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메시에 훈장 수여한 까닭은?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2025-01-05

2022년 12월18일 카타르 월드컵 결승전은 리오넬 메시(37)의 독무대였다. 그가 이끄는 아르헨티나 대표팀은 연장 접전 끝에 킬리안 음바페의 프랑스 대표팀과 3-3으로 비겼다. 아르헨티나가 3골을 성공시킨 가운데 그중 2골은 메시가 직접 넣었고 나머지 1골도 사실상 그의 발끝에서 시작됐다. 승부차기에서 아르헨티나가 프랑스를 4-2로 누르며 영예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오랫동안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불리면서도 정작 월드컵 같은 메이저 대회에선 무관왕에 그쳤던 메시가 명실상부한 ‘레전드급’ 스타로 부상한 순간이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월드컵 결승전 이틀 뒤인 그해 12월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우승국 아르헨티나 대통령에게 축하의 뜻을 전했다. 그러면서 “메시라는 친구에겐 미래가 있다”(Messi guy might have a future)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30대 중반의 노장인 메시가 아직 축구 선수로서 더 활약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드러낸 것으로 풀이됐다. 그때 80회 생일을 막 보낸 바이든은 고령 논란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연임 도전 의사가 아주 확고했다. 바이든은 메시를 통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이란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자신을 둘러싼 이른바 ‘고령 리스크’의 돌파에 메시를 활용하려는 것만이 바이든의 목표였다고 보긴 어렵다. 월드컵 우승 당시만 해도 프랑스 프로축구 리그에서 뛰었던 메시는 2023년 7월 축구의 인기가 유럽이나 중남미보다 못한 미국 리그로 옮겼다. 플로리다주(州) 마이애미가 연고지인 인터 마이애미 CF가 현재 메시의 소속 팀이다. “앞으로도 아르헨티나 대표팀에서 계속 뛸 것”이라고 선언한 메시가 미국 리그에 진출한 것은 오는 2026년 월드컵을 미국·캐나다·멕시코 3국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점을 감안한 결정으로 해석된다. 월드컵이 열릴 때까지 미국이라는 나라에 완전히 적응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어 보인다. 미국 입장에선 메시가 월드컵 무대에 등장한다면 흥행 보증수표가 될 것이니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퇴임을 보름가량 앞둔 바이든이 4일 메시에게 ‘대통령 자유 메달’(Presidential Medal of Freedom)을 수여했다. 이는 미국에서 군인 아닌 민간인에게 주어지는 최고 등급의 훈장이다. 비록 백악관 시상식장에 메시는 불참했으나 바이든은 그를 향해 “프로축구 역사상 가장 빛나는 업적을 세운 선수”라고 극찬을 바쳤다. 비록 자신은 고령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하고 정계를 떠나게 되었지만 메시만은 나이와 무관하게 선수 생활을 이어갔으면 하는 마음, 그리고 메시로 인해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이 흥행 면에서 대성공을 거둬 미국 경제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담겨 있을 것이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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