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항공(003490)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한 스마트팩토리를 건설한다. 자동화가 까다로운 항공우주 사업의 한계를 지속적인 기술 개발로 극복하면서 신사업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구상이어서 주목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부산 테크센터의 유휴 부지에 신규 사업 수행을 위한 첫 스마트팩토리 설립을 의결했다. 올해부터 약 2200억 원을 투자해 연면적 1만 6000평의 신규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신규 공장은 AI를 기반으로 무인기 양산, 군용기 성능 개량, 항공기 구조물 제작 등 신규 사업을 수행하는 핵심 거점이 된다. 그간 항공우주 사업은 기종별 생산량이 적고 구조가 복잡해 특화된 로봇 도입이 어려웠다. 특히 미세한 오차까지 정밀하게 관리해야 하는 특성상 숙련공의 감각적 판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는데 대한항공은 로봇 자동화 셀, 디지털 트윈, AI 알고리즘 등 첨단기술을 결합해 이 같은 한계를 넘어설 계획이다.

실제 스마트팩토리가 완공되면 균일한 품질을 보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작업 능률이 크게 향상돼 생산량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기존 수작업 대비 최대 60~70% 이상 생산성을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팩토리 건설을 발판으로 대한항공은 오랜 기간 공들여왔던 항공우주 사업에 날개를 달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2005년 보잉과 보잉 787 드림라이너 구조물 공동개발 계약을 시작으로 에어버스 등 글로벌 항공기 제작사에 항공기 구조물을 공급해왔다. 항공기 구조물은 엔진이나 항공전자장비 같은 기능성 부품을 제외한 항공기의 형태와 강도를 책임지는 기계적 뼈대를 뜻한다.
대한항공은 날개 끝 구조물인 ‘레이키드 윙 팁’, 날개 아래 유선형 보호 덮개인 ‘플랫 서포트 페어링’ 등을 생산하고 있다. 아울러 중고도 정찰용 무인기(MUAV) 등 무인기 양산이나 군용기 개조 사업도 이번 공장 건설로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항공우주 사업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2022년 4910억 원이던 항공우주 사업 매출은 2023년 5407억 원, 지난해 5930억 원으로 확대됐으며 올 들어서는 상반기까지 2974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최근 3년간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던 영업이익이 올 상반기에 49억 원의 흑자를 기록해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회사 측은 항공우주 사업의 수익성이 입증되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성장세를 뒷받침할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대한항공의 항공우주 사업 확장 배경에 주력인 여객·화물 수요의 정체가 자리하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한다. 여객 수요는 코로나19 엔데믹 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다 최근 정체 국면에 돌입했다. 한정된 수요에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일본·동남아시아 등 주요 노선에 뛰어들면서 수익성도 악화하는 형편이다. 꾸준히 수익을 올려온 화물 사업도 장기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실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기점으로 기존 사업에서 한발 나아간 항공우주 사업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며 “이미 수익성이 확보된 사업인 만큼 생산량 확대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