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가 알려주는 소아 근시 관리법
근시 환자 55%가 소아·청소년
방치땐 안구 길어져 안과 질환
야외 활동 늘리면 예방 효과적
A군(11)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무렵부터 눈을 자주 찡그리는 습관이 생겼다. TV를 볼 때도 이전보다 점점 더 가까이 다가가 앉았다. 이런 미묘한 변화를 눈치챈 건 A군의 아버지이자 안과 전문의인이지봄안과 강병수 대표원장이었다. 강 원장은 자녀의 행동 변화에서 소아 근시를 의심했다. 근시는 가까운 데는 잘 보이나 먼 곳은 흐릿하게 보이는 질환이다. 소아·청소년기에 급격히 진행한다.
A군은 어린 나이에 시행한 눈 검진에서 근시를 초기에 발견했다. 강 원장은 자녀의 생활 방식과 근시 정도를 고려해 소프트콘택트렌즈로 근시를 억제하기로 했다. 그는 “근시 관리는 조기 발견이 핵심”이라며 “실내 활동이 많은 겨울방학에 맞춰 근시 관리를 시작했더니 새 학기 전 충분한 적응 기간을 가지는 데 도움이 됐다”고 했다.
국내 근시 환자 약 70만 명(2022년 기준)의 55%가 소아·청소년(0~19세)이다.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에 따르면 0~9세의 25%, 9~19세에선 48%가량이 근시다.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도 소아 근시가 심각한 국가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전 세계 시력 현황 보고서(2019)’에서 한국 대도시 거주 청소년의 97%가량이 근시일 것으로 추정했다. 대도시에 살며 학업 경쟁이 치열한 환경일수록 청소년 근시가 많다. 장시간 책 읽기와 게임같이 가까운 거리를 많이 보는 환경이 영향을 미친다.
근시 진행 속도 늦추는 게 치료 목표
여기에 더해 이젠 초등학교 저학년에서도 근시 발병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어린 나이부터 디지털 기기 사용과 비대면 수업에 익숙해서다. 강 원장은 “과거엔 4~5학년부터 근시가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1~2학년부터도 흔하다”며 “7~12세는 근시 진행이 가장 활발한 시기”라고 했다. 근시 저연령화가 가속한다는 의미다.
소아·청소년기에 시작한 근시는 성장기인 10대 후반까지 꾸준히 진행된다. 강 원장은 “진료실에 오는 어린 환자 대부분이 하루 3시간 이상 디지털 기기와 보낸다. 태블릿으로 공부하고 화상 수업을 듣는 데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눈이 쉴 틈이 없다. 눈 피로도가 크게 높다”고 했다.
초기 근시(-0.75D~-3.00D) 단계에서는 시력이 약간 나빠질 뿐이다. 큰 불편함이 없다.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다 고도근시(-6.00D 이상)로 진행하면 문제가 심각해진다. 안구가 과도하게 성장해 길어진다. 이런 안구 변형은 안압 상승으로 이어진다. 망막박리와 녹내장·황반변성 등 심각한 안과 질환을 부른다.
근시 치료 목표는 진행 속도를 최대한 늦추는 데 있다. 한국 소아·청소년 근시연구회에 따르면 근시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는 것보다 덜 진행하도록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치료로 진행이 느려지면 성공적으로 평가한다. 대개 완전한 정지는 어렵다.
근시 치료의 첫 단계는 생활습관 교정이다. 근거리 작업 시간을 줄이고 야외활동을 늘려야 한다. 다만 현대사회로 오며 생활 방식이 변했다. 생활습관 변화만으론 한계가 있다.
일회용 소프트렌즈, 근시 진행 억제
보다 적극적인 근시 억제 치료는 렌즈 착용이다. 근시 치료 렌즈는 크게 ‘마이사이트’라는 다초점 소프트렌즈와 드림 렌즈로 불리는 하드 렌즈인 각막 굴절 교정 렌즈가 있다. 근시 억제 기전은 둘 다 비슷하다. 망막 중심부에 상을 정확히 맺히게 하고, 안구가 길어지는 것을막는다.
강 원장이 선택한 마이사이트는 낮에 착용하는 일회용 소프트렌즈다. 7년의 장기 임상시험에서 근시 진행 억제 효과(59%)가 입증됐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이 렌즈는 폭넓은 도수 범위(-0.75D~-10.00D)를 지원한다. 강 원장은 “근시 정도에 따라 도수 조정이 유연하고, 성장하면서 생활 환경이 변해도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좋다”며 “아이가 잘 적응하는 게 중요하므로 안과 전문의와 상담하고 시험 착용해 적응 정도를 확인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실내 활동 위주로 생활하는 겨울엔 근시가 빠르게 진행할 위험이 있다. 의도적으로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의 야외 활동을 권한다. 자연광에 노출되는 시간을 늘리는 게 도움된다. 햇빛을 쐬면 도파민 분비가 촉진된다. 이는 안구의 비정상적인 성장을 억제해 근시 진행을 예방하는 데 효과적으로 알려져 있다.
근시는 조기 발견해 제때 관리를 시작해야 한다. 부모 중 한 명이 근시면 아이의 근시 확률은 33%, 둘 다 근시면 50%다. 강 원장은 “부모가 근시이거나 아이의 생활 습관상 근시가 우려되면 조기 검진이 필수”라며 “전문의와 상담해 아이에게 적합한 근시 관리법을 찾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평생 자녀의 건강한 눈을 유지하는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