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그룹 대규모 투자에 '활짝'…실적 돌파구 찾는다

2025-11-19

삼성물산·삼성E&A, 그룹 투자 재개로 하이테크 '수주 갈증' 해소 전망

'포트폴리오 대전환' SK에코플랜트, 그룹 '반도체' 시너지 확대 기대

'스타필드'신세계건설, 그룹 복합쇼핑몰 개발 확대에 실적 회복 조짐

[미디어펜=박소윤 기자]건설업계가 업황 침체 장기화로 신규 먹거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그룹사 발주 물량이 일부 건설사의 실적 반등을 이끄는 '구원투수' 역할을 하고 있다. 반도체·AI·복합쇼핑몰 등 그룹의 대규모 투자 계획이 잇따르면서 계열 건설사들의 '낙수 효과'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삼성그룹, 5년간 450조 원 투자…삼성물산∙삼성E&A 수주 모멘텀↑

1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그룹은 향후 5년간 국내 연구개발(R&D)을 포함해 총 450조 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장 증설을 비롯해 전국 단위로 첨단·AI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의 시선은 삼성의 건설 계열사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삼성물산)과 삼성E&A에 쏠리고 있다. 투자 분야가 △반도체 △AI △데이터센터 △전고체 배터리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고부가 사업에 집중된 만큼 두 회사가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삼성물산이 이번 투자에서만 20조~30조 원 규모의 신규 수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지난 몇 년 간 그룹 제조 계열사의 핵심 프로젝트를 도맡으며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해왔다. 과거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P2라인'에서는 2조3000억 원, 'P3라인'에서는 6조1700억 원 어치 공사를 따냈다. 주택 경기 둔화에도 실적이 견조했던 배경이다.

다만 지난해부터 그룹 제조업 계열사에서 나오던 양질의 물량이 급감하면서 하이테크 부문의 수주 공백이 생겼다. 하이테크 공사 수주액은 2022년 10조9000억 원에서 2023년 12조2000억 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8조2000억 원으로 줄었다. 주춤했던 하이테크 분야 수주가 이번 투자 확대 결정으로 다시 동력을 찾을 것이란 평가다.

낙수효과는 이미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450조 투자 계획을 수립하면서 평택캠퍼스 4번째 공장(PH4)에 이어 PH5 공사까지 재개하기로 확정했다. 삼성전자의 평택 반도체 단지는 총 393만㎡(약 120만 평) 규모로, 2030년까지 6개 생산라인(P1L~P6L)과 부속동을 순차적으로 건설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현재 P1~P3 팹이 가동 중으로, 올해에는 P4 라인 재개 준비 작업이 시작됐다. PH5 공사는 메모리 수요 부진으로 지난해 초 공사가 멈췄으나, 이번 투자 확대에 따라 골조 공사에 재돌입한다.

삼성E&A도 수혜가 예상되는 대표적인 계열사다. 삼성E&A는 2021~2023년 삼성전자의 P3·테일러1·P4·P5 공사를 잇달아 수주하면서 비화공 매출을 빠르게 늘렸지만, 지난해 P4·P5 공사 중단 이후 성장세가 둔화됐다. 비화공 부문 매출 기여도는 2023년 56.6%에서 올해 3분기 37.6%까지 감소했다.

반등 조짐은 올 하반기 P4라인 증액 계약을 통해 감지됐다. 삼성E&A는 지난 7월 삼성전자와 약 9096억 원 규모의 P4라인 페이즈4(Ph4) 마감 공사 계약을 체결했고, 이후 계약 금액을 1조 3288억 원으로 증액했다. 공사 기간은 기존 2027년 7월에서 4월로 앞당겨졌다. P4 공사는 하반기부터 매출에 반영될 예정이다.

◆SK에코플랜트∙신세계건설도 수주 확대 기대↑…그룹 일감 '든든'

SK에코플랜트 역시 그룹 투자 확대에 따른 호재 기업으로 꼽힌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028년까지 128조 원 이상 규모의 국내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장기적으로 600조 원 규모의 투자가 추진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SK에코플랜트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의 핵심 시공사로 참여하고 있다. 총 415만㎡ 규모 부지에 반도체 팹 4기와 지원시설을 구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로, 올해 2월 1기 공사에 착수해 2027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이에 따른 효과는 실적으로도 입증되고 있다. SK에코플랜트의 올해 3분기 누적 매출은 8조7927억 원으로 전년 대비 47.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1103억 원에서 3663억 원으로 세 배 이상 늘었다. 특히 하이테크 부문은 매출 4조7117억 원, 영업이익 3783억 원으로 전년 대비 10배 가량 성장했다. SK하이닉스의 청주 M15X, 용인 클러스터 등 그룹 팹 공사가 본격화된 영향이다.

여기에 SK에코플랜트가 '반도체 종합 서비스 기업'으로의 사업 구조 전환을 추진 중인 만큼 그룹과의 시너지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SK에코플랜트는 SK트리켐, SK레조낙 등 SK머티리얼즈 계열의 반도체 소재 회사 4곳을 추가 편입하면서 반도체 EPC·소재·가스·유통까지 아우르는 종합 플랫폼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세계건설은 그룹의 복합쇼핑몰 개발 프로젝트로 수익성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2030년까지 '그랜드 스타필드 광주', '스타필드 동서울' 등을 포함한 총 13조 원 규모의 신규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올 초 모회사 편입을 통해 의사결정 속도가 높아진 만큼 경영 효율화와 그룹사 지원이 강화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실적에서도 그룹사 일감이 상당 부분을 견인했다. 신세계건설의 올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은 5794억 원으로, '스타필드 청라(8398억 원)' 사업에서만 918억 원의 수익이 반영됐다. 전체 매출의 15.9%에 해당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테크·유통 시설 등 그룹사 투자가 집중되는 영역에서 건설사들의 수주 회복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침체된 업황 속에서도 그룹사 물량이 실적 방어의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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