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투자 늘려 봤자…정치 양극화가 성장률 갉아먹어"

2024-10-23

정치 양극화에 국민들이 정부 경제정책에 대한 이견이 커질수록 장기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민간투자가 늘고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도 지금처럼 정치권이 극한의 대립을 이어갈 경우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23일 한국재정학회에 따르면 김성순 단국대 무역학과 명예교수는 25~26일 충북 제천에서 열리는 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정치 양극화가 경제성장에 미치는 효과 분석’ 논문을 발표한다.

김 교수는 이번 논문을 통해 정치 양극화와 경제성장 간에 뚜렷한 인과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 그는 정치적 양극화 정도를 수치로 환산하기 위해 △규제의 질 △준법성 △정부 정책의 유효성 등 세 가지 요인을 봤다. 이들은 세계은행(WB)의 세계거버넌스지수(WGI)에 포함된 항목으로 규제의 질은 경제발전 정책을 시행하는 정부의 능력을, 준법성은 재산권과 재판 결과 등에 대한 경제주체들의 신뢰도를 의미한다. 정부 정책의 유효성은 정책이 시행됐을 때의 수준을 뜻한다.

김 교수는 각 요인이 평균에서 멀수록 정치적 양극화가 심하다고 가정했다. 예를 들어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평균에서 멀어진다는 것은 사람들의 의견이 서로 갈려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WB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정부 정책 유효성 표준편차는 전체 214개국 중 94위였다.

김 교수가 1981~2023년 한국의 경제성장률과 이 세 가지 요인의 인과관계를 분석한 결과 ‘규제의 질’ 항목이 평균에서 1% 멀어지면 경제성장률은 장기적으로 0.77%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준법성은 평균에서 1% 멀어질수록 경제성장률이 0.31% 떨어졌다.

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투자 지출과 민간투자 지출이 1% 높아질 경우에는 각각 경제성장률이 0.07%, 0.06% 장기적으로 상승했다. 인적 자본 축적도 성장률 제고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정부와 민간투자가 늘어나도 정치적 양극화 문제를 해소하지 못하면 성장률은 뒷걸음질 칠 수 있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다른 변수들과의 상호작용을 고려하면 실제 효과는 이보다는 적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양극화와 같은 요인이 투자나 인적 자본 못지 않게 경제성장에 중요하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라며 “양극화 해소는 정책 불확실성을 줄여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경제성장에 기여하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성장 요인은 양극화를 줄이고 국민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이어 “정치적 양극화 해소가 경제성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정책적 요소로 민감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센터가 2022년 발표한 설문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국 중 한국의 정치 양극화 정도는 미국과 프랑스를 제치고 1위에 오른 바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인텔리전스유닛(EIU)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민주주의지수 보고서는 한국의 정치 문화 점수가 2021년 7.5점에서 지난해 6.25점으로 떨어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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