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는 장비 빨’이란 우스갯소리가 있다. 장비가 많을수록 육아가 수월해진다는 얘기다. 장난감도 마찬가지다.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동안 양육자는 그만큼 시간을 벌 수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윤경 가톨릭대 심리학과 교수는 “별생각 없이 장난감을 쥐여주다 아이를 망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가 예로 든 대표적 놀잇감이 색칠공부다. “아이가 색을 칠하는 데 집중해서 좋지만, 정해진 도안에 갇히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울 수 없다”는 것이다.
EBS 육아 다큐멘터리 ‘마더쇼크’ ‘퍼펙트 베이비’ 등에 출연하며 아동 발달 및 심리 전문가로 유명해진 그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있는 주제는 장난감과 놀잇감이다. 장난감이 영·유아기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한 책 『장난감 육아의 비밀』을 쓰기도 했다. 그는 책에서 아이를 크게 키우는 장난감과 아이를 망치는 장난감으로 나눠 소개했다. 그가 아이를 망치는 놀잇감으로 지목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색칠공부다. 아이에게 좋은 장난감과 나쁜 장난감을 나누는 기준은 뭘까? 특별히 피해야 할 장난감도 있을까?
Intro 편한 육아 하려다 아이 망친다
Part 1 우리 아이 장난감, 이건 주지 말자
Part 2 장난감 사용에 대한 오해와 진실
Part 3 장난감 고를 땐, 아이 기질 고려하자
🎨 우리 아이 장난감, 이건 주지 말자
아이를 크게 키우는 장난감은 설명서가 없는 장난감이다. 아이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고 놀 수 있는 장난감이 좋다는 얘기다. 같은 장난감도 어떻게 가지고 노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같은 블록을 가지고 놀아도 설명서를 보며 정해진 물건을 만든다면 아이를 망치는 장난감이 되고, 아이가 상상하는 대로 뭔가를 만든다면 아이를 크게 키우는 장난감이 되는 것이다. 결국 핵심은 ‘아이와 장난감이 얼마나 상호작용하느냐’인 셈이다.
장난감과 상호작용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가요?
정해진 대로 가지고 노는 게 아니라 어떻게 가지고 놀지 궁리한다면 상호작용하는 장난감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 과정에서 창의력이 자랍니다. 인공지능(AI) 시대엔 무엇보다 창의력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알파세대(2010~2024년생)를 키운다면, 상호작용하는 장난감을 쥐어주어야 해요.
여전히 어려워요. 예를 들어 설명해 주세요.
아이에게 장난감을 주면서 “이렇게 가지고 노는 거야”라고 설명하지 마세요. 대신 장난감에 물어보라고 하세요. 아이와 장난감이 대화하는 거죠. 실제로 아이들은 장난감에 이름도 지어주고 대화도 하잖아요. 그렇게 장난감을 탐색하고 장난감의 친구나 주인이 됩니다. 놀이의 주도권을 장난감이 아니라 아이가 쥐는 거죠. 자기주도력이 별게 아니에요. 장난감을 마음대로 가지고 놀면 길러지는, 그런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