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의 햇살, 니체의 언덕길…남프랑스에 빠지다

2025-10-09

프랑스 여행 일타강사 - 남프랑스 코트다쥐르 지방

1년 중 300일 이상 맑음.

창창한 하늘, 짙푸른 바다가 최고의 자랑인 고장이 있다. 프랑스인이 가장 살고 싶어하는 곳이자 한국인도 오랫동안 동경해온 남불(南佛) 지방, 즉 남프랑스다. 고흐·샤갈·세잔 같은 전설의 화가를 홀린 자연, 맛난 와인과 신선한 해산물, 소설과 동화의 무대가 된 산골 마을 등 파리에서는 느낄 수 없는 여유와 낭만이 살아 숨 쉬는 고장이 남프랑스다. 남프랑스에서도 동부 지중해 지역 ‘코트다쥐르(Cote d’Azur)’를 먼저 소개한다. 코트다쥐르는 ‘쪽빛 해변’이라는 뜻이다.

지중해 최고의 겨울 휴양지

코트다쥐르는 ‘부자들의 휴양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럴 만하다. 세계 최고 권위의 영화제가 열리는 칸, 데이비드 베컴·브래드 피트 같은 지구촌 셀럽의 호화 저택이 즐비한 니스, 항구마다 럭셔리 요트로 가득한 앙티브와 생트로페 같은 해변 도시가 줄지어 있어서다. 그렇다고 럭셔리 호텔과 요트가 코트다쥐르의 전부는 아니다.

2021년 유네스코는 코트다쥐르의 중심 도시 니스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했다. “지중해 최고의 겨울 휴양지”라는 이유에서였다. 니스가 휴양지로 발전한 건 19세기 중반이다. 산업혁명이 성공하면서 돈벼락 맞은 영국인이 몰려들었다.

니스에서 영국인이 특별히 하는 건 없었다. 해안을 걷고 해변에 드러누워 볕을 쐐는 일상이 전부였다. 오죽했으면 3.5㎞에 이르는 니스 해변을 ‘영국인의 산책로’라고 했을까. 북유럽과 독일·이탈리아 관광객도 뒤이어 찾아왔다. 이들을 상대하다 보니 호텔이 들어섰고, 광장과 전망대도 조성됐다.

니스는 구도심이 넓지 않아 산책하기 좋다. 아침마다 열리는 시장을 구경하고, ‘퀴진 니사르드(Cuisine Nissarde)’ 라벨을 받은 맛집에서 니스 전통 음식을 즐기면 하루가 금방이다. 밤에는 사람 모양의 조명 7개가 반짝이는 메세나 광장이 근사하다.

해안 절벽의 이국 정원

니스를 여행한다면 동쪽 약 11㎞ 거리의 해안 마을 ‘에즈(Eze)’도 가봐야 한다. 로마 시대부터 내려오는 유서 깊은 마을로, 절벽 위 고성(古城)에 조성된 ‘에즈 빌리지(Eze Village)’가 유명하다.

언뜻 에즈 빌리지는 특별한 게 없어 보인다. 그러나 해발 429m 마을 꼭대기에 한 방을 숨기고 있다. 세계 각지의 선인장과 열대 식물로 꾸민 ‘에즈의 이국 정원(Jardin Exotique d’Eze)’이다. 열대 식물과 쪽빛 바다가 어우러진 풍광이 압도적이다.

에즈를 유난히 사랑했던 독일인이 있었다.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1844~1900)다. 이탈리아에 머물던 시절, 니체는 니스로 넘어와 겨울을 보내곤 했다. 신경증과 위장병에 시달렸던 그는 에즈의 언덕길을 걸으며 안식을 얻었다. 그 경험을 니체는 『이 사람을 보라』에서 이렇게 남겼다.

“힘든 오르막길을 걸으면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결정적인 장을 구상했다. 나의 근육 활동이 최고조에 달한 순간, 창조적 에너지가 샘솟았다. 나는 잘 잤고, 많이 웃었다.”

니체가 걸었던 길을 지금도 걸을 수 있다. ‘니체의 산책로’란 이름으로 약 4㎞ 길이의 언덕길이 조성됐다. 편도 1시간 30분 걸린다.

샤갈의 마을

이번에는 니스 서쪽 내륙으로 간다. 목적지는 16세기 흔적이 오롯한 요새 마을 ‘생폴드방스(Saint-Paul-de-Vence)’다. 러시아 출신 화가 마르크 샤갈(1887~1985)이 20년 넘게 살다가 묻힌 곳으로 유명하다.

생폴드방스는 예술인의 마을이다. 샤갈 말고도 피카소·르누아르 등 숱한 화가가 생폴드방스에서 살았다. 알프레도 히치콕, 찰리 채플린 등 전설적인 영화인도 생폴드방스를 사랑했다. 요즘도 칸 영화제가 열리면 지구촌 스타들이 마실 삼아 생폴드방스를 드나든다.

생폴드방스에 가면 꼭 가볼 곳이 있다. 1964년 개장한 ‘매그 재단 미술관(Fondation Maeght)’이다. 샤갈을 비롯해 스위스 조각가 알베르토 자코메티, 스페인 미술가 호안 미로 등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 120명의 작품 1만3000여 점을 전시 중인 곳이다.

다시 바다로 향한다. 생폴드방스에서 남쪽으로 약 17㎞ 내려오면, 아담한 해변 도시 ‘앙티브(Antibes)’가 나온다. 니스와 칸 사이에 끼어 있어 덜 알려졌으나, 아기자기한 해변이 많고 숙박비도 싼 편이다. 앙티브의 제일 명소는 ‘피카소 미술관’이다. 피카소 전시작만 140점이 넘는다.

☞여행정보=한국에서 코트다쥐르로 가려면 파리나 유럽·중동의 허브 공항을 경유해야 한다. 에어프랑스가 인천~파리 노선은 매일, 파리~니스 국내선은 하루 10회 이상 운항한다. 코트다쥐르 지방은 기차·버스 등 대중교통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어 렌터카를 빌리지 않아도 자유 여행이 가능하다. 숙소는 니스 해변의 ‘하얏트 리젠시’를 추천한다. 1930년대 아르데코 양식 건물이 웅장하다. 코트다쥐르 지방의 60개 미술관·관광지 입장권을 포함한 통합 관광권 ‘프렌치 리비에라 패스(French Riviera pass)’를 사면 비용을 아낄 수 있다. 1일권 30유로, 2일권 45유로, 3일권 65유로. 웹사이트 또는 니스관광청 사무실에서 티켓을 살 수 있다.

※여행 일타강사가 프랑스 개별여행을 위한 필살기를 공개합니다. 에펠탑과 루브르 박물관 이용 꿀팁부터 파리의 최신 맛집과 빵집 공략법, 럭셔리 브랜드 쇼핑 노하우, 남프랑스 지역 자동차 여행 팁까지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중앙일보 프리미엄 구독 서비스 더중앙플러스(The JoongAng Plus)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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