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보폭 넓히는 한동훈…'지방선거 역할론' 키우기

2025-10-05

내년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국회의원 보궐선거를 8개월 앞두고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활동 반경을 넓히며 존재감 부각에 나서고 있다. 보수 진영 내 유력 주자로서 여전한 건재함을 과시하는 동시에 다가올 선거판에서의 ‘한동훈 역할론’을 키우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6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지난 22일 거제시를 시작으로 경남 전역을 돌며 지역 현안을 청취하는 ‘민심 경청로드’를 진행 중이다. 자영업자를 도와 직접 치킨을 배달하고, 조선소를 찾아서는 젊은 노동자들의 애로사항을 들으며 지역민들의 삶을 몸소 체험하는 방식이다. 경남 통영에서는 배드민턴 동호회를 만나 침체를 겪는 지역 경기와 청년들이 떠나는 현실 등을 주제로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한 전 대표는 자신의 행보를 페이스북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실시간으로 공개하며 ‘셀프 홍보’에도 열중하고 있다.

장외에서의 대여 투쟁도 병행 중이다. 수시로 SNS를 통해 주요 현안별 목소리를 내며 보수 진영 내 공격수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는 정부·여당의 ‘배임죄 폐지’ 방침을 두고 “이재명 대통령이 재판받는 죄명이 배임죄가 아니라 절도·살인죄였다면 민주당 정권은 주저 없이 절도·살인죄를 없애버릴 것”이라고 꼬집는가 하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여권의 탄핵 움직임에 대해서는 “탄핵 사유”라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도 권성동 의원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된 한학자 통일교 총재로부터 당 대표 시절 만남을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고 폭로하며 ‘특검 공세’에 떳떳한 인사라는 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이러한 적극적인 행보에 힘입어 한 전 대표는 중앙정치를 떠난 뒤에도 여전히 차기 대권주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달 28~29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 결과, 한 전 대표는 8.2%의 지지율을 보수 진영에선 장동혁 대표(18.3%)에 이어 2위를, 전체에선 5위를 차지했다. 5위권 내 비현역·무당직 인사는 한 전 대표가 유일하다.

한 전 대표도 정치적 금의환향을 위한 내년 선거 출마를 저울질 중이다. 서울시장 등 광역자치단체장보다 보궐선거를 통한 원내 입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지난 2일 SBS라디오에 나와 지방선거 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한민국 정치는 매우 역동적. 불과 10개월 전만 해도 지금의 상황을 예상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을 것”이라며 “구체적으로 미리 생각할 필요는 없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당내에서도 친한(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한 전 대표가 선거에 나가야 한다”며 ‘한동훈 출마설’에 군불을 지피고 있다. 배현진 의원은 지난달 30일 CBS라디오에서 “이전부터 많은 의원들이 (한 전 대표에게) 국회의원을 경험해야 된다. 원내에 들어와서 이 일이 어떻게 왜 하는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현실적인 권유를 드렸다”고 전했다.

한 전 대표가 이렇듯 정치적 보폭을 넓히고 있지만, 그의 정계 복귀는 결국 지도부와의 관계 설정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전 대표의 재기를 위한 최고의 시나리오는 보궐선거를 통한 원내 입성인데, 이는 결국 공천권을 지닌 장 대표의 손에 그의 운명이 달린 셈이기 때문이다. 상황은 한 전 대표에게 녹록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이후로 한 전 대표와 단절한 장 대표는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 의지를 드러내며 그를 압박하고 나선 모양새다. 지난해 11월 불거진 해당 의혹은 국민의힘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에 한 전 대표 일가가 연루됐다는 내용이다.

결국 한 전 대표가 스스로 선거 승리를 위한 쓰임새를 증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야권의 도전지로 분류되는 인천 계양구을 등 험지 출마를 자처한다면 지도부로서도 그의 출마를 막을 명분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보궐선거에서 어느 지역이냐에 따라 한 전 대표가 쓰일 곳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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