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 얹는 정치 구호···‘캡모자에 미친 대통령’ 트럼프의 유별난 패션 정치

2025-10-06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치 인생 10년 내내 함께한 물건이 있습니다. 앞부분에 챙이 달린 캡모자입니다. 그는 가장 최근에는 지난 8월2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전시관에서 ‘TRUMP WAS RIGHT ABOUT EVERYTHING’(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면에서 옳았다)이라고 적힌 모자를 쓴 채 시민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가장 유명한 모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 표어인 ‘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이 적힌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출마 선언 직후인 2015년 7월23일 텍사스주 러레이도의 미국-멕시코 국경을 방문했을 때 처음으로 언론 앞에 이 모자를 쓰고 나타났습니다. 단정한 양복과 대조되는 캐주얼 캡모자를 쓴 그는 많은 주목을 받았죠.

이후 이 모자는 트럼프 대선 캠페인의 상징적인 아이템이 됐습니다. 그는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제치고 대통령으로 당선됐습니다.

모자에 적힌 문구는 조금씩 바뀌었습니다. 2020년 대선에서는 ‘KEEP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계속 위대하게)이, 2024년 대선에선 ‘마가’와 함께 ‘TREUMP 2024’(트럼프 2024)이 적혀 있었습니다.

정치 전문가들은 가볍고 활용도가 높은 모자에 간결한 문장을 담는 방식으로 유권자들에게 표어를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것이 그의 전략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은 ‘FAKE NEWS’(가짜뉴스) ‘BUILD THE WALL’(장벽을 짓자) 등 트럼프 행정부가 하고 싶은 말을 적은 모자를 자체 제작하기도 했습니다. 모자 제조 업체들도 이러한 트럼프 지지자 맞춤 모자를 팔기 시작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집권 들어 모자를 ‘이마 위 정책 홍보 전광판’으로 활용하는 모양새입니다. 지난 4월30일 백악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이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에 대한 고별 내각 회의가 열렸을 당시 각 각료 앞에는 ‘GULF OF AMERICA’(미국만)라고 적힌 모자가 놓여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존 멕시코만 대신 국제사회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붙인 명칭이죠.

머스크가 당시 ‘DOGE’라고 적힌 또 다른 캡모자 위에 이 모자를 얹자 좌중에선 폭소가 터져 나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에 ‘마가’ 모자를 여러 장 쌓아두고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8월25일 정상회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친필 사인이 담긴 이 모자를 선물로 받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캡모자 사랑, 어디까지 가는 걸까요? 그는 백악관 집무 공간인 웨스트윙 한쪽에 모자, 스카프, 물병 등이 전시된 ‘굿즈’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일함 알리예프 아제르바이잔 대통령이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이곳을 함께 들러 흐뭇한 표정으로 모자를 보여줬습니다.

모자 자랑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습니다. 지난 8월18일,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협상 ‘패싱’을 우려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유접 정상들이 다급히 백악관을 찾았을 때도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을 ‘굿즈 코너’로 데려가 여유롭게 모자를 보여줬습니다. 그가 집어 든 모자 중 하나에는 ‘4 YEARS MORE’(4년 더)이 쓰여 있었습니다. 3선 도전을 암시하는 내용으로 풀이됩니다.

당시 사진이 공개되자 온라인에선 비판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누리꾼들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적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미국을 찾아갔다고 상상해봐라. 근데 미국이 굿즈를 자랑하기 위해 쉬는 시간을 가진 꼴” “당황스럽다” “저속하다” 등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들(유럽 지도자)은 (모자를) 10% 할인받는다”고 비꼰 누리꾼도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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