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타항공·월마트·디즈니 등
법인세율 15%로 하향 기대
稅 부담 줄어 수익성 개선
순익 전망치 4%P 높아질수도
셰브론은 법인세 감면에
親화석에너지정책 수혜효과
미국 뉴욕 증시가 대선 이후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월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에 앞서 셰브론 등 법인세 인하 수혜주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 주가를 움직이는 핵심 변수는 펀더멘털 측면의 사업 성과이다. 다만 올해 미국 대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책 성향과 공약을 동시에 고려할 때 법인세 인하에 따른 반사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종목은 주가 상승 가능성이 높을 전망이다.
월가 대형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이달 7일 보고서를 통해 내년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해 법인세 인하에 나서는 경우 미국 대형 석유기업 셰브론에 유리한 환경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올해 대선을 앞두고 현재 평균 21% 수준인 미국 법인세를 15%까지 추가 인하할 것임을 강조한 바 있다.
골드만삭스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을 대상으로 최근 10년간 적용된 법인세율 중간값을 분석한 결과 셰브론은 28%로 집계됐다.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법인세 추가 인하를 단행하려면 상·하원 양원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 현 시점에서 공화당이 상원에 이어 하원도 다수당을 장악하는 '레드 스윕' 가능성이 높고, 이에 따라 트럼프의 추가 감세가 신속히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월가 IB들 예상이다.
S&P500지수 구성 종목 중 법인세율이 높은 기업은 셰브론 외에도 미국 반도체 테스트 장비업체 웨스턴디지털(법인세율 34%)을 비롯해 델타항공(31%), 월마트(30%), 월트디즈니(29%), 로우스(29%), 힐턴월드와이드(29%), 아멕스카드(26%) 등이 있다. 이들 기업도 법인세 인하에 따른 반사효과를 볼 가능성이 있다.
데이비드 코스틴 골드만삭스 미국주식 담당 수석전략가는 "역사적으로 보면 미국 대선이 있는 해에는 11월 선거일 이후부터 연말까지 S&P500지수가 평균 4% 올랐는데 이대로라면 지수가 연말에 6015로 마감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법인세 인하가 이뤄지면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의 주당순이익(EPS)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4%포인트 높여야할 수도 있다"는 낙관론을 제시했다.
다만 셰브론은 법인세 감면에 따른 반사 효과를 넘어 트럼프 2기 정부가 현재 조 바이든 정부와 반대로 친환경주보다는 화석연료에너지에 친화적인 정책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투자 수익성을 기대할 만한다는 의견도 따른다.
밥 브래킷 번스타인증권 연구원은 "지난 5일 트럼프 승리 소식을 기점으로 이미 증시에는 극단적인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갈린 상황"이라면서 "철강·석유·천연가스 관련주는 이익을 보고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친환경 관련주는 손실을 보는 구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주말 고객 메모를 통해 밝혔다. 셰브론이 경쟁사인 엑손모빌 반발을 넘어 천연가스 탐사업체 헤스를 지난달 말 인수하기로 확정한 점도 긍정적인 환경이다. 지난 달 미국 연방거래위원회는 헤스 최고경영자(CEO)인 존 헤스를 셰브론 이사회에서 제외하는 것을 조건으로 셰브론의 530억달러 규모 헤스 인수를 허용하기로 한 바 있다.
최근 한 달간 셰브론 주가는 S&P500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냈다. 지난달 10일 이후 이달 8일까지 셰브론 주가는 5% 상승해 지수 상승률(3%)을 웃돌았다. 해당 시기는 중동 내 이란·이스라엘 갈등에 따라 유가가 오르고 현지 정치 베팅 사이트를 중심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 승리 예상이 부각된 때다. 이달 들어 글로벌 투자사 5곳이 줄줄이 셰브론에 대한 투자의견 혹은 목표가를 올려잡았다. 일례로 독일계 DZ방크는 지난 5일 셰브론 목표가를 170달러로 제시하면서 투자의견을 보류에서 매수로 상향했다. 영국계 바클레이스는 매수에 상응하는 비중 확대 투자의견을 유지하면서 셰브론 목표가를 기존 168달러에서 174달러로 높였다.
[김인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