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미·일 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일본 총리가 '트럼프발 관세 회피'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미국으로 수입하는 철강·알루미늄에 대한 25% 관세 부과 대상에 일본도 포함됐지만, 실제 발효(3월 12일)까지 한달여가 남은 만큼 면제 대상이 될 수 있는 협상의 여지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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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 총리는 11일 보도된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트럼프 관세에 대해 "일본이 (미국과의 사이에서) 문제가 있는 나라와 동일하게 취급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25% 관세 조치를 발표했다가 유예했던 멕시코·캐나다 등은) 마약이나 불법 이민 문제에 대한 경고의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이들 국가와 일본의 처지가 다른 만큼 관세 인상을 피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나타낸 셈이다.
이사바 총리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지적한 대일 무역적자에 대해서도 "일본의 노력도 있어, 미국의 무역적자에서 차지하는 일본의 비율은 상당히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에 대한 투자를 1조 달러(약 1453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발표를 내놓은 바 있다. 이와 함께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를 더 많이 구매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대일무역 적자를 해소하겠다는 취지에서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이 포함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철강·알루미늄 추가 관세 조치에 대해 "(관세) 발동까지 약 1개월 유예기간이 설정돼 있어 향후 예외 조치를 둘러싼 각국과의 줄다리기가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과 반대로 대미무역 적자국인 호주의 앤서니 앨버니지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한 뒤 철강 관세의 면제 검토를 밝힌 것처럼 협상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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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수입하는 철강·알루미늄 등에 대한 관세는 트럼프 1기인 2018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점차 멕시코·캐나다 등 예외 조치 국가가 늘어났다. 일본은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2년 4월부터 연간 125만t에 대한 철강 제품에 대해선 관세를 면제받고 있다. 한국처럼 '쿼터제 면제'를 적용받는 셈이다.
이와 관련, NHK는 "미국에선 중국에서 과잉 생산된 철강 제품이 타국을 경유해 유입되는 것을 경계해왔다"며 바이든 정권에서도 관련 대응을 검토했었다고 전했다. 미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이 수입한 철강 제품 가운데 일본산은 4%대다. 주된 수입국은 캐나다(22.7%), 브라질(15.5%) 멕시코(12.1%) 등이다.
일본이 관세 폭탄을 피할 수 있을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일본 기업들은 대착의 일환으로 대미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일본제철은 불발 위기에 놓였던 US스틸 인수를 트럼프 대통령의 지침에 따라 '거액 투자로 방향을 틀었다. 손정의(일본명 손마사요시)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은 오픈AI·오라클과 함께 인공지능(AI) 분야에서 최소 5000억 달러(약 727조원) 투자를 밝힌 바 있다. 토요타자동차는 현재 건설 중인 노스캐롤라이나주의 배터리 공장에 2030년까지 140억 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다. 혼다 역시 10억 달러(약 1조4500억원)를 투입해 올 하반기부터 미국에서 전기차 생산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