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더뉴스 장승윤 기자ㅣ한국인의 커피 사랑은 유별납니다. 한국 성인의 연간 평균 커피 소비량은 세계 2위(405잔)로 전 세계 평균(152잔)의 두 배가 넘습니다. 지난해 국내 커피 시장 규모는 약 8조6000억원으로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큽니다. 밥은 안 먹어도 커피는 마셔야 한다는 직장인도 많습니다. 고소한 원두 향은 일상을 기분 좋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커피전문점 10만개 시대, 커피를 즐기는 문화도 다양해졌습니다. 달달한 자판기 커피와 믹스커피 시대를 지나 독특한 맛과 향을 가진 스페셜티 커피가 부상했습니다. 사람들은 단순 카페인을 넘어 고소함, 산미 등 자신의 취향을 발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디야커피가 커피에서 특별함을 찾는 소비자를 위해 ‘커피 다이닝’ 프로그램을 선보입니다.
이디야커피는 지난 9월부터 스폐셜티 커피와 디저트로 구성된 커피 다이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커피와 고급식당의 맡김차림을 뜻하는 오마카세를 합친 일명 ‘커마카세’입니다. 지난 12일 학동역에서 10여분을 걸어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이디야커피랩 매장에 도착했습니다. 문을 열자 따뜻한 공기와 묵직한 원두 향이 코끝을 스쳤습니다.
커피 다이닝은 스페셜티 커피를 중심으로 고객에게 새로운 커피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이번 시즌 테마는 가을의 계절감을 담은 '커피 플레이버'입니다. 잘 익은 과실의 상큼함, 고소한 견과류와 초콜릿이 주는 달콤함, 이국적인 향신료와 허브 등 커피에서 맛볼 수 있는 다양한 향을 담은 메뉴들로 구성됐습니다.
프로그램은 논알콜 커피 칵테일과 시그니처 원두, 프리미엄 디저트로 구성됩니다. 진행을 맡은 위승찬 이디야커피랩 바리스타는 올해 국내외 커피 칵테일 대회(KCIGS, WCIGS)에서 연달아 우승한 세계적인 바리스타입니다. 1시간 동안 3가지 메뉴와 그에 맞는 디저트, 커피와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를 곁들입니다.
커피 가공 방식은 크게 '내추럴'과 '워시드'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내추럴은 커피 체리 열매를 수확해 그대로 볕에 널어 말리는 자연건조 과정으로 새콤달콤한 과일 향미가 특징입니다. 워시드는 열매 부분의 과육을 제거·세척한 뒤 볕에 널어 건조하는 방식으로 커피가 가진 은은하고 섬세한 향, 산미라고 하는 본연의 신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게 차이점입니다.
커피의 종류와 만드는 방식, 재료와 페어링하는 디저트와의 조합은 무궁무진합니다. 바리스타들은 식품과 비식품, 동종·이종업계 간 경계를 넘나들며 아이디어를 얻고 합니다. 첫 번째 메뉴 '청포도 바진 스매쉬'는 와인 양조 방식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내추럴과 워시드 두 가공방식의 장점을 혼합한 형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위승찬 바리스타는 "포도를 으깨서 산소를 차단하고 발효된 포도즙을 오크통에 담아 숙성하는 게 와인의 제조 과정이다. 발효와 숙성을 거치며 포도의 향이 깊게 변한다"며 "커피도 씨앗을 으깨고 산소 차단과 발효 과정을 지나면 과실 계열의 향이 복합적으로 생성된다. 세척과 건조를 거치기 때문에 깔끔한 산미를 가진다"고 말했습니다.
3가지의 메뉴는 커피를 내릴 때 사용되는 추출 기구가 모두 다릅니다. 핸드 드립을 떠올리게 하는 추출 방법부터 커피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쇠구슬, 과학실에서 본 것 같은 '사이폰'을 활용한 추출까지 다양한 볼거리와 함께 논알콜 칵테일을 즐길 수 있게 구성했습니다.
그는 "커피의 기분 좋은 향은 추출 후 뜨거울 때 잘 느껴지지만 15분만 지나도 휘발된다. 커피 향을 오래 머금을 수 있게 하기 위한 고민에서 만들어진 추출도구가 파라곤"이라며 "커피향이 강하게 추출되는 초반부에 차가운 냉매 구슬 통해 급격히 냉각시킴으로써 뚜렷하고 선명한 향을 오래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두 번째 메뉴인 '애플 카라멜 사이더'는 사이폰이라는 추출 방식을 활용합니다. 사이폰은 진공을 이용해 물과 커피가루를 혼합하는 방식으로 물의 온도와 압력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어 풍부한 맛과 향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플라스크와 램프, 붉은 빛깔의 열은 화학실험을 연상시킵니다.
디저트는 커피의 향을 극대화하거나 또는 맛을 보조해주기 위한 조합으로 만들어집니다. 에스프레소 머신으로 추출하는 '인디안 아티칸'의 디저트는 '헤이즐넛 플라리네 다쿠아즈'가 제공됩니다. 다쿠아즈는 아몬드 가루를 같이 뭉쳐 만드는 디저트로 음료가 가진 땅콩 계열의 향미랑 다른 느낌의 고소함을 보여줄 수 있어서 페어링했습니다.
커피 다이닝의 가격은 4만원입니다. 주요 고객층은 생일이나 기념일에 찾는 커플 고객부터 커피업계 종사자, 지방에서 올라온 4인 가족 등 20대부터 40대까지 다양합니다. 남자들끼리 오거나 혼자 방문하는 손님도 더러 있습니다. 이디야커피에 따르면 커피 다이닝 프로그램 예약률은 평균 70%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는 이디야커피 연구소에서 블렌딩한 '인도 아티칸' 원두를 함께 증정합니다. 고객들에게 스페셜티 커피를 알리고 집에서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원두 수급 등 현장 상황에 따라 '코스타리카 밀레니오 락틱 허니' 원두 등으로 대체하기도 합니다.
위승찬 바리스타는 "커피 다이닝 프로그램에서 선보이는 메뉴들을 맛보고 상시 판매를 요청하는 분들도 있지만 비용적인 부분 등으로 여기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들"이라며 "음료와 디저트에 대한 설명을 드리면서 페어링하는 것과 단독으로 먹는 것과는 느낌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두 번째 프로그램은 첫 번째와 동일하게 매주 월·수·금 각 3회씩 진행했으며 지난주를 끝으로 종료됐습니다. 겨울 동안 재정비를 거쳐 내년 봄부터 새로운 콘셉트의 커피 다이닝을 선보일 계획입니다. 시즌에 따라 메뉴 구성은 달라지며 내년에는 주말 운영과 겨울시즌 진행 등도 검토합니다.
이디야커피랩은 1653㎡(500평) 규모의 국내 최대 복합 커피문화공간으로 지난 2016년 문을 열었습니다. 2010년부터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위치했던 이디야 커피연구소를 전신으로 합니다. 커피 연구와 메뉴 개발을 담당하는 전문 R&D 부서가 상주하고 있으며 이디야커피랩만의 커피, 베이커리 등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커피 다이닝 프로그램은 이디야커피랩 수석바리스타들이 각 시즌에 맞게 콘셉트와 스토리를 짜고 어울리는 커피 및 음료 메뉴를 구상한다. 베이커리 및 R&D 담당자들이 함께 참여해 개발하는 방식"이라며 "식감과 디스플레이, 색감, 디저트, 음료와의 조합 등을 함께 고민해 메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