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PC 중앙처리장치(CPU) 기반의 ‘독립형 개발 보드’를 출시하고 로봇·드론 등 에지(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시장 공략에 나선다. 그래픽처리장치(GPU)급 AI 연산력에도 전력 소모가 적은 신형 ‘팬서레이크’ CPU를 소형 완제품으로 내놓고 엔비디아 ‘젯슨’ 등과 경쟁하겠다는 전략이다. 험악한(러기드) 환경에서 신뢰성 또한 높아 인텔이 미 국방부와 진행 중인 협력을 통해 ‘미국산 드론’을 개발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마이크 마치 인텔 에지컴퓨팅그룹 부사장은 지난달 29일(현지 시간) 애리조나에서 개최된 ‘인텔 테크투어 2025’에서 “인텔 역사상 처음으로 팬서레이크 CPU를 소형 보드에 통합한 ‘로보틱스 개발 키트’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치 부사장이 현장에서 꺼내 든 시제품 보드에는 ‘로빈슨레이크’라는 코드명이 붙어 있었다. 손바닥 크기에 불과했으나 메모리와 입출력(I/O) 등이 통합돼 그 자체로 완성된 컴퓨터나 다름없다. 성능은 원본 팬서레이크 그대로다. CPU·신경망처리장치(NPU)·GPU 통합 AI 연산력이 전 세대보다 50% 늘어난 180TOPS(초당 1조 회 연산)에 달해 엔비디아 주력 에지 AI 칩셋인 ‘젯슨 오린 NX’의 157TOPS를 넘어선다.
에지 AI 기기는 외부에 드러나는 특성상 험악한 환경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팬서레이크는 섭씨 -40~105도에서 작동 가능한 ‘러기드’ 칩셋이다. 인텔은 휴머노이드 등 로봇과 CCTV, 키오스크, 소매점 자동 결제 등 사용 사례를 제시했으나 군사적 활용이 점쳐진다. 인텔은 발표 슬라이드에서 구체적인 설명 없이 드론 이미지를 노출했다. 미 국방부가 인텔과 ‘램프C’ 프로젝트를 통해 18A 공정 협력을 진행 중이고 미 정부가 중국 드론 업체 DJI를 군사 기업으로 분류해 퇴출하려 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의미심장한 대목이다.

마치 부사장은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묻는 서울경제신문의 질문에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면서도 “인텔은 수십년간 미 연방 사업에 참여해왔고 아폴로 계획에도 함께했을 만큼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내에 강력히 자리잡고 있다. 항공우주·방위 고객사와 긴밀히 협력중”이라고 밝혔다.
저전력·저발열 CPU로 냉각 팬 없이도 작동할 수 있어 활용 범위 또한 넓다. 마치 부사장은 “과거에는 냉각 팬이 달린 거대한 GPU로만 가능하던 일을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 경쟁사에 비해 훌륭한 지점”이라며 “ODM과 고객사들이 확장성과 총소유비용(TCO)에 열광하고 있다. 경쟁 제품이 매우 비싼 데다 전력 소모까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