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42도의 열기가 내리쬐는 미국 애리조나 사막 한가운데, 축구장 400개 규모의 거대한 공장이 우뚝 섰다. ‘실리콘 스트리트’라고 적힌 도로표지판과 대형 성조기는 이곳이 ‘미국 반도체의 자존심’ 인텔 오코티요 파운드리임을 알린다. 지난해 3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지원법(칩스법) 보조금을 약속했던 그 공사 현장은 ‘팹52’라는 이름을 달았고, 이제 이곳에서는 미국산 2㎚(나노미터·10억분의 1m) 18A 웨이퍼가 쏟아져 나온다. 반도체 리쇼어링의 상징에서 수익성 악화에 골칫덩이로 전락할 뻔한 인텔은 미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부활을 노리고 있다.

인텔은 9일(현지 시간) 팹52 공장을 공개하고 18A 공정 대량양산(HVM)에 돌입했음을 공식화했다. 극자외선(EUV)을 사용하는 최선단공정 팹의 첫 외부 개방이다.
케빈 오버클리 인텔 파운드리서비스 수석부사장은 “현재 애리조나와 오리건에서 18A 공정이 양산 중”이라며 “인텔 파운드리가 미국에서 개발·제조되는 유일한 2나노 반도체를 생산 중임을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텔은 팹52에서 신형 PC·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팬서레이크’와 ‘제온6+(클리어워터포레스트)’를 각각 양산 중이며 초도 물량은 올해 말 출하된다. TSMC와 삼성전자(005930)가 연내 2나노 양산을 예고한 가운데 재정난으로 파운드리 포기설까지 나왔던 인텔이 먼저 양산에 성공한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도체 관세정책과 미 정부·엔비디아의 투자도 인텔의 무기다. TSMC와 삼성전자의 미국 내 2나노 양산 시점은 일러야 2026년 말이다. 경쟁사인 AMD가 인텔 파운드리에 칩셋 발주를 타진 중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오버클리 수석부사장은 “인텔의 57년 이상의 투자에 기반을 둔 18A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지의 모든 고객사에 중요한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