 사장은 전날 삼성전자의 수시인사에 따라 DX부문장 직무대행 업무에 돌입했다.
노 사장이 DX부문장 직무대행으로 임명된 것은 한 부회장의 예상치 못했던 유고 여파다. DX부문장 겸 생활가전(DA)사업부장 그리고 지난해 신설된 품질혁신위원장까지 1인 3역을 소화해왔던 한 부회장은 지난 22일 휴식 중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곁을 떠났다.
이에 노 사장이 고 한 부회장의 경영 공백을 채우기 위해 투입된 것이다. 그가 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게 된 것은 갑작스러웠지만 한 부회장을 대체할 만한 인물이 노 사장 밖에 없었다는데에는 시장의 이견이 없다. 이미 지난 2020년부터 수년째 MX사업부장 사장으로 지내며 경영 능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고(故) 한 부회장의 역할을 가장 많이 일임 받은 것도 노 사장이다. MX사업을 비롯해 DA사업,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 등 DX부문 전체를 아우르게 된 것도, 품질혁신위원장을 이끌게 된 것도 노 사장이라는 점에서다.
1968년생인 노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도 동갑이다. 노 사장은 이 회장이 경영 활동을 본격화한 이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해 '이재용의 남자'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그만큼 이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세대 전자공학과 졸업, 포스텍 전자전기공학 석박사 학위를 따낸 노 사장은 1997년 삼성전자와 첫 인연을 맺었다. 당시 그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3팀으로 입사했고 이후 차세대제품그룹장, 혁신제품개발팀장, 상품전략팀장, 개발실장 등 무선사업부의 요직들을 거쳤다.
갤럭시S부터 갤럭시 노트, 갤럭시 폴더블에 이어 최근의 갤럭시 AI폰까지 그의 손을 거치지 않은게 없을 만큼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역사를 함께 걸어왔던 노 사장은 '갤럭시 신화'라고도 불린다.
그의 또 다른 별명은 '미스터 최연소'다. 노 사장은 2007년 38세의 나이로 상무를 달았다. 요즘에는 30대 상무가 많아졌지만 당시에는 파격 인사였다. 노 사장은 세계 최초로 6.9mm 200만 화소 카메라폰(SGH-X820․통칭 '울트라에디션'), 초저가 싱글 폴더폰(SGJ-X200) 등을 개발해 매출확대, 원가 절감 및 단말기 개발력 제고에 기여한 점을 인정받아 '최연소 임원' 타이틀을 얻었다.
노 사장은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12년 말 최연소 부사장을 달았다. 이후 입사 21년 만인 2018년 말 삼성전자 사장 자리에 올랐다. 그 결과 '최연소 부사장', '최연소 사장'이라는 타이틀 마저 거머쥐었다.
TV, 모바일 등 위상 흔들···리더십 되찾아야
그런 그의 앞에 새롭게 주어진 과제는 자신의 주 무대였던 MX사업부를 넘어 DX부문을 안정적으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특히 뜻하지 않은 경영 공백을 맞이한 DX부문 조직을 빠르게 정상화하고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 삼성전자 DX부문 사업들이 직면한 상황들은 녹록지 않다. 모바일, TV 등 분야의 리더십이 흔들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해당 분야들은 삼성전자가 강점을 발휘해왔던 분야들이지만 최근 경고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가 수장으로 있는 MX사업부의 경우 올초 선보인 갤럭시 S25 시리즈가 흥행하며 순항 중이지만 경쟁사들의 추격은 매섭다. 삼성전자는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조사에서 지난해 4분기 글로벌 시장점유율(출하량 기준) 1위 자리를 애플에 뺏겼다.
또한 삼성전자의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주요 사업들의 시장점유율이 일제히 떨어졌음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시장조사기관 옴디아 기준으로 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TV 시장점유율(금액 기준)은 28.3%로 2023년 30.1% 대비 1.8%p 줄어들며 30%대가 깨졌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 기준 스마트폰 글로벌 시장점유율도 2022년 21.7%에서 2023년 19.7%, 2024년 18.6%로 2년 연속 떨어졌다.
DA사업부도 아직 갈길이 멀다. 경쟁사인 LG전자의 H&A사업본부는 지난해 매출액 33조2033억원, 영업이익 2조446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VD사업부와 DA사업부를 합산해 이익을 공개한다. 같은 기간 삼성전자 VD·DA 사업부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6조5000억원, 1조7000억원이다. 두 사업부의 합산액임에도 영업이익 규모는 LG전자 한개 사업부 영업이익 보다 적다는 뜻이다.
삼성전자가 이번 수시인사에서 DA사업부장을 노 사장 대신 새로운 인물을 등용한 것도 이 때문으로 읽힌다. 삼성전자의 DA사업부장은 지난 2022년 이재승 전 사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 뒤 고 한 부회장이 겸직해왔다.
하지만 노 사장은 30여년간 무선사업부에 몸 담으며 생활가전, TV사업에 대한 경험이 없다. 더구나 겸직을 하게 되면 한 사업부에만 몰두하기 어렵다. 이에 보다 DA사업부만의 경쟁력을 키우고자 DA사업부장을 따로 등용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DA사업부장은 김철기 DX부문 MX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이 맡게 됐다.
이에 노 사장은 모바일부터 가전, TV 등 전반을 아울러 경쟁력을 제고해야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여기에 품질혁신위원장도 맡게 된 만큼 제품 품질을 높여 고객들의 신뢰를 회복해야한다는 숙제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무선이이폰인 갤럭시 버즈3 프로 결함, 갤럭시 Z폴드 스페셜 에디션(SE) 출시 지연 사태 등 제품 품질 이슈들을 겪었다. 작년 말 품질혁신위원회라는 곳이 신설된 계기이기도 하다.
이 회장도 최근 삼성 전 계열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세미나를 통해 "DX부문은 제품의 품질이 (삼성전자 이름에) 걸맞지 않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품질 혁신도 급선무라는 얘기다.
더불어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부회장과의 호흡을 맞춰나가는 것도 필요하다. DX부문과 DS부문은 삼성전자의 사업 양대축인 만큼 두 수장간의 호흡도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노 사장이 '갤럭시 신화'에 이어 DX부문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삼성전자는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인선을 택했지만 노 사장에게 '직무대행'이라는 꼬리표를 통해 검증 절차를 남겨뒀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 조치와 관련해 "MX사업부장에게 DX부문장 직무대행을 맡겨 조기에 조직 안정화를 도모하고 DA사업부장에는 영업·마케팅 전문가를 선임해 사업혁신을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