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개정안 공청회 열려… “경영 악화” VS “불신 해소” 전문가들 의견 엇갈려

2025-01-16

더불어민주당이 당론으로 추진 중인 상법 개정안을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렸다.

15일 국회 법사위에서 열린 관련 공청회에서 개정안의 핵심 쟁점인 이사의 충실의무의 대상에 일반 주주 등을 포함하는 것은 “경영 악화”는 물론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 하며 투기자본에 공격 빌미를 준다는 주장과 재계의 주장은 과장됐으며 시장 불신을 해소하고 주주이익 보호를 위해 개정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맞섰다.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위원장인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는 이날 오전 상법 개정 관련 공청회를 열고 전문가 의견을 청취했다. 국민의힘 측에서는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이 민주당 측에서는 송옥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명한석 변호사가 참석했다.

최 교수는 “이사의 충실 의무란 이사가 지위를 이용해 회사 재산을 편취하지 말라는 의미인데 최근에 와 이사는 회사뿐 아니라 주주에 대해서도 충성해야 한다는 잘못된 의미로 오해하는 경향이 생겼다”며 “이는 미국, 일본, 한국의 공통적 이해로서 글로벌 스탠다드인데 다른 의미로 활용하는 것은 여기서 벗어나는 것이며 상법 이론과 체계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또 “상법 개정 논의가 대주주와 소수 주주 간 대립구도로 몰고 가려는 경향이 있는데 (기업이 반대하는 것은) 상법 개정안에 따르면 경영권 분쟁을 통해 막대한 자본이득을 취하려는 투기자본에 강력한 무기를 제공하기 때문으로, 대주주의 권리는 제한하면서 투기자본의 권리는 보호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주주 보호의 필요성은 누구나 공감하지만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면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등 현행법상 고려아연 신주발행 철회, 신성통상 자진상장폐지 실패 등에서 한국 자본시장은 대주주 또는 경영진에 대한 견제기능이 작동중”이라며 “이사의 주주 보호는 상법에 선언적 규정을 두는 방식이 아닌 현행법의 해석론과 판례의 발전을 토대로 구체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송옥렬 교수는 “지주회사 전환을 통한 지배주주의 지배력 확장, 물적분할 후 상장, 상장폐지를 위한 공개매수, 불공정한 합병비율에 의한 합병 등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의 추구라고 묶을 수 있는 거래들이 버젓이 이뤄지고 있어 회사법상 메커니즘은 잘 작동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추구는 자본시장의 발전에 있어서도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이 시장참여자들의 지적”이라고 꼬집었다.

송 교수는 “지배주주의 사적 이익 추구의 통제는 우리나라 경제 전반의 활력을 제고하고 자본시장을 발전시키기 위해 대단히 중요한 문제”라며 “시장에 대한 불만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분출되고 있으며 이 논쟁이 상법개정으로 모아지고 있는데, 현재법으로 충분하다 할 게 아니라 논의되는 주주에 대한 이사의 의무는 어떤 형태로든 명문화된 원칙으로 상법에 수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송 교수는 또 재계의 거센 반발에 대해 “재계가 격렬하게 반대하는 이상, 그것도 회사의 이익은 일반주주의 이익과 구별되는 것으로서 이사는 회사의 이익에 봉사해야 하는 것이지 일반주주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는 논리에서 반대하는 것인 이상, 지금 와 상법 개정을 포기한다면 외부적으로 이런 재계의 논리가 받아들여진 것처럼 인식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울러 “상법개정으로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의 위협에 더 휘둘리기 쉬워진다는 우려도 있다”며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실적주의를 추구한 결과 회사의 수익성이 장기적으로 악화되었다는 주장은 실증분석으로 지지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그런 사례가 없다”고 덧붙였다.

정우용 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회장은 “(정치권에서) 기업의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상법 개정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한 치트키인 듯 주장하고 있고, 특히 분할과 합병 등 자본거래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이 소외됐다는 불만이 제기되자 이사 충실의무를 주주에게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진단과 처방이 잘못됐다”며 “그렇게 상법이 개정되면 이사의 책임이 너무 광범위하게 확대되어 회사 경영에 치명적 영향을 미친다”고 반박했다.

정 부회장은 “상법은 기본법으로, 모든 법적 권리와 의무 책임은 근거가 명확해야 하며 이사와 회사는 위임계약에 근거해 책임을 부담하는 것”이라며 “단지 이사 충실의무를 확대하도록 개정해 회사 가치와 주가가 상승한다면 다른 나라들은 왜 지금까지 도입하지 않는지 설명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회사 이익과 주주 이익은 대부분 일치하므로 상법은 기본적으로 회사 이익을 보호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다만 일치하지 않을 경우 자본시장법 등 개별적인 규정에 의해 보호하고 있다”며 “상법이 개정돼도 소액주주 보호라는 명목 하에 행동주의 펀드만 배를 불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규제강화는 국내 시장 상장 회피로 이어질 수 있어 이를 막기위해서라도 기업 친화적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명한석 변호사는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의 해석이나 그 원류인 영미법의 실무상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가 인정되는 점 등을 들어 이미 주주에 대한 이사의 충실의무는 도입되어 있다는 견해도 있지만 우리 판례는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해석상 논란을 입법적으로 명확히 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명 변호사는 “문제의 본질은 지배주주의 사익추구로 인한 기업 거버넌스의 불건전성과 이로 인한 일반주주의 피해와 자본시장에 대한 불신 확대”라며 “이를 방치하는 경우 결국 국내투자자든, 외국 투자자든 국내 기업에 대한 자본 투자를 꺼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사의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조속히 도입해 분명한 재판규범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기업 성장에 더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한편, 현재 민주당 의원 명의로 관련 상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이 지난해 11월 대표발의한 개정안의 경우 ▲현행법에 명시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이사는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며,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또한 ▲전자주주총회 도입 ▲‘사외이사’를 ‘독립이사’로 명칭 변경 ▲이사 선임 시 ‘집중투표제’ 예외 조항 삭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도 담았다.

민주당은 상법 개정안을 이달 말 법사위에서 통과시켜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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