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국대학교 무용학과에서 특정 교수의 전임 임용을 둘러싼 낙하산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해당 채용과 연루된 학과장이 수년간 학생과 동료 교수에게 ‘갑질’을 일삼았다는 주장까지 불거졌다. 학생들에 따르면 수차례의 대자보는 연이어 철거됐으며, 이를 주도한 인물은 학과장으로 지목되고 있다.
단국대학교 죽전캠퍼스 무용학과에서 전임교수 임용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지난 4일 무용학과 학생들이 교내 무용관에 게시한 대자보에서 비롯됐다. ‘현대무용 교수 임용 관련 탄원서 제출의 건’이라는 제목의 해당 대자보에는, 오는 9월부터 근무하게 될 신임 A교수의 자질과 채용 절차의 공정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학생들의 대자보는 게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제거됐다. 해당 사건은 단발성에 그치지 않았다. 학생들에 따르면 이미 수년 전부터 학과 운영과 교수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대자보는 수차례 붙었고, 그때마다 철거되는 일이 반복됐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대자보 철거를 주도한 인물로 학과장 B교수가 지목되고 있다. B교수는 A교수 채용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인물로 알려져 있어, 관련 의혹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학생들의 폭로에 따르면, B교수는 수년 전부터 학과 공연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출연료를 학교에 기부하라’는 취지의 각서를 작성하게 했다. 사실상 강제였다는 게 학생들의 주장이다. 출연료를 거부하면 교수와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거부하기 어려웠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학생은 “무용계는 워낙 좁고 교수의 추천이 중요하다 보니, 계약서를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며 “사실상 착취나 다름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자보를 주도한 것으로 의심받은 C교수에 대한 ‘보복성 괴롭힘’도 이뤄졌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학생들에 따르면, B교수는 대자보 내용이 특정 교수(C교수)에 의해 조장됐다고 판단하고 학과 내 여론을 형성하거나 회의 중 공개 비판을 통해 해당 교수를 압박했다. 현재 C교수는 사직서를 제출한 걸로 알려졌다.
대자보에 참여한 또 다른 학생은 “B교수는 겉으로는 온화한 지도자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학생들을 통제하고 교수에게 보복성 언행을 일삼았다”며 “학생들도 그의 갑질에 지쳐 있다”고 말했다.
교내에서는 대자보 부착에 대한 규정 자체도 문제가 되고 있다. 대자보 게시에는 학교 측의 승인 도장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한 관계자는 “이 규정은 사실상 군사독재 시절 검열의 잔재로 인권위에서도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며 “학생들이 정당한 의사 표현을 했음에도 교수 개인이 이를 철거한 것은 교육자의 자세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경기신문은 해당 의혹에 대해 B교수의 입장을 확인하고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 경기신문 = 박진석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