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 정책의 컨트롤타워 역할이 예고된 국가바이오위원회가 출범했다. 계엄과 탄핵 등 불확실한 정국 상황 탓에 출범이 한 달여 미뤄졌지만 국가바이오위원회는 국가우주위원회와 국가AI위원회와 함께 핵심 전략사업을 수행할 전략기술위원회로 위상을 갖고 바이오 정책을 총괄·조정할 예정이다.
23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울바이오허브에서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제1차 회의를 주재했다. 최 권한대행은 모두발언을 통해 “주요 선진국들의 바이오 분야 국가전략 마련, 관련 투자 확대 등 최근의 변화를 언급하며, 반도체·자동차 등 제조업 중심 경제로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를 연 대한민국이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경제 동력원으로서 바이오 산업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드넓은 가능성의 신대륙, 첨단바이오 시대 개막’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부위원장에 이상엽 KAIST교수를 포함해 24명의 전문가가 민간위원으로 위촉했다. 앞으로 국가바이오위원회는 범부처 최상위 거버넌스의 위상을 가질 전망이다. 관계 기관에서 개별 추진 중인 정책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보건·의료, 식량, 자원, 에너지, 환경 등 바이오 전 분야에 대한 민·관의 역량을 결집해 나가게 된다. 최 권한대행은 “논의된 사항들을 바탕으로 민·관이 힘을 합쳐 구체적인 액션플랜을 신속히 도출해야 한다”며 “국가바이오위원회 지원단을 빠르게 출범시켜 관련 활동을 밀착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바이오 인프라 구축 및 융합 촉진
이날 1차 회의에서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정부는 바이오 분야 전주기 혁신을 위해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전국의 첨단의료복합단지·연구개발특구·산업단지 등을 연계해 레드·그린·화이트·블루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 간 융합을 촉진하고, 핵심 기관(대학·연구소·기업·병원)을 유치해 R&D부터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신규 일자리를 2030년까지 1만개 만들어낸 다는 목표다.
국가바이오위원회 산하 ‘바이오 클러스터 협의체’를 구성하는 한편, 20여 개 클러스터를 연결하는 ‘버츄얼 플랫폼’을 통해 지역별 장비·전문가·창업지원 프로그램을 공동 활용하고, 해외 유수 클러스터와의 교류도 확대한다.
정부는 바이오 산업의 혁신성과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바이오 규제혁신과 바이오 안보 강화에 나선다. 국가바이오위원회를 중심으로 규제개혁위원회, 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 등과 협력해 전 주기 규제를 개편하고, 생성형 AI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 등을 마련한다. 이와 함께 혁신기술의 시장 진입을 가속화하고, 공급망 안정과 국제공조도 강화한다. 아울러 정부는 2027년까지 바이오헬스 분야 인재 11만 명을 양성하고, 다학제적·실무형 교육을 확대해 산업 현장의 미스매치를 해소한다.
공공바이오파운드리 구축 분야별 확산
정부는 또 바이오 기술을 다양한 산업에 파급시켜 혁신을 가속화하고, 데이터 기반 R&D 패러다임 전환, R&D 투자 체질개선을 통해 바이오 기술주권을 확립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바이오 기술과 타 분야의 기술 융합을 도모한다. 예를 들어 AI 기반 기술로 시간‧비용 등을 기존 대비 절반가량으로 단축하고, 공공바이오파운드리 구축을 확산시킬 예정이다. 기존 제약‧의료기기 분야뿐 아니라 식품‧소재‧환경 등 다양한 분야로 산업적 파급효과도 극대화한다. 이럴 경우 신약개발 기간은 현재 13.7년에서 약6년으로 단축되고, 비용도 2조 원에서 1조 원으로 절반이 축소된다.
국가바이오위원회를 중심으로 바이오데이터의 협업체계를 재편해 데이터 연계도 강화할 계획이다. 시범적으로 15개 바이오 분야 공공연구기관 간 데이터의 전면적인 개방을 추진하고 향후 공공영역 전반까지 확대한다. 특히 국가바이오데이터플랫폼에 ‘2035년까지 데이터 1000만 건을 확보한다. 바이오 전용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GPU 3000개 이상)도 확충해 고용량 데이터 분석을 뒷받침할 계획이다.
바이오 기업 성장 단계별 지원 강화
바이오 기업 성장 단계별로 필수적인 자금조달, 민간투자 활성화, 기업 성장역량 강화도 지원한다. 기업의 초기투자와 스케일업을 위해 K-바이오·백신 펀드 등 1조 원 규모 이상의 메가펀드를 신속히 조성하고, 금리우대, 대출한도 확대 등 정책금융과 무역보험 지원 확대를 통한 성장 사다리를 구축한다.
아울러 기업의 R&D 활동 촉진을 위해 M&A를 활성화하고, 바이오 버퍼, 바이오 항공유 등 바이오 관련 기술을 국가전략기술에 추가해 세액공제 혜택을 확대한다. 경영 컨설팅, 해외인증 지원과 함께 해외 주요국에 K-바이오데스크, 보스턴 CIC(케임브리지 이노베이션 센터) 등 지원거점을 확대하여 기업 성장을 지원한다.
정부는 ‘강한 분야는 더 강하게, 새로운 시장은 빠르게 선점’할 수 있도록 지원키로 했다. 국내 CDMO는 2032년까지 생산능력을 현재의 2.5배로 확대해 생산·매출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