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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정당국이 3년 자경한 농지를 개인간에 자유롭게 임대차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구상이 실현되면 현재 ‘원칙적’으로 막혀 있는 개인간 농지 임대차가 상당 부분 양성화될 전망이다. 농지가 필요한 이들에게 흘러갈 수 있다는 기대감과 농지는 농민만 소유해야 한다는 헌법 원칙(경자유전)에 배치된다는 우려가 함께 나온다.
이같은 내용은 본지가 최근 국회 등으로부터 확보한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지제도 개혁 방안(안)’에 담겼다. 당초 농식품부는 농지제도 틀 전환을 위한 구상을 마련해 지난해말 국회에 공개하겠다고 했는데, 비상계엄 사태 등으로 일정이 다소 미뤄져 최근 국회에 초안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자료엔 ‘(농지) 취득 후 자경을 의무화한 기간을 8년에서 3년으로 완화’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뒤이어 나오는 ‘3년 자경 후 자율 임대차 허용’이라는 표현과 연관된다.
현행 ‘농지법’은 개인간 임대차를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몇가지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상속 농지나 농민이 8년 이상 자경하고 이농할 때 소유한 농지는 1㏊(3000평)까지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다. 1㏊를 초과하는 농지는 처분하거나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에 위탁해야 한다. ‘농지법’은 또 60세 이상 농민에 한해 자신이 거주하는 곳 또는 인근에 소유한 농지를 5년 이상 자경한 뒤 다른 사람에게 빌려줄 수 있도록 허용한다.
개혁안은 이처럼 개인간 임대차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전제 조건을 ‘3년 자경’으로 완화할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개혁안엔 ‘농촌구조전환우선지역’ 내 농지는 취득 즉시 임대차를 허용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농촌구조전환우선지역은 행정안전부의 ‘인구감소지역’이 시·군 단위로 지정되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농식품부가 도입을 준비 중인 제도로, 읍·면 단위로 지정해 이들 지역에 각종 규제 완화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8년→3년’ 구상이 특히 주목받는 건 양도소득세 감면 기준으로 논의가 확장될 수 있어서다. 현재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농지 소유자가 농지 소재지에 거주하면서 8년 이상 자경한 농지를 양도할 때 양도소득세를 감면받는다. 3년 자경 후 임대차가 허용돼도 지주가 실제 이런 선택을 하려면 세제 개선을 통한 유인 제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다만 농식품부는 논의 확장에 선을 그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양도세의 경우 타 부처와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우리가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3년이라는 수치도 전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같은 임대차 규제 완화 구상 배경엔 농지 유동성을 확대하고 농지의 생산성과 이용도를 높이려는 취지가 놓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임대차 부분 양성화’가 농지를 농민만 소유하도록 한 헌법상 경자유전 원칙과는 배치된다는 점에서 향후 논의에서 진통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