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김형묵은 tvN 드라마 ‘폭군의 셰프’에서 명나라 사신 우곤 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언어의 장벽과 우곤의 캐릭터를 표현하는 부분이 컸기에, 두 번째 과제였던 요리와 맛 표현에 대한 부분은 지금까지 연기한 부분을 믿었다. 작가진의 대본을 믿고 편집 역시도 장태유 감독을 믿었다. (①에서 계속)
그는 초반부 사신단이 도착하던 당시 연지영(임윤아)이 해주는 마카롱을 먹으며 했던 표정은 그의 장기 박진영 표정 모사가 들어갔음을 부인하진 않았다. 하지만 나머지는 그 순간 느껴졌던 직관력과 상상력을 펼치는 시간이었다.
“한창 촬영 중인 때는 더울 때였어요. 기본적으로 더위가 있고, 명나라 사신 의복이 두꺼웠죠. 거기에 밤에도 낮의 분위기를 내기 위해 조명을 사정없이 밖에서 비췄죠. 만들어놓은 모든 음식이 다 궁금했고, 직접 맛을 봤던 것 같아요. 특히 우대갈비의 경우에는 갈비에 튀밥을 올리는 스타일이었는데 정말 바삭대더라고요. 아이디어를 갖고 사업을 하면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죠.(웃음)”

짧은 시간이었지만 연지영 역 임윤아, 이헌 역 이채민과의 만남은 강렬했다. 씩씩하게 자신의 역할을 준비해오는 이채민의 모습도 놀라웠지만, 임윤아의 넓은 아량에는 스스로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보통 우곤의 분량은 나중에 모아서 찍는 경우가 많았어요. 촬영이 정해놓은 시간이 있었으니 연습해놓고 집중하며 쏟아내는 과정이 반복됐죠. 어느 날 윤아씨가 월대 밑에서 와서 너무 감사하다고 말해주는 거예요. ‘너무 감사해요. 너무 잘해주시고 고생해주셔서, 감사하다’고 하는 거였죠. 어린 친구였지만 여간 어른스럽지 않았어요.”
그렇게 모든 걸 쏟고 보니 어느새 시간은 10월 초. 추석이 막 지났다. 2025년은 김형묵에게도 뜻깊은 한 해였다. 영화로는 ‘가족의 비밀’ ‘어쩔수가없다’를 공개했고, 연상호 감독의 ‘군체’를 준비하고 있다.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에 이어 ‘슈가’에서 제리 역으로 분한다. 눈코 뜰 새 없는 상황에서 지난해 아버님을 떠나보낸 슬픔도 이내 묻어야 했다. ‘어쩔수가없다’는 그런 기억으로도 짙게 남아있다.

“올해는 정말 감사하고 치열한 한 해, 성장할 수 있었던 한 해였어요. 올 초 공연이 끝나고 영화를 찍고, ‘폭군의 셰프’를 했어요. 배우가 열심히 하는 건 기본이지만, 모든 분들이 도와주셔야 돈도 인기도 일도 제게 맡겨지는 거라는 걸 깨닫게 되죠. 제가 해야 하는 건 겸손하고, 교만하지 말아야 하고, 감사해야 한다는 걸 아는 일이에요. ‘어쩔수가없다’가 아버님 돌아가시고 지방 촬영에 나섰던 일정이었는데, 집중을 못 하는 상황에서도 박찬욱 감독님의 모습과 이병헌 선배의 모습을 보고 이내 집중할 수 있었어요. 이미 배역의 눈으로 걸어 나오시더라고요. 저도 순간적으로 제 상황을 잊고 몰입할 수 있었어요. 그런 과정 속에서 조금 더 성장하는 것 같습니다.”
추석을 맞아 김형묵은 오는 11일 ‘폭군의 셰프’로 인연을 맺은 동료들과 함께 평택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을 만나 음식도 나누는 봉사에 나설 예정이다. ‘폭군의 셰프’에서 산해진미를 먹으며 아직도 어렵고 불쌍한 이웃이 떠오르는 일도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재미를 느끼게 된 중국어 공부에도 매진할 생각이다.

“다양한 배역을 했어요. 처음엔 착했다가 나빠지거나, 포악한 줄 알았는데 귀여운 것도 했고요. 악역인데 다양성을 주는 배역이 있었죠. 앞으로 착한 역, 소시민적 매력이 있는 배역 등 다양한 배역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능도 기회가 된다면 하고 싶죠. 하지만 연기자니까 연기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기회를 받고 싶어요. 요즘에는 시청자들의 힘이 있다고 하잖아요. 그러한 집단지성을 믿고 싶습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김형묵은 최근 미국 프로축구(MLS) LA FC로 이적한 손흥민의 이야기에도 한창 열을 올렸다. 중계권이 있는 OTT를 구독했다고 웃은 그는 “메시도 잘하지만, 손흥민처럼 전성기에 이적을 결정하지 않았다. 만난 적은 없지만, 영원히 내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늘 깨어있고 움직이지만, 배우로서의 욕심으로 중국어를 초인적으로 갈고 닦는 그의 모습은 인터뷰어임에도 경외감을 안겨준다. 늘 그대로의 힘과 에너지, 활력으로 안방과 스크린, 무대를 수놓을 그의 모습은 시대의 수확이자, 선물이 될 것 같다.

“추석 연휴에도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맛 표현도 해보시고, 그 모습을 숏폼 콘텐츠로 올려주시고 하면서 즐기시면 좋겠어요. 추석에 이웃과 정을 나누고 챙겨주시는 풍요로운 명절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