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 전파산업의 현재와 미래 발전 방안

2025-02-17

현대 사회에서 전파 없는 일상생활은 상상하기 어렵다. 스마트폰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얻고 소통하는 것은 전파 덕분이다. 메시지, 동영상 등 디지털화된 정보는 변복조기, 주파수 합성기, 필터, 고주파 증폭기 등 다양한 부품으로 구성된 송수신기를 통해 디지털 신호와 RF 신호간 변환 과정을 거치고, 최종 안테나를 통해 전파가 생성된다. 이렇게 발생하는 전파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무형의 자원이지만 한정된 자원이므로 효율적인 활용이 필요하다.

과거 전파는 주로 방송과 통신에 사용됐지만 현재는 에너지, 국방, 모빌리티, 의료, 우주항공 등 다양한 분야로 그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다. 이제 전파는 우주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생성된 에너지를 지구로 전송하는 것부터 생체 내 의료기기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까지 다양하게 활용된다. 차량 충돌 방지 및 자율주행을 위해 레이다가 대부분의 차량에 탑재되고 있으며 차세대 로봇에 필요한 정보, 센싱, 에너지 공급에도 전파가 활용될 것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전파를 생성하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전파 관련 소재, 부품 및 장비를 개발 생산하는 중소·중견기업부터 전파관련 반도체나 스마트폰, 기지국 등 시스템을 제조하는 중견, 대기업, 전파를 운용하는 통신사 및 공공기관, 전파 관련 연구를 하는 대학 및 연구기관, 주파수를 할당하고 관리하는 정부기관 및 국제기구까지 다양한 전파관련 기관들의 업무와 유기적 협력이 필요하다.

산업의 정의가 사람이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물질적, 비물질적인 품목들을 생산하는 활동인 것을 고려하면 이러한 인간 생활에 필요한 전파를 생산하고 활용하는 일련의 활동을 전파산업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러나 전파산업의 현주소는 어떨까. 통계청의 한국표준산업분류 (KSIC)를 살펴보면 전파산업이라는 용어가 없으며 전파라는 용어조차 분류에 포함돼 있지 않다. 2017년 제 10차 개정 이후 7년만에 국내 산업구조 및 환경 변화, 국제분류 기준 등을 반영한 2024년 11차 개정에서도 마찬가지다. 또 법제처의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전파산업'으로 검색해 보면 관련 법령을 찾을 수 없다. 단지, 전파법 일부에서 전파산업이라는 잘 정의되지 않은 용어가 사용되고 있다.

우리의 생존에 필수적인 물, 공기, 전기와 마찬가지로 전파 또한 21세기 정보통신사회의 필수적 자원이다. 한국표준산업분류에는 '전기, 가스, 증기 및 공기조절 공급업' '수도, 하수 및 폐기물 처리, 원료 재생업'의 대분류가 있으며, 국가법령정보센터에 검색해보면 '물산업'에 대한 정의와 다수의 법률, 시행령, 시행규칙을 찾을 수 있는 것과 비교해보면 전파의 중요성에 비해 전파산업에 대한 인식과 법제화가 미흡한 현실이 안타깝다.

전파법 제8조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년마다 전파진흥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제4차 전파진흥기본계획이 지난해 10월 발표됐다.

'전파산업 글로벌 선도국가 도약'을 비전 및 목표로, 디지털사회 구현과 미래 디지털 확장, 고도화를 위한 핵심요소인 전파진흥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기존 방송·통신 위주에서 위성통신, 무선전력전송, 전파헬스 케어 등으로 전파의 확장과 활용 방안을, 세부 전략으로 차세대 전파인력양성, K전파기업 육성을 위한 전파기업 활동지원 강화, 전파산업 진흥을 위한 법·제도 정립을 제시한다.

그러나 이러한 청사진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실천이 중요하다. 화려한 모델하우스로 고객을 끌어들인 후 정작 시작도 못하거나 부실공사로 진행되는 경우를 우리는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된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4차 전파진흥기본계획에서 제시한 방안들이 구체적으로 하나씩 수행되기를 바란다.

콜린 클라크의 고전적 산업분류가 1·2·3차로만 나뉘었지만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에 따라 21세기에 4차산업이라는 용어가 널리 사용되는 것처럼, 전파산업 육성을 통해 2029년 1월 예정된 12차 한국표준산업분류에는 다양한 전파분야의 생산적 활동을 아우르는 전파산업이라는 용어가 포함되는 미래를 기대해본다.

구현철 건국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학술부회장 hcku@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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