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일상에서 크고 작은 손상을 겪는다.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355만 명이 손상을 경험했다. 아이가 넘어지면 보호자의 부주의를, 교통사고는 운을 탓하지만, 손상이 과연 개인의 실수나 불운만으로 설명될까. 위험요소를 줄이고 예방수칙을 알고 있었다면 막을 수 있는 일은 아니었을까.
지난 11월 1일은 ‘손상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정한 첫 ‘손상 예방의 날’이었다. 손상을 우연한 사고가 아닌 예방 가능한 공중보건 문제로 보자는 사회적 약속의 출발점이다.
교통사고, 낙상, 화재 등으로 인한 손상은 개인의 생명을 위협하고 가정에 큰 고통을 안기며, 사회 전체에 막대한 경제·사회적 부담을 초래한다. 우리나라에서 손상은 사망 원인 4위, 입원 원인 1위에 해당하며 특히 인구 10만 명당 손상 입원율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젊은 층 비중도 크고 후유장해도 많아 사회적 피해가 막대하다. 건강보험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손실은 연 20조 원 이상으로 모든 질병 중 가장 큰 규모다.
질병관리청은 손상으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위해 다음과 같은 중장기 과제를 추진하고자 한다. 첫째, 손상 원인별 우선순위를 파악해 자살·폭력·약물중독 등 의도적 손상과 교통사고·낙상 등 비의도적 손상을 폭넓게 관리한다. 증가하는 개인형 이동수단 손상에 대한 체계도 마련한다. 또, 다양한 데이터를 연계 분석해 예방지표를 만들고 모니터링 체계도 정교화한다.
둘째, 생애주기별 맞춤형 정책을 설계한다. 영유아, 어린이·청소년, 성인, 노년 등 각 연령 특성에 맞춘 예방법을 강화하고,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은 물론, 낙상 위험이 큰 노인, 산업·작업 현장의 근로자 등 중대재해 취약군에 대한 예방 역량도 높인다.
셋째, 손상 예방 기반을 강화한다. 손상통합정보관리시스템을 구축해 감시체계를 고도화하고, 유관부처·의료기관·학계 협의체를 운영해 조사·감시 체계를 발전시킨다. 또, 중앙·지역손상관리센터 운영을 통해 전문성과 실행력을 높이겠다.
손상 발생 전 과정을 관리하는 정책을 추진함으로써 손상 위험을 줄이고, 발생하더라도 빠른 회복과 일상 복귀를 돕는 것이 목표다. 손상을 더는 개인의 불운으로 볼 것이 아니라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질병관리청은 부처별로 흩어진 손상 정책을 종합 관리하는 임무를 부여받았으며, 국가 차원의 종합계획을 바탕으로 내년부터 관계부처·지자체와 함께 시행계획을 본격 추진할 것이다. 내년 손상 예방의 날에는 생애주기별 예방 매뉴얼 마련, 손상사망률 감소 등 가시적 성과를 전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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