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탄핵을 넘어 돌봄 중심 사회로

2025-06-12

대통령에 의한 내란과 구속, 석방, 탄핵, 조기 대선이 이어지면서 우리 사회는 위기와 기회가 혼재되어 나타났다. 검찰, 판사, 국회의원, 관료, 언론을 보면 세상 밑바닥까지 절망하며 분노하다가도 광장에 나와 응원봉을 든 시민, 국민에게 충성하는 군인, 양심에 따라 내란수괴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던 공무원을 보면 새로운 희망을 꿈꾸게 된다. 곳곳에서 사회적 합의가 깨져 나갔던 지난 시간. 그 사이 진실을 추구하며 정의로운 사회를 함께 만들어 나가려는 이들의 면면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남은 과제는 대선 이후 우리에게 주어질 사회 대개혁. <월간복지동향> 5월호 기고문을 정리한 연재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무엇을 함께 해야 하는지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울산저널]이승진 시민기자= 전은경 팀장(참여연대 사회인권팀)은 사회 대개혁 네 번째 주제 ‘돌봄’ 영역에 있어 12.3 내란 이후 1739개 시민사회가 모여 발족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의 10가지 과제를 소개했다. 이들은 △국민건강보험 강화 △사회적 소수자 의료접근성 향상 △공공의료 확충 및 의료공공성 강화 △의료민영화 중단 △국민연금 중심의 공적연금 강화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모두의 돌봄기본권 보장 △돌봄 공공성 강화 및 돌봄 노동자 처우개선 △다양한 가족구성 권리보장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 및 탈시설권리 실현을 꼽았다.

먼저 ‘국민건강보험 강화’에서는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성은 62%(2021년)로 OECD 평균 76%에 한참 못 미친다”면서 “낮은 보장성으로 인해 가계지출 중 본인 부담 의료비 지출이 OECD 국가 가운데 가장 높고 가처분소득 40%를 의료비로 지출해야 하는 재난적 의료비 지출 가구 비율도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OECD에서 미국과 함께 상병수당이 없는 국가”라며 “(현재) 상병수당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적용 대상도 적고 올해 예정된 본사업도 2027년 이후로 연기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따라서 “건강보험 보장성을 대폭 강화해 민간 실손보험 없이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시민의 의료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혼합진료를 전면 금지하고 의학적 근거가 있고 환자에게 필요한 비급여는 전면 급여화 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국가가 간병비를 책임지고 건강보험 재정 부담 수준을 높여야 한다”면서 “모든 경제활동 인구에게 근로활동 불가 기간(대기기간 3일 이하, 최대 보장 기간 18개월) 동안 이전 평균 임금 66.67% 이상의 급여를 제공하는 상병수당을 조속히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회적 소수자 의료접근성 향상’에서는 “모든 시민이 조건과 관계없이 건강권을 누릴 수 있어야 하지만 트랜스젠더, HIV/AIDS, 장애인, 노숙인, (해외)이주민은 사회적 편견과 차별 등으로 의료접근성이 크게 제약되고 있다”면서 “사회적 소수자에게 차별 없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의료인과 예비 의료인에 대한 인권 교육 의무화와 의료법(제15조 진료거부금지 조항)을 개정해 정당한 사유의 입증책임을 의료인 또는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공의료 확충 및 의료공공성 강화’에서는 “한국의 공공병원 병상수는 OECD에서 가장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는데 윤석열 정부는 공공병원을 단 1개소도 늘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예산을 대폭 삭감시켰다”며 “공공병원 기능 강화는커녕 민간 위탁 계획을 발표한 후 시장 논리로 내몰았다”고 규탄했다. 그러면서 “70여 개 중진료권마다 공공병원을 설치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폐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공공병원 기능 강화, 주치의제도 추진, 의료전달체계를 정상화, 공공의사 양성, 간호인력 충원”을 더했다.

‘의료민영화 중단’에서는 “사람 살리는 의료가 아닌 과잉 진료와 비급여를 활용한 수익성 추구에 매몰되어 있다”면서 “(이는) 의료상업화와 상품화 원인으로 역대 정부는 의료민영화 정책을 추구하면서 이런 경향을 부추겼다”고 비판했다. 그로 인해 “의료비 부담 상승, 지역의료 붕괴, 응급실 뺑뺑이가 일어난다”며 “건강보험 취약성은 실손보험 과잉 진료를 유발해 공공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민감정보(의료·건강) 보호, 플랫폼 자본 의료시장 진출 방지, 영리병원 설립 조항 폐기, 의약품·의료기기 규제 완화 철회”를 주문했다.

‘국민연금 중심의 공적연금 강화’에서는 “평균 급여액이 월 65만 원(2024년)으로 노후 최소 생활비 136만 원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라면서 “윤석열 정부는 연금액 20% 내외를 삭감하는 자동조정장치,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안 등 국민연금 약화 방안을 (국회에) 제출하며 연금 민영화 속내를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이들은 “군복무 크레딧 복무기간 전체 확대, 출산크레딧 24개월 확대, 저임금노동자 지원 강화, 플랫폼·원청기업 사용자 책임 부과, 기초연금 보편화 및 급여 수준 상향, 퇴직급여 사각지대 해소 등 적용 대상 확대”를 명시했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에서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까다로운 선정 기준, 낮은 보장 수준으로 인해 목표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며 “빈곤층이 수급자가 되기도 어렵지만 수급자로 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개탄했다. 이어 “수급자 선정 기준이자 생계급여를 결정하는 기준중위소득은 70여 개 복지제도 기준선으로 작동하고 있으나 실제 소득의 중윗값과 격차가 크다”면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고 기준중위소득을 현실화해서 가난한 이들의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모두의 돌봄기본권 보장’에서는 “돌봄 부담이 소득, 연령, 성별, 가족구성 등을 막론하고 전방위적으로 커다란 압박이 된 지 오래고 모두가 돌봄 위기를 말하고 있다”며 “저출산·고령화, 급변하는 가족·노동 형태 속에서 돌봄 공백이 사회적 위험으로 등장하자 주요 복지국가는 개인의 책임에서 사회적 책임으로 전환하고 국가 역할을 적극적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좋은 돌봄을 받을 권리와 돌볼 권리를 시민 기본권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헌법에 돌봄권을 명시하고 돌봄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돌봄 공공성 강화 및 돌봄 노동자 처우개선’에서는 “사회서비스 공급 98%를 민간이 수행한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설립한) 사회서비스원은 통폐합되거나 폐원되고 예산은 삭감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로 인해 “초단기간 저임금 노동환경을 초래하는 등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못했고 돌봄노동은 저평가되면서 노동자 처우는 열악해졌다”고 전했다. 이들은 해법으로 “(광역)시·도 사회서비스원 설립 의무화 등을 담은 사회서비스원법 개정과 돌봄통합지원법이 제대로 시행되도록 인프라·재원·인력 확충, 지자체 권한 부여”를 강조했다.

‘다양한 가족구성 권리보장’에서는 “정상 가족이라는 전통적 규범은 현실에 존재하는 다양한 가족과 공동체로 인해 뚜렷이 약화하고 있다”면서 “동성 커플, 비혼 출산, 혈연이나 결혼과 무관한 상호부조 공동체 등 생계나 돌봄을 공유하는 다양한 방식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법적 가족에 기초하는 복지 체계는 법적 가족이 아닌 사람의 시민적 권리를 박탈한다”고 규탄하면서 “부성우선주의 원칙을 담고 있는 민법 제781조 제1항을 개정하고 생활동반자법을 제정하는 등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장애등급제 완전 폐지 및 탈시설권리 실현’에서는 “2019년 장애등급제를 폐지했지만 여전히 의학적·일률적 기준을 척도로 삼으며 예산 통제와 효율적 운용에 방점을 두고 있다”며 “이러한 장애등급제는 지역사회 자립을 가로막고 시설 수용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문제를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는 장애등급제를 진짜 폐지하고 활동 지원에 대한 정부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탈시설지원법 제정, 유엔 탈시설가이드라인 이행을 위한 탈시설 로드맵 2.0 발표,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지원 5개년 계획 수립 등”을 촉구했다.

이승진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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