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신의 핀테크 스토리]AI 강국을 위한 원화 스테이블코인 활용

2025-11-16

스테이블코인과 AI의 관계를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AI 시대의 화폐는 스테이블코인이 될 거라는 주장이다. 최근 글로벌 빅테크를 중심으로 AI와 스테이블코인 기술을 활용, 결제 인프라 자체를 다시 짜는 움직임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럼 왜 스테이블코인인가. 전문가들은 첫째, 스테이블코인만이 초 단위의 AI 자동화 결제 요구를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처럼 하루에 한두 번 결제하는 게 아니라, API 호출, 데이터 다운로드, 소프트웨어 이용량에 따라 초 단위의 즉시결제가 필요하다. 이는 현재의 고정 수수료와 결제·정산 시차가 있는 기존 은행·카드망에선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반면 스테이블코인은 은행·카드와 같은 중개 기관이 없고, 네트워크가 24시간 열려있기 때문에 초 단위의 실시간 결제·정산이 가능하다.

둘째, 스테이블코인이 프로그래머블 화폐기 때문이다. AI 에이전트는 자연어로 사고하더라도 실제 행동은 코드(API)에 따라 실행한다. 따라서 AI가 결제를 실행하려면 화폐도 코드로 제어 가능해야 한다. 스테이블코인은 기존 화폐와 달리, 스마트 컨트랙트 기반이다. 에이전트 간의 결제·정산, 조건부 지급, 예외 상황 처리 등을 코드 레벨에서 자동 처리할 수 있다. 그만큼 AI 친화적 화폐란 얘기다.

셋째, 스테이블코인의 감시·추적기능도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다. AI의 자동결제 시스템에선 검증, 위험 모니터링, 승인 기록 등이 필요한데, 블록체인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은 모든 결제를 즉시 기록하고, AI 기반 AML이나 이상 거래 탐지시스템 장착도 가능해서 AI 결제의 투명성을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 결제수수료가 싼 스테이블코인만이 하루에도 수백~수천 번 결제하는 AI 결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는 점, 갈수록 중요해지는 크로스보더 결제에는 국가 간 경계 없는 블록체인의 스테이블코인이 적합하다는 점 등도 AI시대에 스테이블코인을 선택하는 이유라고 한다.

실제 사례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 우선 빅테크의 대표격으로 구글을 꼽는다. 구글은 최근 AI가 직접 송금·결제하는 오픈 프로토콜을 공개했는데, 이때 결제 수단이 바로 스테이블코인이다. AI 에이전트는 사람처럼 직접 클릭하고 입력하지 않는다. API 호출과 스마트 컨트랙트 상에서 자동 정산하기 때문에, 실시간·24시간·글로벌 정산이라는 스테이블코인의 특성이 구글의 AI 결제 실험에 자연스럽게 채택됐다는 평가다. 구글은 AI가 실제 경제 주체로 뛰어드는 전환점을 만들어, 완전한 자동화 결제 시대의 개막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 핀테크업체인 스트라이프(Stripe)와 오픈AI의 협업도 관심 대상이다. 스트라이프는 오픈AI의 에이전트가 스스로 결제하고, 소비한 서비스 비용을 자동 정산하는 테스트를 하고 있는데, 그 역시 스테이블코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카드망에선 불가능한 초 단위의 반복 결제와 조건부 지급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AI 에이전트들이 서로 작업을 나누고, 결과에 따라 보상을 자동 배분하는 구조도 스테이블코인 기반에서 훨씬 매끄럽게 구현된다는 게 AI 업계 의견이다.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는 디지털자산 업계에선 이미 AI 에이전트의 활용이 구체화되고 있다. 예컨대 테더와 디지털자산업계의 양강으로 평가받는 써클(Circle)은 지난 9월 AI 에이전트들이 리서치와 요약·검증 작업을 나눠 수행하고, 결과에 따라 USDC로 자동 정산하는 데모를 공개했다. 또 x402 같은 프로토콜은 AI가 클라우드나 데이터 API 사용량만큼 초단위 결제를 하는 모델을 보여줬고, Kite 프로젝트는 AI 쇼핑 에이전트가 직접 결제 처리하는 구조까지 제시했다. 모두 공통적인 점은 은행·카드망이 아니라 온체인 스테이블코인을 기본 결제수단으로 채택했다는 점이다. 물론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에 대해 빅테크가 기존 금융을 대체하려 한다기보다, AI 중심의 경제에 맞는 새로운 결제 운영체제를 찾는 과정이라고 얘기한다. AI가 스스로 결제하고 계약하는 시대가 오면, 통화는 사람이 쓰는 화폐뿐 아니라 기계가 가장 효율적으로 다룰 수 있는 화폐도 필요할 것이기 때문이다.

글로벌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유통뿐 아니라, AI 시대에 맞는 AI 금융 인프라와 결제 수단으로서의 스테이블코인 활용을 적극 논의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디지털에서 앞서 있다는 한국이 디지털에선 낙후국이라는 일본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3~4년 뒤쳐져 있다. 일부에선 스테이블코인의 리스크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보수적 입장이다. 지금까지 새로운 기술과 신산업이 탄생할 때, 기술의 결함과 리스크가 없는 게 있었던가. 신산업이 틀림없다면 환경 변화를 저지할 게 아니라, 환경 변화에 따른 새로운 정책 디자인과 제도·기술 개발을 위한 민관학(民官學) 협력을 적극 추진해야 하지 않을까. AI강국과 소버린 AI를 위해서라도 보다 전향적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정책을 기대해본다.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겸 디지털경제금융연구원장 정유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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