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민정신·창조성으로 문화 혁신을 이루다
한민족은 하늘부모님이 선택한 민족으로,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정신과 창조성을 바탕으로 한글 창제, 과학기술의 발전, 도자기 예술 등 독창적 문화를 이루었다. 이는 하늘 공경과 백성 사랑, 나라 사랑의 심정문화로 이어져 오늘날 한국인의 정체성과 자부심의 뿌리가 되고 있다.
한글 창제와 애민정신
한민족의 우수한 창조성과 심정문화는 현대 민족주의 연구의 대표주자였던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 1936~2015)의 ‘상상의 공동체’ 틀에서 보면, 민족이라는 ‘상상의 공동체’가 어떻게 형성·유지되는지를 이해하는 중요한 사례가 된다. 미국 정치학자이기도 한 앤더슨은 민족을 단지 혈연이나 지리적 결합으로 보지 않고, 문화와 역사적 기억을 공유하는 ‘상상된 공동체’로 정의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민족의 문화적 성취는 기술적·예술적 발전을 넘어 구성원들이 서로를 인식하고 동일한 공동체의 일원임을 상상하게 만드는 중요한 매개체로 기능했다.

특히 세종대왕이 1443년에 창제한 한글은 과학적 구조와 높은 활용성을 가진 문자 체계일 뿐 아니라, 그 창제 동기와 과정에서 나타난 애민정신이 한민족 공동체의 결속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했다. 세종대왕은 문자를 모르는 백성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누구나 쉽게 익히고 쓸 수 있는 한글을 개발했다. 그는 반대하는 신하들의 의견에도 불구하고 “한글의 사용은 모두 백성을 이롭게 한다”며 뜻을 굽히지 않았다. 언어를 통한 공동체적 상상과 민족적 정체성 형성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이자, 민중과 국가, 하늘과의 관계를 모두 포함하는 한민족의 심정문화가 구현된 사건이라 평할 수 있다.
한글 창제와 더불어 한민족은 천문학과 인쇄술, 농업기술, 시간 측정 기구, 도자기 제작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창조성을 발휘하며 공동체의 실질적 삶을 개선하고 국가적 권위를 강화했다. 신라시대 첨성대와 조선시대 혼천의(渾天儀), 앙부일구(仰釜日晷), 자격루(自擊漏) 등 천문과 시간 측정 기구들은 과학기술의 발전을 가져왔고, 더 나아가 하늘을 관측하고 제사를 지내며 천손 문화로서 한민족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장치가 됐다. 이러한 기술적 성취는 구성원들로 하여금 ‘우리가 특별한 민족이며 세상의 주인이라는’ 상상을 가능하게 했다. 이와함께 국가 통치와 사회 질서를 강화하는 정치적·사회적 기능까지도 확립했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
인쇄술과 농업기술의 발전 역시 상상의 공동체 형성에 기여했다. 세계적으로 앞서간 고려의 금속활자 인쇄술을 통해 1377년에는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이 제작됐고, 조선의 농사직설(農事直說)과 측우기, 수표 등 수준 높은 과학기술이 잇따라 선보였다. 이는 지식을 전달하는 기술적 도구를 뛰어넘어 공동체 구성원들이 공통된 정보와 경험을 공유하도록 하여 민족적 결속을 강화하는 매개체가 됐던 것이다. 특히 금속활자 인쇄술은 서양의 구텐베르크보다 약 78년이나 앞서 불교 경전과 지식을 널리 보급함으로써 한민족의 문화적 우수성을 국제적으로 입증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정치적·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반 마련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문화적 성취는 국제관계에서 국가의 소프트 파워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민족의 예술적 성취인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역시 공동체의 상상과 심정문화를 반영한다. 맑고 푸른 색감의 청자와 단아하고 절제된 백자의 미학은 구성원들에게 공동체적 정체성과 미적 기준을 상징적으로 전달하며, 하늘을 공경하고(애천), 백성을 사랑하며(애인), 나라를 위하는(애국) 심정문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이러한 문화적 상징은 민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우리가 공유하는 가치와 정신’을 인식하게 만들고, 상상의 공동체로서 한민족의 결속을 강화하기에 이른다.
예술과 미학을 통한 심정문화
정치학적·국제관계학적 의미에서 볼 때, 한민족의 창조성과 심정문화는 국가 정체성과 권위의 강화, 국제사회에서의 소프트 파워 확보 등과 밀접히 연결된다. 한민족이 개발한 문자, 기술, 예술, 과학적 성취는 국내 구성원에게 공동체적 정체성을 내재화시키는 동시에, 외부 세계에 한민족의 우수성과 문명적 수준을 보여주는 전략적 자산이 됐던 것이다.
오늘날 세계를 휩쓸고 있는 한류(K-pop, 드라마, 전통문화)와 IT·반도체 산업 등은 단지 경제적·문화적 성과에만 머물지 않는다. 한국이라는 국가가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며, 한민족 상상의 공동체가 현대적 형태로 재현된 상징적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를 통해 한민족은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문화적·정치적 자산을 확보함과 아울러 국제적 무대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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