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은 콘텐츠하기 좋은 도시일까?

2025-01-13

매년 1월말 프랑스 서남부 소도시 앙굴렘에서는 앙굴렘 국제만화 페스티벌이 열린다. 도시 전역에 걸쳐 수백여개의 행사가 진행되며, 매년 약 20만 명 이상의 인파가 몰린다. 프랑스는 1960년 대부터 만화를 제 9의 예술로 인식해 국가적 자산으로써 연구와 보존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머리가 희끗한 노년층의 독자들도 긴 줄을 서서 만화책을 구매하고, 행복한 표정으로 사인을 받는 모습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던 풍경인지라 부럽기까지 하다.

‘만화의 수도’라 불리기까지도 하는 앙굴렘이 태생부터 콘텐츠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건 아니다. 주요사업이던 목축, 낙농업이 1970년대 들어 사양길에 접어들며 지역침체를 겪으며 비상회의를 열기도 했단다. 한편, 당시 프랑스는 수많은 만화잡지와 전문지가 창간되는 등 만화의 황금기가 찾아왔는데, 이때 앙굴렘에서 열렸던 작은 만화전시회에 많은 인파가 몰린 것을 계기로 1974년 축제를 개최, 1980년 대에는 대통령 약속을 통한 중앙정부지원을, 1990년대에는 기업과 금융기관의 지원을 받으며 프랑스 5대 국제문화행사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전라북도와 비슷한 170여만 명 인구의 푸아투-샤랑트 주에 속하는 앙굴렘은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서 2시간 반 거리에 위치해있다. 서울에서 2시간 반 거리의 군산에서 만화출판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구도심의 지역 공동화 현상을 목격할 때면 앙굴렘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전체 인구의 반 이상이 수도권으로 몰리지만, 삶의 만족도는 낮은 시대. 2023년에만 10만 명의 인구가 탈서울을 했다고 한다. 대부분 서울 주변으로 이주했다지만 더러는 지역을 선택한 청년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지역소멸이 화두이지만 콘텐츠업은 서울을 떠나서도 성장할 수 있는 강점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전북은 콘텐츠하기 좋은 도시일까?

전주시가 대한민국 문화도시로 지정되어 3년간 200억 원이 투입되고 미래문화콘텐츠 거점과 도내를 연계하는 'K-컬처 광역 여행벨트'가 구축된다고 한다. 또한 2023년에는 전주책쾌, 그 이듬해에는 군산북페어가 개최되었는데, 그간 다양한 북페어에 참가해왔지만 이 두 개의 독립출판페어는 그 어떤 북페어에도 뒤지지 않을 독보적인 열정과 전문성으로 가득 차 있었다. 또한 산업에 있어 학계의 역할은 매우 중요한데, 웹툰만화콘텐츠학과가 전주대학교에서 다시금 생겨났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 앞으로 발전 될 전북의 콘텐츠 산업계가 무척 기대된다.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함께 하길 바란다.

한편 개선되길 바라는 점도 적어본다. 5년간 수도권에서 경상도까지 여러 기관의 콘텐츠지원사업을 받고 정산해보았지만, 전북 기관의 요청 서류가 가장 많았다. 콘텐츠 만드는 시간도 부족한데, 계속 되는 서류와 보고서 제출로 힘이 빠질 때가 많았다.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지원사업이 가히 참고할 만한데, 생략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서류를 생략했으며, 창작 고료 항목으로 바로 집행이 가능하게끔 설계 되어있다.

심사위원 성비에도 아쉬움이 있다, 약 8명의 심사위원 중 여성이 한두명 정도를 만날 수 있었다.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제작자라면, 단지 심사위원 성비만으로도 불리한 입장이 될 수 있다.

그간 간담회 때나 설문조사를 통해 ‘서류 좀 줄여달라’, ‘성비를 맞춰달라’ 말해왔다. 2025년에는 개선이 되어 콘텐츠하기 더욱 좋은 도시가 될 수 있길 바라본다.

△전정미 대표는 만화로 지역을 조망하는 프로젝트 <지역의 사생활 99>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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