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원·달러 환율 탓에 피해를 보고 있는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원·달러 환율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빅컷(기준금리 0.50%포인트 인하) 단행에 따른 달러 가치 약세와 함께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발표로 인한 위안화 강세가 맞물리며 지난 9월 한 달 만에 1300원 후반에서 극초반까지 급락했습니다. 당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원·달러 환율이 연내 1200원 후반까지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주를 이뤘습니다. 이에 환차손(환율 변동에 따른 손실)을 우려한 개인 투자자들은 고정 환율을 적용해 환율 변동 위험을 덜어주는 환헤지형 상품들을 매집했었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원·달러 환율은 또다시 급등하며 현재 또다시 1400원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환노출형 상품과는 달리 환헤지형 상품들은 환율 급등에 따른 환차익(환율 변동에 따른 이익)을 누리지 못하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번 주 선데이 머니카페에서는 원·달러 환율 변동 장세로 손실을 보고 있는 개인 투자자들의 상황을 되짚어보고 전망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300원 초반에서 1400원 목전까지…환차손 발생하며 수익률 타격
2일 서울경제신문이 환노출형 상품과 환헤지형 상품이 모두 마련돼 있는 상장지수펀드(ETF) 7종을 분석한 결과 환헤지형 ETF의 최근 한 달 평균 수익률은 -1.39%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기간 4.11%의 수익률을 올린 환노출형 ETF에 비해 상당히 저조한 수치입니다. 환노출형 상품인 ‘RISE 미국S&P(스탠더드앤드푸어스)500’ ETF는 지난 한 달간(9월 30일~11월 1일) 추종 지수인 S&P500 지수가 -0.58% 하락하며 부진했음에도 불구하고 5.13%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선방했지만 환헤지형인 ‘RISE 미국S&P500(H)' ETF는 -0.36%의 수익률에 그쳤습니다. 다른 환헤지형 ETF의 상황도 마찬가지입니다. 엔비디아, 브로드컴, AMD 등 미국 대표 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RISE 미국반도체 NYSE(H)' ETF의 경우는 최근 인공지능(AI) 수익화 우려에 따른 빅테크 주가 부진과 맞물리며 지난 한 달 새 -5.40%의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환노출형인 ‘RISE 미국반도체 NYSE’는 0.19%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상승에 성공했습니다.
환노출형과 환헤지형 ETF 사이 수익률 격차가 벌어진 건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과 급등을 오갔기 때문입니다. 올 상반기 1400원 돌파 직전까지 치솟았던 원·달러 환율은 올 8월부터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지난 9월 말 1308.26원까지 떨어졌습니다. 미국이 무려 4년 만에 기준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본격적인 금리 인하 사이클에 진입하자 향후 달러가 약세 흐름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가득했기 때문이죠. 비슷한 시기 중국 인민은행이 발표한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위안화 가치가 널뛰자 원화 가치도 함께 상승하며 원·달러 환율 급락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이에 시장에는 환율이 1300원 밑으로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가득했습니다. 당시에는 향후 미국 경기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던 상황이라 미국이 경기 회복을 위해 빠르게 기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던 상황이었습니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 연준이 금리를 빠르게 내릴 것으로 예상하는데 그렇게 되면 달러 약세가 두드러지고 엔화는 강세를 보이고 연말에 달러 거래량이 줄어든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환율은 1300원 아래로 내려갈 여지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환차손을 우려한 개인 투자자들은 환헤지형 상품을 매집하며 방어에 나섰습니다. 지난 달 초부터 전날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환노출형 ETF 70억 원어치를 순매도하고 환헤지형 ETF 694억 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그보다 한 달 전인 올 9월에 한 달 동안 환노출형 ETF 161억 원어치를 순매수하고 환노출형 ETF 15억 원어치를 팔아 치웠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양새였습니다.
하지만 시장 예측과 달리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급등했습니다. 한 달 여만에 80원이나 오르며 올 4월에 이어 또다시 1400원대 진입을 코 앞에 두고 있습니다. 지난 달 연이어 발표된 미국 경제 지표가 호조를 보이며 노랜딩(경기 침체가 아예 없는 것) 가능성이 커지자 연준이 향후 기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것이란 분석이 흘러나왔기 때문이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커지고 이스라엘-이란 분쟁이 격화하며 안전자산인 달러 수요가 급등한 점도 환율 상승에 한몫했습니다. 아울러 중국 경기 부양책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자 원화도 함께 하락하며 환율 상승세를 가속시켰습니다.
원·달러 환율 1400원 넘나…이창용 "환율 목표치보다 변동성에 중점을 둘 것"
향후 원·달러 환율 움직임은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미국 대선, 중국 경기 회복 가능성 등 대외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채 남아있기 때문이죠.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들긴 했으나 이스라엘과 이란 사이 확전이 발생할 경우 환율은 또다시 급등할 수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도 향후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입니다. 현재 시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할 경우 원·달러 환율이 1400원을 넘을 수도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재정 지출 확대와 관세 인상 등으로 미국 물가가 오를 경우 미국이 또다시 금리를 올려 달러화 가치가 뛰게 될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유정 하나은행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에는 관세 정책 등에 대한 우려로 달러 강세 압력이 확대되면서 1,400원을 상회할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백석현 신한은행 연구원 역시 “미국이 관세를 인상하면 수입 가격이 상승하고, 이는 물가상승률 상승, 금리 상승, 달러 강세로 연결된다”며 환율 상승 가능성을 언급했습니다.
원·달러 환율 하락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습니다. 중국 경기가 회복돼 위안화가 강세 흐름을 보인다면 원화 역시 강세를 띠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중국 정부는 4~8일 예정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10조 위안(약 1937조 원) 규모의 재정 부양책을 승인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는 보도도 나오면서 향후 중국 경기 회복 기대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위안화와 마찬가지로 원화에 영향을 끼치는 엔화 역시 일본 중앙은행(BOJ)의 기준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절상 여지가 남아있는 만큼 섣불리 추가 상승만을 단정짓기엔 어려모로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정부는 원·달러 환율 변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환율이 너무 빨리 절상 또는 절하되지 않는가에 주목한다”며 “타깃(특정한 환율 목표치)보다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으로 미뤄 봤을 때 한은은 5일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와 이어진 6∼7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지켜본 뒤 외환시장 개입이 필요한지 여부 등을 판단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