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서 천천히 오래 꼭꼭 씹기의 중요성을 곱씹어 보다

2025-02-12

한국인의 식사는 거의 15분 이내에 끝난다. 음식을 즐기거나 음미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인에서는 무엇을 먹느냐 보다 어떻게 먹느냐가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는 스스로 만족스럽게 잘 씹어 먹는 것이 구강건강은 물론 전신건강의 유지와 향상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스스로 느끼기에 2년 이상 씹기가 힘들었을 때 영양실조(malnutrition), 쇠약(frailty) 및 신체 장애(physical disability)가 유의미하게 나타난 최근 논문을 통해서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론에서는 노인에서 아래의 세가지 관점으로 천천히 오래 꼭꼭 씹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해 보고자 한다.

노인에서 잘 씹기와 소화기능 강화

침 분비기관의 노화에도 불구하고 음식을 천천히 오래 씹으면 입 주변의 조직과 씹는 근육들에 의해 침샘이 활성화되면서 입 안에 침이 다량 분비된다. 침은 가만히 있을 때 분당 0.5㎖, 음식을 씹으면 분당 4㎖까지 증가하기 때문이다. 참고로 20회 씹으면 1.1㎖, 100회는 2.1㎖ 분비된다. 이로 인해 음식이 침과 잘 섞이면서 소화되기 쉬운 상태로 변해 삼키기 쉽고 흡수가 더 좋아지게 된다.

하지만 음식을 덜 씹게 되면 침 분비가 줄어들면서 입안 혐기성 세균에 의해 입냄새를 유발하는 기체 발생이 증가하게 된다. 또 음식을 오랫동안 꼭꼭 씹으면, 소화기관 아밀라아제의 40%가 침샘에서 분비됨으로 거의 소화의 반은 입안에서 일어난다고 해도 허언은 아니다. 다시 말해 침 속의 전분(다당류)이 알파 아밀라아제에 의해 분해되어 이당류(엿당)가 되고, 이후 이자에서 분비된 아밀라아제에 의해 소장에서 단당류로 분해되면서 혈액으로 흡수된다. 이때 혈중의 당 농도가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시상하부에 있는 만복중추에 ‘배부름’ 신호가 전달된다. 이것이 음식을 잘 씹을 때 빠른 배부름 느낌으로 과식을 피하게 하고 또 약알카리 아밀라아제의 농도 증가에 따른 위·십이지장의 산성도의 적절한 유지로 식도염, 위염, 십이지장 궤양 발생이 줄어드는 이유이다.

반면에 음식을 덜 씹은 상태로 빨리 삼키면 배고픈 상태가 지속되면서 과식은 물론 과체중이 될 위험이 높아지며(42%, 일본 큐슈대), 소화불량, 설사, 속쓰림, 위산 역류, 위경련, 메스꺼움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것이 영국영양학협회에서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자에게 20펜스 동전 크기의 음식을 20번 씹고, 한 입 먹는 사이 20초 동안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고, 20분 동안 식사를 하는 이유이다. 이전에 체중감량 수술을 받았거나 식후 배가 더부룩하거나 가스가 찬 느낌 및 적정량의 식사에도 식욕조절이 안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된다. 요약하면 노인에서 천천히 오래 동안 꼭꼭 씹는 것이야 말로 그들의 소화기능 강화와 긴밀하게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노인에서 잘 씹기와 대사증후군 완화

노인은 음식이나 침을 잘 흘린다. 이는 입술·혀·볼의 운동조절 능력이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치아가 부실하거나 틀니마저 헐거워 잘 씹지 못하면, 식욕저하와 함께 영양실조가 나타날 수 있다. 게다가 억지로 삼키게 되면 숨막힘, 기침, 사레듦은 물론 무증상 흡인을 거쳐 흡인성 폐렴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잘 씹을 수 없는 부정교합 그룹에서 잘 씹을 수 있는 정상교합 그룹에 비해 혈당 수치가 2%가량 높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는 거의 씹을 수 없는 유동식 환자의 혈당 수치 9.1mg/dL이 수술 후 정상교합이 되어 잘 씹게 되면 그 수치가 7.8mg/dL로 떨어지는 것으로 보아 확인할 수 있다. 또 제2형 당뇨병 노인이 잘 씹지 못할 때 혈당이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문제는 당뇨병 노인에서 높은 혈당 수치가 신장질환, 안질환, 신경병증 등 합병증 발생과 깊이 연계되어 있으며, 심지어 혈당 수치가 1%만 높아져도 심혈관 질환이나 허혈성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40%까지 증가한다는 보고(PLOS ONE)도 한다.

반면에 천천히 오래 씹는 것은 섬유질을 포함한 혈당을 낮추는 영양소를 잘 섭취할 수 있고, 소장을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증가시켜 식후 혈당의 급상승을 낮춘다. 또 시상하부의 만복중추를 자극해 음식섭취를 줄일 뿐만 아니라 위장으로의 혈류 증가와 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촉진해 축적된 당 분해 즉 칼로리 소모를 증가시킨다. 이것이 평소보다 다섯 배 천천히 오래 씹으면 식사 만족감은 물론 25배 이상의 열량이 소비되는 이유이다. 이처럼 식사 시간이 대사증후군의 발생 위험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다시 말해 식사 시간이 5분 이내일 때 15분 이상에 비해 비만 위험 3배, 당뇨병 위험 2배, 고지혈증 위험 1.8배로 높아졌다(고대 안산병원). 이렇듯 천천히 오래 씹는 것이 비만, 당뇨병, 고지혈증 등 대사증후군 완화와 깊이 관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약하면 노인에서 씹기는 식욕조절, 혈당조절과 관련된 대사증후군 완화와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노인에서 잘 씹기와 인지저하 예방

다양한 음식 즉 풍부한 섬유소의 채소와 단단한 견과류 및 쫄깃쫄깃한 말린 과일·버섯 등을 천천히 오래 꼭꼭 씹으면 다양한 식감(食疳)을 느끼면서 스트레스가 풀리고 마음이 차분해지는 것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콩팥 위 부신 피질 부위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나타나는 반응이다. 게다가 음식을 일정 시간 씹게 되면 뇌로 가는 혈류량이 최소 8~11%, 최고 25~28% 증가되면서 기억력과 집중력의 향상으로 인지저하를 예방할 수 있다. 또 귀밑샘과 턱밑샘에서 분비되는 파로틴(parotin) 호르몬이 증가하면서 혈관의 신축성을 높여 혈압을 낮추고, 백혈구 기능을 활성화하여 혈관성 치매 발생의 위험을 줄인다. 이는 9개 이하의 잔존치 노인에서 20개 이상의 치아를 가진 노인보다 혈관성 치매에 걸릴 확률이 81% 높다고 보고한 일본 규슈대의 결과가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심지어 60세 이상 노인 510명을 대상으로 씹는 능력과 인지기능 사이의 연관성 조사(한국인의 인지노화와 치매에 대한 전향적 연구)에서 시공간 인지능력이 양측으로 씹는 것에 비해 틀니 저작은 3%, 단측 저작은 6%, 전혀 씹지 못하면 15%까지 떨어졌다.

더불어 껌을 씹게 되면, 다양한 뇌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등)이 분비되면서 스트레스가 감소하고, 또 학습 및 기억의 중요 부위인 전전두엽과 해마의 혈중 산소 농도가 증가하여 순간 집중력이 높아짐을 알 수 있다. 이는 껌을 씹은 그룹에서 씹지 않은 그룹보다 숫자를 더 빨리, 더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으로 보아도 알 수 있다(2009년 영국 카디프대). 그러므로 노인에서 부드러운 음식만을 고집하거나 한쪽으로만 씹지 말고 양쪽으로 천천히 꼭꼭 씹을 수 있게 임플란트를 활용한 보철이나 틀니를 장착해 줌은 물론 무설탕 껌을 10분 이내로 자주 씹는 것이 바람직함을 알 수 있다.

요약하면 노인에서 씹기는 스트레스 해소와 기억력 및 집중력 향상에 따른 인지저하 예방 등 그들의 정신건강(뇌 활성화)과 긴밀히 연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노인에서 맛을 음미하며 천천히 오래 꼭꼭 씹는 행위가 그들의 소화기능 강화와 대사증후군 완화 및 인지저하 예방 측면에서 대단히 중요함을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쉽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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