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을 말해봐! 소원 맷돌이 들어줄 테니

2025-01-07

얼마 전 강릉의 한 사찰에 갔다. 그곳에는 소원 맷돌이라 불리는 것이 있다. 평상시에는 문제없이 잘 돌아가는데 소원을 빌고 돌려보면 아무리 힘을 써도 돌지 않고, 그 소원은 이루어진단다. 에이, 뭐 그런 게 있나 싶어 한 번 돌려보았는데, 세상에! 정말이었다. 멀쩡하게 잘 돌아갔던 맷돌이, 소원을 빈 후에는 꼼짝하지 않았다.

정말로 맷돌 속엔 신령한 힘이 있는 것일까? 그럴지도 모르지만, 심리학에서는 이런 현상을 ‘자기충족적 예언’과 연관 지어 설명한다. 자기충족적 예언은 믿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개념이다. 행동이 기대를 무의식적으로 반영하면서, 자신이 믿은 바가 이루어지는 방식으로 본인도 모르게 행동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왠지 삼진당할 것 같은’ 느낌을 믿어버린 야구 선수는 정말로 삼진을 당한다. 의식적으로 ‘나 삼진당하고 말겠어’라고 생각하며 엉터리로 헛스윙을 남발하는 것이 아니다. 삼진을 당할 것 같다는 믿음이 무의식적으로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몸을 움직이게 하면서, 믿음을 실현시켰다 할 수 있겠다.

제대로 분석한 것은 아니지만, 내 느낌엔 소원 맷돌은 힘을 주면 줄수록 더 돌아가지 않는 것 같았다. 반드시 이루어지길 원하는 간절한 소원을 빌수록, 그 간절함이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을 더 주게 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더 나아가 맷돌까지 멈추게 한 그 간절함은 그 소원이 실제 이루어지도록 의식적으로 또 무의식적으로 최선의 노력을 하게 했을 것이다. 소원 맷돌의 전설은 그렇게 이어 오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새해가 밝았다. 우리는 실패할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또 소원을 빈다. 새해와 같은 시간적 이정표를 통해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나를 구분하고 새로운 변화를 꾀하는 ‘새 출발 효과’의 작용일 것이다. 기왕 소원을 빌 때, 그 소원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간절히 믿어보자. 그 간절함은 맷돌도 멈출 것이고, 결국 소원이 이루어지는 행복한 새해를 만들어 낼 것이다.

최훈 한림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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