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복귀 후
2경기 연속 정상
100m 유망주
비웨사의 포효

콩고 출신 부모 귀화로 한국 국적
스타트 속도 보완 땐 한국신 기대
“AG·올림픽 목표…20대 중반엔 9초대 찍고파”
“한국 100m 최강자는 결국 내 몫이 될 것이다.”
햄스트링 부상으로 2년 넘게 고생한 육상 단거리 유망주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22·안산시청·사진)가 건강한 몸으로 돌아왔다. 한국 남자 단거리 육상의 희망으로 불린 비웨사는 지난 6월 KBS배 전국대회에서 10초29로 개인 최고기록을 세운 데 이어, 불과 17일 만에 전국육상선수권대회에서도 10초38로 금메달을 다시 목에 걸었다. 실업 무대 데뷔 후 처음으로 2개 대회 연속 정상에 서며 슬럼프 탈출을 선언한 순간이었다.
지난 21일 안산 와스타디움에서 만난 비웨사는 “햄스트링 부상이 완전히 회복됐다. 제대로 달리지 못한 지난 2~3년이 너무 괴로웠다”며 “부상 없이 맘껏 뛰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고교 시절부터 ‘특급 유망주’로 불린 그는 2020년 KBS배 고등부 100m에서 10초69로 우승했고, 2022년에는 10초44까지 기록을 끌어올렸다. 한국 단거리 간판 김국영(34·광주광역시청)을 뛰어넘을 유망주로 기대됐다. 그러나 실업 1년차인 2022년 햄스트링을 다친 뒤 길고 외로운 재활과 공백기를 견뎌야 했다. 그는 “지난 3년은 재미있는 게 하나도 없었다”며 “지금은 몸이 너무 좋아 운동하는 게 재미있고 자신감도 생겼다”며 웃었다. 그는 최근 2년 연속 미국 플로리다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노아 라일스, 웨이드 반 니커크 등 세계 최정상 스프린터와 함께 훈련한 게 큰 전환점이 됐다.
지금 그의 목표는 분명하다. 그는 “내년 아시안게임은 물론,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 최고 대회를 모두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단거리 선수 전성기는 20대 중후반”이라며 “한국 선수 최초로 9초대를 찍고 싶다“고 소망했다.
한국 육상 100m 9초대 진입은 숙원이다. 현재 최고 기록은 김국영이 2017년 세운 10초07이다. 일본 최고 기록은 9초98, 중국 최고 기록은 9초83이다. 지금 한국 단거리 육상계에서는 나마디 조엘 진(19·예천군청) 등 몇몇 유망주들이 10초 벽에 도전하고 있다.
비웨사는 “지금은 내 기록이 10위권이지만 얼마 후 1위 자리는 내가 차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안산시청 김태빈 코치는 “승부욕이 워낙 강하고 성실해 육상에만 몰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코치는 “스타트 속도만 보완한다면 머지않아 한국 신기록을 세울 수 있다”고 기대했다.
비웨사는 한국인이다. 부모가 모두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인데 어머니가 한국인으로 귀화하면서 비웨사도 중 3 때 한국 국적을 갖게 됐다. 안산 원곡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향 팀 안산시청에 입단했다. 비웨사는 “부상 때문에 기록을 내지 못했는데도 지금까지 나를 지도해준 지도자들, 안산시청에 감사한다”며 “지금부터는 좋은 기록으로 보답하는 일만 남았다”고 말했다.
비웨사의 이름 안에는 ‘놀라움’과 ‘강함’이 들어 있다. 비웨사는 ‘놀라운 것을 보여주는 사람’이라는 의미이며 아프리카계 성씨인 가사마는 맹수, 사자를 뜻한다. 그는 “내가 얼마나 잘 뛸 수 있는지 기록으로 보여주겠다”며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디까지 바뀔지도 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