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마크롱 회담 이모저모
“친애하는” “대성당 복원 훌륭”
겉으론 밝게 웃으며 회담 시작
트럼프 “유럽, 우크라에 돈 받아”
마크롱 갑자기 영어 쓰며 말 끊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트럼프 2기에서 처음 가진 정상회담에서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긴장감 속에 기싸움을 벌였다. 트럼프 1기였던 2018년 트럼프 대통령이 마크롱 대통령의 계속된 만류에도 불구하고 이란핵합의(JCPOA)를 탈퇴하면서 시작된 양국 정상 간 균열과 앙금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면서 증폭된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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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회담이 시작되기 전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파리에서 열린 노트르담 대성당 재개관 기념식에 참석한 것에 감사를 표했다. 또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을 “친애하는 도널드”라고 불렀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크롱 대통령이 화재 피해를 본 대성당을 훌륭하게 복원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곧이어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돈을 빌려주고 있으며 “돈을 돌려받는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팔을 잡고 “아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우리는 돈을 냈다. 우리는 전체 지원의 60%를 지불했다“며 “우리의 지원은 미국과 마찬가지로 대출과 보장, 지원금”이라고 정정했다. 정상회담의 관례에 따라 통역을 쓰던 마크롱 대통령은 갑작스럽게 영어를 쓰며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끊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독일 킬 연구소를 인용해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1190억달러,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전체적으로 1380억달러를 지원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전에 두 정상 부부가 파리 에펠탑에서 식사했는데 불어 통역이 없어서 자기는 마크롱 대통령의 말에 계속 고개만 끄덕였다면서 “그는 나를 제대로 팔아먹었다. 난 다음 날 미국으로 돌아가서 신문을 보고 ‘우리가 그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는데’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말을 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손을 뻗쳤고 두 정상은 웃으면서 상대방의 오른손을 움켜쥐었다. 이날 두 사람은 17초간 상대의 주먹을 쥐고 악수를 하며 기싸움을 벌였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는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보다 마크롱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미국 정상과 일대일 회동을 고집한 것은 유럽의 대표로 각인되기 위한 의지라고 짚었다. 프랑스 기자단은 회담 회견에서 프랑스 주재 AP통신 기자에게 첫 질문을 할 기회를 줬다. 백악관은 AP통신이 기사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시한 ‘미국만’ 대신 원래 지명인 ‘멕시코만’을 계속 쓰기로 하자 AP통신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 상태다.
워싱턴=홍주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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