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하마스 6주간 휴전…인질 3명·수감자 90명 교환

2025-01-19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테러단체 하마스 간의 가자전쟁이 19일(현지시간) 6주간의 휴전에 들어갔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접경지역을 기습공격한지 471일 만이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이날 오전 11시15분 양측 휴전이 발효됐다고 밝혔다. 중재국 카타르 외무부도 "오늘 석방될 인질 3명 명단이 이스라엘에 전달된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에 따라 휴전이 발효됐다"고 말했다. 휴전은 당초 오전 8시 반부터 발효될 예정이었으나, 하마스가 이날 오후 석방하는 여성 인질 3명의 명단을 늦게 전달하면서 발효 시점이 2시간 45분 지연됐다.

하마스가 이날 오후 석방한 인질 3명은 모두 20∼30대 여성이다. 로미 고넨(24)은 하마스가 364명을 살해한 노바 음악축제장에서 납치됐다. 무용수이자 안무가인 고넨은 당시 친구들과 함께 차를 타고 도망치다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차량은 나중에 빈 채로 발견됐고 그의 휴대전화 신호가 가자지구에서 잡혔다.

이스라엘인 아버지와 영국 국적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이중국적자인 에밀리 다마리(28)는 팔레스타인 국경에서 2㎞쯤 떨어진 크파르아자 키부츠(집단농장)의 집에서 납치됐다. 그는 하마스 무장대원들에게 납치당할 당시 손과 다리를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마리는 영국에서 자랐고 런던을 연고지로 하는 잉글랜드 프로축구팀 토트넘 홋스퍼의 팬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동물병원 간호사인 도론 스테인브레처(31) 역시 크파르아자에서 끌려갔다. 이스라엘·루마니아 이중국적자인 그는 하마스 기습 당일 부모와 지인들에게 전화와 메신저로 자신이 납치당했다고 전했다. 하마스는 지난해 1월 그의 모습을 촬영한 동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오후 가자시티 서부 알사라야 광장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를 통해 인질들을 넘겨받은 뒤 자국으로 이송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들이 지옥을 겪었음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그들은 어둠에서 빛으로, 구속에서 자유로 빠져나오고 있다"고 환영했다.

1단계 휴전 6주 동안 석방하기로 한 인질 33명 가운데 나머지 30명은 매주 토요일 차례로 풀려날 전망이다. 이스라엘군은 휴전 합의 이전 가자지구에 인질 94명이 남아 있고 이 가운데 34명은 사망한 것으로 파악했다.

하마스는 이날 인질 3명을 석방하는 대가로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의 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팔레스타인인 90명을 이스라엘로부터 넘겨받는다. 풀려나는 수감자는 여성 69명, 10대 소년 21명이다.

석방자 명단에는 팔레스타인해방인민전선(PFLP) 고위 간부이자 팔레스타인 자치의회 의원을 지낸 칼리다 자라르(62), 하마스 내 서열 3위인 정치국 부국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1월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숨진 살레 아루리의 여동생 달랄 카세브(53) 등이 포함됐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하마스 무장조직 알카삼 여단의 대변인 아부 오바이다는 이날 인질·수감자 교환 합의를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인질들의 무사 귀환은 전적으로 이스라엘의 합의 준수 여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휴전이 공식 발표되자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들은 환호성과 함께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라파 등 가자 남부의 난민들은 북부로 귀향을 시작했다. 가자지구 남단 케렘샬롬 국경검문소를 통해 구호물자를 실은 트럭 수백 대가 가자지구에 진입했다. 휴전 1단계 동안 매일 구호트럭 600대가 투입돼 물과 식량, 의료용품, 연료 등을 실어 나른다.

이스라엘군은 이 기간 가자지구에서 단계적으로 병력을 철수한다. 그러나 가자지구의 허리를 가르는 ‘넷자림 통로’와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국경의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는 계속 주둔할 예정이다. 하마스 무장병력의 이동 및 무기 밀수를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향후 전망은 그다지 밝지 못한 편이다. 이스라엘 우파 연정 내 극우 정당인 ‘유대인의 힘’(오츠마 예후디트)은 휴전에 반발하며 연정탈퇴를 선언했다. 이스라엘 국민 중에도 강경파는 “인질 전원 구출과 하마스 궤멸이란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이뤄진 졸속 합의”라며 휴전 반대 목소리를 높이는 등 내홍이 지속되고 있다.

하마스도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군에 의해 제거된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의 동생 무함마드 신와르가 독자노선으로 나서면서 조직재건과 무장투쟁을 시도한다고 알려졌다. 이에 따라 다음 달 초 시작될 휴전 2단계 협상은 제대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휴전 2단계에서는 이스라엘군의 완전 철수와 남은 모든 인질 석방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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