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신임 캐나다 총리가 17일(현지시간) 영연방의 국가원수인 찰스 3세 영국 국왕을 예방했다. 그는 관세 압박과 더불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세 속에 취임 이틀 만인 16일 사흘간의 일정으로 첫 유럽 순방길에 올랐다.

찰스 3세는 이날 붉은색 넥타이를 매고 런던 버킹엄 궁에서 카니 총리를 맞았다. 카니 총리가 찰스 3세와 악수하며 “오늘 아침에 캐나다 훈장 핀이 부러졌다”고 하자, 이에 찰스 3세는 “또 하나 드릴까요”라며 농담을 던졌다고 한다. 카니가 외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은행(BOE) 총재(2013~2020년)를 역임하는 동안 왕세자였던 찰스 3세와 여러 차례 만나 둘은 구면이다. 이후 접견은 30분간 비공개로 이어졌다.
이날 예방에서 찰스 3세의 넥타이 색깔을 두고 영국 BBC는 “찰스 3세의 또다른 상징적인 (캐나다) 지지 제스처였다”고 해석했다. 찰스 3세는 지난 4일 영국 해군의 항공모함인 HMS프린스오브웨일스에 승선했을 때 제복에 캐나다 메달을 착용했다. 지난주 버킹엄 궁전에서 열린 나무 심기 행사 때도 캐나다 상징인 빨간색 단풍 나무를 심었다. 왕실 소식통들은 BBC에 이런 일은 모두 캐나다에 대한 찰스 3세의 헌신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카니 총리는 이어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로 이동해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를 만났다. 스타머 총리는 “주권 있는 두 동맹국은 공유된 역사와 가치, 국왕 등 공통점이 많고 영연방 안에서 함께한다”며 “경제적으로도 우리는 훌륭한 연결이 있다”고 말했다. 카니 총리도 “우리는 상대국에 최대 교역 파트너이자 투자자 중 하나”라며 “또한 우리는 G7을 통해 세계를 재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캐나다는 올해 G7(주요 7개국) 회의 의장국이다.
카니 총리는 이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병합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문제 삼으며 “이는 무례하고, 도움이 되지 않으며, 미국과 폭넓은 파트너십에 관한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카니 총리는 이날 오전엔 프랑스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담했다. 카니 총리는 엘리제궁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프랑스와 영어를 번갈아 써가며 캐나다가 “비유럽 국가 중 가장 유럽적”이고 프랑스에 “믿을만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강력한 파트너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캐나다 총리실은 회담에서 경제·국방·통상 분야에서의 관계 강화에 관한 양국의 의지를 논의하고 정보·안보 분야의 새로운 파트너십 출범을 공식화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