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씩 무너지는 배달대행플랫폼 시장, 살아남는 자는 누구인가

2025-03-17

지난해 만나플러스를 시작으로 배달대행 업계가 순차적으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배달앱이 자체배달을 강화하면서, 음식점과 라이더의 중간 역할을 하는 배달대행 플랫폼이 무너지는 것으로 풀이됩니다.

배달대행업의 수익성 자체가 열악하다는 게 첫번째 이유고요, 쿠팡이츠가 자체배달로 돌풍을 일으킨 후 배달의민족까지 유사한 전략을 취하면서 상황이 더욱 악화되는 것이 두번째 이유입니다. 현재로서는 배달대행 업계에서는 이를 막을 길이 요원하네요.

그렇다면 살아남는 업체는 어디일까요? 업계에서는 1, 2곳 정도만이 남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올해, 또 한 번 무너지나요

16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달대행 솔루션 ‘영웅배송 스파이더(전 스파이더크래프트)’ 운영사 래티브와 배달대행 업체 디플러스 2개사는 이달 초부터 라이더의 출금을 막아둔 상황입니다. 래티브의 경우 지난달 말부터 라이더가 바로 출금을 하는 것을 막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최근 문지영 래티브 대표는 운영상 문제가 생겼다는 취지의 공지를 올리기도 했습니다. 그는 공지에서 “이번 입출금 이슈로 너무 큰 피해를 드린 점, 정상화 기간을 단축하지 못해 걱정을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며 “최대 수일 내 시스템 정상화를 약속 드리며 정확한 일시는 재공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또 “끝까지 상황을 수습하고 정상화를 책임지겠다”고도 강조했습니다.

지난 12일 <바이라인네트워크>와의 연락에서 문 대표는 “관련 이슈가 있었으나 곧 정상화 예정이며 안내 공지를 드릴 예정”이라고 답했습니다. 현재 앱 내 출금 제한 관련 공지는 삭제된 상황입니다.

이미 지난해부터 배달대행 업계는 순차적으로 무너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배달대행 플랫폼 만나플러스를 운영하는 만나코퍼레이션입니다.

<참고 기사: 만나플러스 출금 제한 사태는 왜 배달판 티메프 사태라 불리나>

만나코퍼레이션은 현재 사실상 사업을 멈춘 상황입니다. 업계에 따르면 만나코퍼레이션은 투자사에게 지급 불능 상황임을 통보했습니다. 만나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대여금을 소진해 라이더와 배달대행지사에 줄 돈도 주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시스템 점검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정산 자금이 없었던 겁니다.

생각대로와 배달대행 업계 1, 2위를 다투던 바로고 또한 지난해 한 차례 구조조정을 하고, 신사업 대부분을 정리했습니다. 현재는 배달대행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재는 가게와 본사가 직접 계약을 맺고 타 배달대행지사에 배달콜을 넘기는 식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기도 합니다.

배달대행 업계, 앞으로도 계속 무너지나요?

배달대행 업계가 튼튼하지 않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계속됐습니다.

배달대행 플랫폼의 본질은 라이더와 가게를 연결하는 프로그램 제공사이기 때문입니다. 통상 배달대행 플랫폼은 가게로부터 배달비를 받은 후, 프로그램 이용료를 제외하고 라이더와 지역 배달대행지사에 주는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플랫폼사는 아주 적은 수준의 프로그램 이용료만 받습니다. 배달 1건당 플랫폼사가 받는 비용은 50~80원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과거 배달대행 플랫폼은 배달 건수를 많이 수행하는 배달대행지사(대리점)와 그들을 관리하는 총판을 중심으로 영업을 했습니다. 이들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 곧 시장지배력이었고, 매출이었습니다. 배달대행 플랫폼사들은 2022년까지 대리점에 직접 현금을 지급하거나 대출을 돕는 등 치열한 경쟁을 벌였습니다.

그러다가 배달앱의 전략이 자체배달(OD) 구조로 재편되기 시작했습니다. 자체배달은 배달앱이 주문부터 배달까지 전체 과정을 관리하는 구조입니다. 배달대행 플랫폼의 설 자리가 줄어들 게 됩니다.

쿠팡이츠가 자체배달만을 운영하면서 이런 흐름을 이끌었습니다. 배달의민족은 배민원과 같은 자체배달을 했지만, 가게배달도 동시에 운영해 배달대행 업계가 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배달의민족 역시 최근에는 자체배달의 비중을 높여가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살아남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배달대행 플랫폼의 미래가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회사는 있을까요? 업계 관계자들은 이 질문에 부릉(전 메쉬코리아)이라고 주로 답합니다.

왜 부릉일까요? 부릉은 총판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타사와 달리 직접 대리점을 운영하는 직영 구조입니다. 그리고 hy(전 한국야쿠르트)라는 든든한 모회사가 있다는 점도 긍정적 전망에 힘을 실어줍니다. 부릉은 지난 2023년 hy(전 한국야쿠르트)에 인수됐습니다.

<참고 기사: 메쉬코리아, 매각이냐 투자유치냐…정리해봤습니다 >

부릉처럼 직접 대리점을 운영하면 최소한 배달의민족에 라이더 공급처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쿠팡이츠는 대리점과 직접 계약을 맺어서 배달대행플랫폼이 설 자리가 전혀 없지만, 배달의민족은 배달대행플랫폼과 계약을 맺고 자체배달 라이더를 공급받습니다.

오랜만에 부릉이 업계에서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17일 부릉은 신한투자증권으로부터 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지난해 배달 건수가 전년 대비 10% 이상 증가하기도 했고요.

배달대행플랫폼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배달앱을 넘어 다른 플랫폼이나 브랜드와의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습니다. CJ올리브영이나 다이소가 대표적입니다. 또 플랫폼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앱 내에서 배달하고자 하는 프랜차이즈들과의 파트너십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물론 현재까지의 해결책도 그리 시원치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읍니다. 지금까지 배달앱에 의존한 수익을 다른 업계로 분산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배달앱이 고성장한 시기 함께 성장했던 배달대행 플랫폼이기 때문입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익성 문제로 업체 대다수가 사업을 종료했지만, 모두가 지금 사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할 시기다”며, “문제는 배민과 쿠팡이츠의 자체배달로 업계 전반의 자금줄이 아예 끊겨, 연착륙이 어려운 상황”이다고 말했습니다.

글. 바이라인네트워크

<성아인 기자> aing8@byline.network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